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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지된 장난들 (거북이도 난다)
   2012/08/24  12:52

주: 최근 미국에서 누가 풍선에 매단 애완용 거북이가 하늘로 날아가다가 나무에 걸린 것을 경찰이 극적으로 구조했다는 외신을 접하고 더이상 이런 잔인한 장난(?)들이 되풀이 되지 말기를 바라면서 지난 2005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금지된 장난들>

   

  십자가를 안테나로!

  우리는 성장하면서 많은 놀이를 하게 됩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어릴 때 많은 놀이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소꿉장난, 소타기, 말타기, 병아리키우기, 토끼키우기, 금붕어키우기, 골목에 함정파기, 전쟁놀이, 여학생 고무줄 끊기, 새총쏘기, 불장난등...악동(?)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고스톱놀이를 잘 배우지 못해 요즘도 그 놀이에는 늘 방관자로 머물고 있습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듯이 어린이들은 성장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고 또 동화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어릴 때 부모님들과 함께 자주 회당에 들러 설교도 듣고 기도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 어린 예수님께서 부모님들에게 말씀드리지도 않고 회당에서 사흘동안 학자들과 놀고(?) 계셨던 모양입니다.(루가 2, 41-52 참조).


  우리의 자녀들은 요즘 어떤 놀이를 하고 있을까요? 귀여운 자녀들이 하루에도 몇 시간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컴퓨터게임에 빠져있는 것은 모르고 1주일에 겨우 주말에 몇 시간 ‘성당에서 예수님과 노는 것(미사, 주일학교)’을 학교공부에 지장을 받는다고 오히려 ‘금지된 장난?’이라고 하시는 한심한 부모님들은 없는지요? 그 부모님들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학교공부가 무거운 돌과 짐이 된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참고로 어린이들의 놀이와 장난을 주제로 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해드립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천진한 동자승의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이르는 파란 많은 인생사가 신비로운 호수 가운데 있는 어느 암자의 아름다운 사계(四季) 위에 그려진다.


  1.봄... 업 : 장난에 빠진 아이, 살생의 업을 시작하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 숲에서 잡은 물고기, 개구리와 뱀에게 돌을 매달아 괴롭히는 짓궂은 장난에 빠져 천진한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승은 잠든 아이의 등에 무거운 돌을 묶어둔다. 잠에서 깬 아이가 울먹이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노승은 생물을 괴롭히는 장난 즉 그 잘못을 되돌려놓지 못하면 그것이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 이른다.


 2. 여름...욕망 : 사랑에 눈뜬 소년, 집착에 빠져든다.

   아이가 자라 17세 소년이 되었을 때, 산사에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하러 들어온다. 소년의 마음에 소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차오르고, 노승도 그들의 사랑을 감지한다. 소녀가 떠난 후 더욱 깊어가는 사랑의 집착을 떨치지 못한 소년은 불상을 싸들고 산사를 떠나 그 소녀를 찾아간다.


3. 가을... 분노 : 살의를 품은 남자, 고통에 빠지다.

   절을 떠난 후 십여 년 만에 배신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되어 산사로 도피해 들어온 남자. 단풍만큼이나 붉게 타오르는 분노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불상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자 그를 모질게 매질하는 노승. 남자는 자신을 체포하러온 형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승이 바닥에 써준 반야심경을 새기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 남자를 떠나보낸 고요한 산사 배위에서 노승은 다비식을 치른다.


4. 겨울... 비움(公) : 무의미를 느끼는 중년, 내면의 평화를 구하다.

   중년의 나이로 폐허가 된 산사로 돌아온 남자. 노승의 사리를 수습해 얼음불상을 만들고, 겨울 산사에서 무거운 맷돌을 끌고 다니며 심신을 수련하며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절을 찾아온 이름 모를 여인은 어린 아이만을 남겨둔 채 황급히 떠나다가 얼음구멍에 빠져 죽고 만다.



5. 그리고 봄... 새로운 인생의 사계가 시작되다.

   노인이 된 남자는 어느새 자라난 동자승과 함께 산사의 평화로운 봄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동자승은 그 어느 봄의 아이처럼 물고기, 개구리와 뱀의 입속에 돌맹이를 집어넣는 장난을 치며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영화 ‘금지된 장난’>


  프랑스의 목가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독일군의 만행이 일어나고, 그 만행 속에서 부모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 소녀 폴레뜨. 그녀는 상류층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나다가 그 사건 이후로 죽은 개의 시체를 찾아다니며 떠돌게 된다. 그녀는 소작농의 아들 미쉘을 만나 서로 강력한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 두 아이는 서로 비밀을 나누고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놀이 즉 ‘금지된 장난’을 하게 된다. 그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죽은 동물들의 시체들을 모아다가 장례식을 정중하게 치뤄주기로 결심하고 그 무덤앞에 세울 십자가를 모으기 위해 마을 성당, 장의차의 십자가까지 훔쳐내는 놀이를 한다...

                               

                           <영화 ‘거북이도 난다’>


  이라크 국경지역의 쿠르디스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문에 사담 후세인의 핍박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든다. 이들 중에는 어린이답지 않은 리더십과 조숙함으로 또래 아이들의 인정을 받으며 살아가는 “위성(위성안테나 설치 전문에 따른 별명)”이라는 소년과 전쟁 속에서 팔을 잃은 소년 “헹고”가 있다. “위성”은 “헹고”의 여동생인 “아그린”을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지나, 그녀는 전쟁 중 받은 상처로 늘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위성”은 지뢰를 내다팔고 무기를 사두는 등,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나가면서 “아그린”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아그린은 그런 “위성”과 자기를 아껴주는 오빠 “헹고”, 그리고 불쌍한 아들인 “리가”가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중 군인들에게 겁탈당하고 아이까지 낳은 죄(?) 때문에 늘 자살을 생각하다가 어느 날 거북이를 놓아준 아들 리가를 돌에 묶어 연못에 빠뜨려 죽이고 자신도 절벽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만다...


   주: 천국에 가장 가까이 닿을 수 있는 존재는 아마 아이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지옥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재난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어른들에 있어 진정한 ‘금지된 장난’인 전쟁이 아닐까요? 이 전쟁이란 어른들에 있어 ‘위험한 불장난?’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 어른들의 불장난으로 인해 아이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수많은 상처와 죽음을 당합니다. 결국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아이들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러한 엄청난 상처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여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그의 영화 ‘거북이는 난다’에서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대해 극약처방(?)을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는 그 안에서 세상의 마지막 이미지를 보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탄식으로부터 더 나아가 부서져가는 세상으로부터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간절한 그의 소망이기도 하며 또한 이미 눈에 보이는 황폐한 세상 안에서 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비가시적인 세상의 구원을 기다리는 작은 믿음이라는 것은 그의 인터뷰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내 영화에서는 부시와 사담 후세인이 조연이며, 이라크 사람들과 거리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다. 독재와 파시스트 체제에서 희생되어가는 세계의 모든 순수한 어린이들에게 내 영화가 바쳐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영화자료출처: 무비스트)

 

              <말씀에 접지하기;  루카 18,16-17>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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