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NEWS > 교황청 소식
제목 교황, 시칠리아 성직자들에 “공의회가 여러분을 인도하길 바랍니다”
   2022/06/16  10:52


시칠리아 교회의 주교와 사제들의 교황 알현  (Vatican Media)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9일 시칠리아의 수호자 ‘오디지트리아 성모(길을 인도하시는 성모)’ 대축일을 맞아 시칠리아 성직자들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복자 피노 풀리시 신부와 복자 로사리오 리바티노 판사를 기억하라며, 대중 신심을 유지하되 교회의 성장에 발맞춰 가르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Andrea De Angelis / 번역 이정숙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9일 시칠리아의 수호자 ‘오디지트리아 성모(길을 인도하시는 성모, Madonna Odigitria)’ 대축일을 맞아 교황청 클레멘스 홀에서 시칠리아의 주교 15명과 사제 약 300명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역사의 주역들이 “친밀함, 연민, 애틋한 사랑”이 깃든 “완전한 목자의 모습”으로 사람들 가까이에 있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변화는 성령의 식별로 말미암은 담대한 선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칠리아도 예외는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려면 시칠리아섬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교황은 시칠리아의 주교들과 사제들에게 “완전하고, 총체적이며, 독점적인 봉사”를 주문했다. 

 

사회적 상황
교황은 과거 시칠리아가 “유럽 대륙 사람들이 그리는 역사적 경로의 중심”에 있었음을 발견하고 “일부는 통치자로, 일부는 이주민이 된 민족들의 흐름”을 수용함으로써 “그들을 시칠리아로 통합시키며 고유한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시칠리아섬에 관한 영화 “카오스(1984)”를 언급했다. “카오스”는 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의 단편을 바탕으로 한 4편의 에피소드가 담긴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다. “저는 그 아름다움, 그 문화, ‘대륙의 섬나라 근성’에 감동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기존의 어려움을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이 행복한 섬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섬이라는 조건이 시칠리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결국 우리가 가진 모순을 부각시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칠리아에서 훌륭한 미덕과 끔찍한 잔학행위를 동시에 목격합니다. 이는 뛰어난 예술적 아름다움을 지닌 걸작들과 함께 참혹하게 방치된 장면들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문화 수준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존엄한 인간의 삶에서 단절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시칠리아의 일상은 강렬합니다. 눈부신 태양의 힘으로 들판과 바다, 꽃과 하늘이 강렬한 색감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폭력적인 이들의 손에 의해, 또한 교회와 국가의 종들인 성인들과 의로운 이들의 겸손하고 영웅적인 저항으로 인해 많은 피를 흘린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시칠리아의 젊은이들
교황은 시칠리아의 현 사회적 상황과 관련해 “수년 동안 급격한 퇴보 상태”에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근거로 “출산율 저하, 젊은이들의 대규모 이주에 따른 섬의 인구 감소”를 언급했다. 교황은 사제들과 주교들에게 “완전하고, 총체적이며, 독점적인 봉사”를 요구하면서 젊은이들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젊은이들은 본당과 교회 운동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젊은이들은 정의와 정직의 길을 단호하게 택하기 위해 낡고 틀리고 심지어 부도덕한 행동방식과 분명히 거리를 둬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사제들과 교회 사람들에 대한 판결을 위해 교황청에 전달된 서류들을 받을 때 매우 슬펐습니다. 어떻게 불의와 부정직의 길로 가게 됐을까요?”

 

친밀함의 본보기인 복자들
교황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하느님 백성의 운명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제들과 신자들의 모습”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황의 생각은 그들 중 특히 두 명에게로 향했다. 

 

“복자 피노 풀리시 신부님과 로사리오 리바티노 판사님, 그리고 삶의 모든 상황에서 그리스도와 사람들에게 충실했던 익명의 남녀를 우리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낙담하거나 실직한 사람들, 아이들이나 점점 더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들 가운데에서 그토록 많은 성직자들이 묵묵히 보여준 끈기 있고 애정 어린 사목활동을 우리가 어떻게 간과할 수 있겠습니까? (...) 왜냐하면 시칠리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성직자들을 영적, 도덕적 길잡이로, 섬의 시민과 사회생활을 개선하는 이들로,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과 자라나는 젊은이들을 위한 본보기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직자에 대한 시칠리아 사람들의 기대치는 높고 까다롭습니다. 부탁합니다. 어중간하게 있지 마십시오.”

