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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국에서 만나요! (야곱신부의 편지)
   2012/08/18  8:29

주: 아래의 글은 최근에 대전 마르코니회(가톨릭 아마추어무선사회)의 DS3BGS 진로사님이 제게 보내온 이메일입니다... 지난 16일 정오경에 선종하신 대전교구HL3ECP 방윤석신부님의 명복를 빌며 이메일 내용을 그대로 올려봅니다... 그리고 지난 4월에 방신부님의 쾌유를 빌며 인테넷에 올린 글과 제가 영화치료를 목적으로 방신부님께 처방전(?)으로 소개한 영화 '야곱신부의 편지'도 다시 소개해봅니다...


                     천국 가는 여행 준비피정을 마치면서

                 -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하며 드리는 글 -

                                 서산석림동 본당 주임신부 / 방윤석 베르나르도

 

   사랑하는 서산 석림동 신자 여러분,
   여러분이 보고 싶어 8월 19일 제 영명 베르나르도 축일 행사를 하려 하였으나 의사의 권고에 따라 못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2012년 4월 11일 정기진단 시 대전성모병원에서 식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본당 설정 25주년을 맞아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충격이 컸겠습니까? 저를 건강체로 알고 있던 모든 신자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정밀검사 결과 암이 거의 스무 군데나 퍼져 1년 생존율 40% 이하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항암치료와 방사능치료를 하느냐 아니면 자연 치료방법인 활원운동으로 하느냐는 큰 갈등에 빠졌습니다. 병행치료가 안 된다 하여 활원운동으로 과감히 택했습니다. 저는 몇 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암으로부터 오는 통증이 전혀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제 일생동안 베풀어 주신 무한한 사랑에 감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우선 저는 6. 25 전쟁 중에 태어났습니다. 어머니가 피난 가시다가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생가를 모릅니다. 수백만 명이 죽어가는 전쟁 중 어린 갓난아기를 살려주신 하느님께 얼마나 감사드려야 되겠습니까? 저는 소년 시절을 시골에서 지냈습니다. 땔감을 마련할 때면 독사, 송충이, 벌이 우글거리는 데서 나무를 했습니다. 그런 위험에서 구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시골 생활을 통하여 일생 아름다운 추억과 마음의 고향을 갖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신학교를 고등학교 때 입학했습니다. 77명이 입학하여 졸업자는 20여 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수시로 쫓겨났습니다. 저는 여기서 자신을 억제하는 것과 인내력을 키웠습니다. 이 얼마나 큰 덕행입니까? 대신학교 입학하자마자 아버님의 실직으로 부제가 될 때까지 극심한 가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방학 때 공사장을 다니며 막노동도 했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날품팔이로 벌어다 주시는 돈으로 학교를 겨우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난을 체험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하느님께서 저를 사제직에 불러주셨다는 것입니다. 때마침 군종교구에서 군종장교 후보생 제도를 신설했으니 지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사병으로 군대 안 가고 신부 된 뒤 장교로 임명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 때 군대 3년 안 가고 6년 만에 신부가 되었습니다. 당시 나이 25세였습니다. 이 얼마나 큰 영광이며 감사할 일입니까?

 

  저는 사제생활을 시작하면서 신자들의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았으니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그리고 사제생활 37년을 통하여 따뜻한 마음과 온갖 열정으로 사목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청양 줄무덤 성지 조성 작업과 해외교포사목도 했었습니다. 홍보국장 교구 산하 12개 사도직 단체를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쌍심지 초를 만들어 특허청에 실용신안 등록도 했습니다. 대전평화방송FM을 설립하였고, 천주교 주일 강론 ‘3분간 전화로 듣는 말씀의 전화’를 개설해서 94년부터 암 판정 시까지 한주도 거르지 않고 운용해 왔습니다. 아무도 이루어낼 것 같지 않았던 사업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이제 암 투병을 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하느님과 나와의 만남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근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면서 면형무아((麵形無我: 성체 안에 내가 녹아듦)를 이루고 있습니다.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간의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하느님 품 안에서 만날 것입니다. 저는 일생을 하느님의 은총과 감사에 싸여 지냈습니다. 더 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아직은 하느님께서 부르시지는 않는군요. 그동안 천국 가는 준비피정을 충분히 했으므로 저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우리 본당신자 여러분 그리고 저를 사랑하시는 주교님들 이하 교구 신부님들과 저를 아는 모든 신자 여러분,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기도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성화같은 기도 때문에 하느님께서 머뭇거리시는 느낌입니다. 저는 더 있다가 오라면 더 있다 가고 천국에서 너 같은 사람 필요하니 당장 오래도 기쁘게 달려가겠습니다. 조선시대 순교자 백정이었던 황일광 알렉시오는 ‘세상에서 나는 이미 천국을 맛보았는데 순교하면 그보다 더한 천국이 영원히 지속된다니 얼마나 그 기쁨이 크겠는가?’ 하면서 웃으면서 순교했습니다. 저도 그런 믿음으로 하느님께 갑니다. 저를 위해 그동안 기도를 드려주신 분들과 헌신적으로 수고해 주신 간병인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루카 22,42)
 

  아멘. 감사합니다. 

  여러분 천국에서 만납시다!


