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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채명신 장군의 아름다운(대림 제3주)
   2013/12/14  11:54

채명신 장군의 아름다운 비밀(대림 제3)

마태오복음 11,2-11

 

 

지난 11월에 86세로 작고한 채명신 장군은 베트남 전쟁 영웅이요 박정희의 정권연장을 반대한 용장이었다. 자기를 서울 현충원 장성묘역이 아니라 사병 묘지에 묻어달라고 유언으로 남겼다. 4일장인 장례 기간 내내 나흘간 잠을 자지 않고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던 채 장군의 동생 채 모씨가 장례 당일에는 보이지 않았다. 채 장군의 부인 문정인 여사가 76살 고령에 나흘간 밤샘한 그를 배려해서 집에 가서 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생 채 씨는 채 장군이 60년 넘게 숨겨온 사람이었다. 채 씨는 채 장군이 1951년 초 강원도에서 생포한 조선노동당 제2 비서 겸 북한군 대남유격부대 총사령관 길원팔 중장이 아들처럼 데리고 다녔던 전쟁고아였다.

 

당시 육군 중령이던 채 명신장군은 북한군 후방에 침투하는 한국군 최초의 유격부대 백골병단을 이끌고 강원도에서 숨어서 활동하는 북한군을 색출하는 작전을 펼쳤다. 51325일 인민군 거물 길원팔이 숨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직후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군량밭이란 마을을 급습했다. 채 장군은 그곳을 지키던 북한군들에게 평안도 말씨로 중앙당에서 나왔다. 조사할 게 있으니 협조해 달라.”고 안심시킨 뒤 그들을 전원 사살했다. 이어서 숨어있던 길원팔을 붙잡았다. 그는 김일성의 직인이 찍힌 작전훈령과 전선 사령관들에게 보내는 친필 서한 등 특급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채 장군은 방에서 길원팔과 단둘이 마주보고 신문하기 시작했다. 길원팔은 채 장군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네 놈은 누구냐?”고 되물었다. “대한민국 국군 유격대 사령관 채명신이다.”라고 대답하자 그 썩어빠진 이승만 괴뢰도당 중 이곳까지 침투할 놈은 없다. 반란군 아니냐?” 하고 쏘아붙였다. 채 장군은 자서전에서 길원팔은 조금도 당황하거나 불안한 기색 없이 침착하고 당당했다. 그는 확실히 거물이었다.”고 적었다. 채 장군은 당신 같은 사람은 나와 함께 남쪽으로 가면 영웅 대접을 받을 것이다.” 하며 전향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길원팔은 썩어빠진 땅에 왜 가느냐?”며 한 마디로 거절했다. “부탁이 있다. 김일성 동지에게 선물로 받은 내 총으로 죽고 싶다.”고 말했다. 길원팔은 전쟁 중 부모를 잃은 고아 둘을 아들과 딸처럼 키워왔다. 저기 밖에 있으니 그를 남조선에 데려가 공부를 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길원팔이 적군의 장군이지만 그의 인간됨에 끌린 채 장군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채 장군은 길원팔의 총에 실탄을 한 발 넣어 건네주고 몸을 돌려 방을 나왔다. 잠시 후 총소리가 났고 길원팔은 책상에 머리를 숙인 채 숨졌다. 채 장군은 양지바른 곳에 그를 묻고 부하들과 함께 경례했다. 적장이었지만 충분히 경례를 받을 만한 장군이었기 때문이었단다. 채명신 장군의 부인 문정인 여사는 1129일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채 장군이 생전에 길원팔을 많이 칭찬했다. 적장이긴 하지만 사나이 중의 사나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25살인 채명신 장군은 손수 밥을 지어 그 고아소년을 돌보다가 그가 고등학생이 됐을 무렵 문 정인여사와 결혼했다. 그 뒤에는 지인에게 고아소년을 맡기고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서울대에 진학하게 했다. 채 장군은 북한군 고위 간부가 데리고 있던 고아 소년을 입적시킨 사실이 문제가 돼 군 생활이나 진급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고아소년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이학 석사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 유명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십여 년 전 은퇴했다. 채명신 장군과 채 교수는 채 장군이 숨질 때까지 우애 깊은 형제로 지내왔다고 한다. 채 장군의 자녀들은 그를 삼촌으로 모시고 채 교수의 자녀들은 채 장군을 큰아버지라고 부른단다. 채 장군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적었다. “길원팔이 맡긴 10대 남녀 아이를 동생으로 자기 호적에 입적했다. 여자아이는 전쟁 중에 숨졌으나 남자아이는 아들처럼 키웠다. 사랑을 다 바쳐 키웠다. 대학 교수가 됐다.” 그 당시 채 장군은 그의 인생도 중요하니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여사도 지난 달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런 사실을 절대 주변에 알리지 않고 지내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기사화하지 마라고 부탁했다.

 

 

감옥에 갇혀 처형될 날만 기다리고 있는 세례자 요한은 메시아의 선구자 역할을 다하기 위해 갈대처럼 변덕스럽거나 우유부단하지 않고 죄인들을 용납하지 않는 비타협주의자였다. 그는 메시아께서 자기를 감옥에서 풀어주고 원수들을 심판하며 죄악으로 점철되는 인류 사회를 개혁해주시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의인인 세례자 요한을 투옥시킨 원수들의 잘못을 들춰내어 그들을 심판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죄인들을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으로 감싸줌으로써 그들이 하느님의 품속으로 돌아오게 하려 이 세상에 오셨던 것이다. 세례자 요한은 이러한 예수님의 신비를 깨달아야 그분 때문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된다. 예수님이 당신을 처형한 원수들을 용서하면서 돌아가셨듯이, 우리도 죄인들이 당장 심판받기를 원하지 말고 먼저 그들의 회개와 구원을 하느님께 간청해야겠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잘못을 따지고 꾸중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고 칭찬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칭찬을 들으면 여자는 품위를 갖추게 되고, 남자는 순수해진다. 이와 반대로, 남을 비난하면 상대방의 속을 뒤집어 놓기 쉽다. 그러면 그를 변화시키기는커녕 반감과 원한만 불러일으키게 된다. 사람의 좋은 면을 찾아내는 것은 악한 면을 지적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욕하면서 배우고, 칭찬하면서 배운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은 자기도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반면, 다른 사람의 약점을 많이 보고 비난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렇게 부정적 인간으로 변한다. 이웃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데 습관이 된 사람은 자기 인생과 세상일을 긍정적으로 보고 관대하고 친절하고 낙관적인 성품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곧 이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보다 더 값진 재산이 아니겠는가? 채명신 장군은 적장 길원팔의 위대한 면모를 간파하고 자결한 그에게 정중하게 경례를 했다. 그의 훌륭한 점들을 칭찬하며 한평생을 살았다. 그래서 채장군은 불의와 야합하지 않고 군인으로서 걸어야 할 길을 충실히 걸어간 것 같다. 온갖 불이익에도 굽히지 않고 길원팔이 부탁한 그 고아소년을 훌륭한 교수로 키워냈다. 한 생명을 구한 이는 온 세상을 구하는 사람이다.”(탈무드

 

 

이웃의 훌륭한 성품과 장점들을 찾아내어 칭찬하는 사람은

자기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이웃의 삶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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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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