 

하느님과 사목자의 방식
교황은 변화와 일상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 이탈리아와 유럽의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지역들과 시칠리아를 구분짓는 격차로 인해 괴로움과 실망이 만연해” 있을 때, “우리 사목자들은 이 백성들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라는 부름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직자들에게 세 단어를 제시했다. 

 

“친밀함, 연민, 애틋한 사랑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방식입니다. 사목자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몸소 말씀하셨습니다.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주 우리 하느님 같은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에 있느냐?’ 친밀함은 연민입니다. 모든 것을 용서합니다. 그것은 애틋한 사랑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미사를 항상 중심에 두는 방식이기도 하다. 교황은 약 4년 전인 지난 2018년 9월 15일 팔레르모에서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들에게 했던 연설을 떠올리며 출세주의를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출세주의는 여러분을 실망하게 만드는 잘못된 길입니다. 결국에는 여러분을 혼자 남겨둘 것입니다.” 

 

“교회로부터 성직에 위임됐다는 말(Istituzione)은 사제의 정체성을 설명합니다. 사제란 날마다, 휴일 없이 쉬지 않고 날마다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선물의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사제 여러분, 우리의 사제직은 직업이 아니라 선물입니다. 경력을 쌓는데 필요한 직업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사명입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와 성모님께 의탁
교황은 “일치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실천인 “시노드 정신을 살아내려는” 시칠리아섬 교구들의 지향을 높이 평가했다. 

 

“지역 성직자 양성을 위한 다양한 계획에서 사제의 형제애와 부성애를 활기차게 하여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되고, 성령의 도움을 받아 이어간 단계에 감사와 경이로움을 느끼며, 인간적 체험과 영적 체험, 사목적 계획들을 서로 솔직하고 성실하게 나누는 가운데 ‘함께 걸어가려는’ 여러분의 결의가 아름답습니다. 우리의 삶과 우리 공동체의 실존적 경계에서 하느님의 놀라움에 마음을 여는 길, 겸손하고 진심 어린 경청을 통한 깨달음과 함께 우리는 식별하며 우리 마음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교황은 “성모님께 의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모님께 의탁함으로써 “모든 상처를 위로하고 달래주는 대화”가 날마다 펼쳐진다며, 이것이 사제들에게 “독신제의 풍요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묵주기도를 바칠 때와 마찬가지로 겸손한 말과 응시로 이뤄진 대화를 나누며 사제는 하느님께 온전히 바쳐진 성모님의 동정이라는 진주가 어떻게 성모님을 모두를 향한 애틋한 사랑의 어머니가 되게 했는지 발견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제도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때로는 힘들더라도, 그 투명성 안에서 소중하고 풍부한 독신제의 풍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
교황은 연설을 마치며 주교들과 사제들에게 대중 신심을 지키고 교육하도록 초대했다. 이어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말을 인용해 “온갖 미신적 행위에서 벗어나 신심과 같은 내적 가치를 발견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험담을 경계하라며 “이는 교회를 파괴하고, 공동체를 파괴하고, 소속을 파괴하고, 인격을 파괴하는 전염병”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60년 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을 장려하라고 말했다. 

 

“저는 시칠리아 미사에 가지 않았지만 몇 장의 사진을 봤습니다. (...)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여전히 옛날 복식과 관습들 (...) 언제적 얘깁니까? 이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부터 60년이 지난 오늘날의 모습인가요? 전례 예술, 전례 방식에 대한 약간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 어머니이신 교회와 함께 교회가 바라는 대로 전례를 거행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섬의 기질이 공의회가 제시한 진정한 전례 개혁을 방해하지 않게 하십시오. 그저 그렇게 남아 있는 이들이 되지 마십시오.”

 

원문 :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2-06/papa-francesco-udienza-vescovi-sacerdoti-sicilia-chiesa-discors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