                           <방윤석 신부님의 쾌유를 빌며...>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4월 중순, 대전 마르코니회(가톨릭 아마추어무선사회)의 한 회원으로부터 ‘지도신부인 방윤석 신부님이 지금 식도암 등으로 매우 위독하다며 기도를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저의 귀를 의심하였습니다. 그건 작년까지만 해도 방신부님이 동생 방경석신부와 함께 100Km 마라톤를 완주하셨고 또 최근에는 전국 만돌린협회 회장도 하시며 자선연주회도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르코니 카페에 올려진 방신부님의 다음과 같은 글을 읽게 되자 저는 그 이야기가 사실임을 알게 되었고 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말씀의 전화를 눈물로 접으며 드리는 글)

 

  찬미 예수님,
  저는 전화로 듣는 천주교 주일강론 말씀의 전화를 운용하고 있는 천주교 대전교구 서산 석림동성당 주임 방윤석 베르나르르도 신부입니다. 제가 지난 2012. 4. 11. 대전성모병원에서 정기검진 결과 뜻하지 않게 식도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청천벽력이었습니다. 갑자기 모든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암과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비우고 놔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말씀의 전화도 그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말씀의 전화는 지난 1994. 10. 1일부터 시작하여 17년간 한 주일도 거르지 않고 전화기에 녹음해왔고 매주 2500여명에게 이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또 원하시는 공소회장님들에게는‘방윤석신부의 주일강론'을 만들어 매주 보내 드렸습니다. 이 내용들이 말씀의 전화 카페와 마르코니 카페에 있습니다.

 

   저도 매우 서운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나는 것이 급선무이며 저를 이어 말씀의 전화를 운영해주실 계승자 신부님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런 발병으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혹시라도 쾌차하면 다시 지속적으로 '말씀의 전화'를 운용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잘 운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부족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잘 들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카페를 지켜주시는 카페지기님, 게시판지기님들 그 동안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은 관리자와 함께 끝까지 말씀의 전화를 지켜주십시오. '말씀의 전화' 책을 원하시는 분 계시면 택배 착불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지금 말씀의 전화 3권과 4권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책값은 무료입니다. 말씀의 전화 카페에 신청하십시오.



                                      (방신부님의 자선 만돌린독주회 포스터)

 

   제 상태가 매우 안 좋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묵주기도 바치실 때 성모송 후렴 부분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사제 방 베르나르도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하고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기도 응원을 제 스마트폰 010-6757-3217에 문자나 카톡으로 날려주시면 암 극복에 큰 힘이 되겠습니다. 말씀의 전화를 통하여 부디 여러분들을 다시 뵈올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지난 17년 동안 베풀어 주신 아낌없는 성원과 기도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2. 4. 18.
                                               천주교 대전교구 서산 석림동성당 
                                            주임사제 방윤석 베르나르도 신부 드림.

 

 <출처: 대전 마르코니회(가톨릭 아마추어무선사회)
                 카페 http://cafe.daum.net/DS0LB >


 

   아무튼 방신부님이 우리에게 그동안 보여주셨던 열정과 불굴의 의지로 병석에서 다시 일어나시길 간절히 기원하며 또 로사리오 기도 중에 병자들의 어머니이신 루드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께 “사제 방윤석 베르나르도를 위하여 빌어주소서”하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한 노사제의 헌신적인 사목활동을 감동적으로 그린 핀란드영화 ‘야곱신부의 편지’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야곱신부의 편지’>

 

   어릴 때 엄마의 잦은 구타와 학대를 온몸으로 막아준 고마운 언니가 시집을 가서도 안타깝게 형부에게 잔인한 폭력을 당하자 동생 레일라는 이를 보다 못해 그 못된 형부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서 종신복역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일라는 특별사면을 받고 한적한 시골집에서 사는 늙고 치매까지 온 시각장애자 야곱신부에게 보내져 전국에서 야곱신부에게 보내온 각종 ‘기도를 부탁하는 편지들을 읽어주고 또 그 편지에 답장하는 일을 하게 된다.

   한편 삶의 어려움을 구구절절 적어 보낸 이들의 편지에 사랑과 위로에 찬 격려의 답장을 하고, 또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때론 자신의 생활비마저 불쌍한 이들에게 전부 기부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는 야곱 신부. 하지만 레일라는 이러한 야곱신부의 일을 모두 부질없고 또 의미없는 일이라 여기고 심지어는 우체부가 가져온 기도청원 편지들을 우물에 몰래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길잡이 도움을 청하는 야곱신부를 매정하게 거절하고 그를 성당에 홀로 버려둔 채 돌아와 택시를 불러 몰래 도망을 가려다 포기하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한편 어느 날부터 더 이상 편지가 오지 않자 야곱신부는 깊은 실의에 빠지게 된다. 그러자 레일라는 당황하며 우물에 빠진 편지들을 다시 건지다가 실패하자 우체부와 짜고 거짓으로 야곱신부에게 편지가 온 것처럼 꾸미다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아픈 과거와 상처를 신부님께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자 야곱신부는 레일라가 그동안 생각한 것처럼 ‘특별사면을 정부에 요청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그동안 레일라가 면회조차도 거부했던 사랑하는 그녀의 언니였다‘고 밝힌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는 언니의 편지뭉치를 가엾게 울고 있는 그녀에게 찾아 전해주고 또 그녀를 위해 따뜻한 차를 준비하다 갑자기 쓰러져 선종하게 된다. 그런데 레일라는 야곱신부를 떠나보내지만 이제 한 가지 희망을 갖게 된다. 그것은 그녀를 기다리는 사랑하는 언니가 있다는 것이다...

 

                                         <말씀에 접지하기; 마르 2, 1-5>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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