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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광복절 노래와 마리아의 노래 (월성성당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2022/08/16  16:44

성모승천대축일

 

2022. 08. 15(월) 월성성당

 

오늘은 성모승천대축일이며 광복절입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대개 주교좌 계산성당이나 범어성당에 가서 미사를 집전하였는데 이번에는 월성성당에서 이렇게 대축일 미사를 여러분과 함께 드리게 되었습니다.

5년 전에 월성본당 25주년 겸 견진성사 미사를 집전하였는데 올해는 본당 30주년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월성본당 30주년을 맞이하여 1년 동안 여러 가지 행사와 프로그램이 기획되어 있던데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월성본당은 3대리구청이 자리하고 있고 3대리구의 중심 본당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이름과 위치에 맞게 선교나 사목에 있어서 늘 모범을 보여주신 데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본당발전과 지역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역대 회장님들과 교우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이번 교구사제인사를 통해 안주홍 젤마노 신부님께서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로 선교를 떠나십니다. 그래서 오늘 이 미사 중에 ‘선교사 파견예식’이 있을 것입니다. 안 신부님께서 회교도가 대다수인 낯선 그곳에서 선교를 잘 하시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역사적으로나 교회적으로나 아주 기쁜 날입니다.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35년간의 일본강점기에서 벗어난 ‘광복절’이면서, 성모님께서 지상생활을 마친 다음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늘나라에 오르신 ‘성모승천대축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에서 가르치는, 성모님에 대한 네 가지의 ‘믿을 교리’가 있습니다.

첫째는, ‘성모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것입니다. 구세주를 낳으실 분이시기 때문에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잉태될 때부터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교리입니다.

둘째는, ‘성모님은 천주의 모친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성자 예수님을 낳으신 분이시기 때문에 성모님은 비록 인간이시지만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교회가 부여하였습니다.

셋째는, ‘성모님은 평생 동정이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으실 때는 물론이요 그 후에도 성모님께서는 평생 동정이셨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성모승천’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지상 생애를 마친 다음 하늘로 불려 올라가셨다는 것입니다.

성모승천에 관해서는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초대교회 때부터 오랜 세기 동안 있어왔던 전승입니다. 그러나 믿을 교의로 선포된 것은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께서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이라는 회칙을 발표하심으로써 이루어졌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선언하셨습니다.

“원죄 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께서는 지상 생애의 여정이 끝난 다음 그 영혼과 육신이 천상의 영광 안에 받아들여지셨다.”

성모승천은 곧 하느님께서 성모 마리아를 하늘에 불러올리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과거 우리나라는 성모승천을 ‘성모몽소승천’(蒙召昇天)으로 표현하였었습니다. 이것은 한 인간이 하느님께 온전히 받아들여졌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에 맡기신 성모 마리아께서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에 온전히 참여하셨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더 나아가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시는 순간부터 마지막에 이르시기까지 하느님의 은총을 충만히 받으신 분이심을 드러냅니다.

오늘 복음(루카 1,39-56)에서도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이렇게 외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루카 1,42-43)

엘리사벳은 이처럼 성모님을 ‘주님의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성모님은 ‘성부의 딸이며 성자의 어머니시고 성령의 배우자’라고 하시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계시는 성모님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모님을 하느님께서 그냥 지상에 두시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한 일입니다.

그러면 이 성모승천 교의가 우리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성모 승천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의 구원과 그 충만함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우리가 매 주일마다 ‘신앙고백’을 통하여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고 하는데, 우리의 이 근본적인 희망이 마리아에게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몇 년 전 성모승천대축일 삼종기도에서 말씀하시기를, “성모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것은 우리 삶의 종착지가 (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집임을 보여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성모승천대축일은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광복절 이상으로 기쁜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우리 민족이 일본 강점기에서 해방된 지 77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풀리지 않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 문제로 인해 한일관계가 더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도 쉽지 않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가졌고, 북미 정상회담도 세 차례 있었지만 별 성과가 나질 않고 있고 새 정부 들어서는 대립 관계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대립 등으로 국제정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우리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도와주시도록 열심히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광복절 노래’를 아세요?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이 노래는 정인보 선생님이 작사하였고 윤용하 선생님이 작곡한 노래입니다. 올해가 윤용하 요셉 선생님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해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하고 동갑이신데 이분은 1965년 43세의 나이로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이번 주 가톨릭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까, 윤용하 선생님은 1922년에 황해도 은율군에서 3대째 내려오는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었습니다. 그 당시 불란서 신부님의 영향을 받아 사제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장남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음악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리밭’이라는 노래 아시지요?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이 노래(박화목 작사)는 윤용하 선생님이 6.25 한국전쟁 때 부산에 피난 가서 지은 노래입니다.

‘나뭇잎 배’라는 동요 아세요?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거리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이 노래(박홍근 작사)는 윤용하 선생님께서 1955년에 작곡한 노래입니다.

그 당시 해방 후, 그리고 6.25전쟁 전후로 해서 그 가난하고 어렵게 살던 시절에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지어 불렀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정신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성모님도 노래를 부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48)

이것은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의 환영의 말에 마리아가 답가로 하느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찬송의 노래, 즉 ‘마니피캇(Magnificat, 찬양하다)’을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도 오늘날 이 시기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성모님처럼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하고 믿으며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해 나간다면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더욱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살아가시길 축원합니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하루빨리 물러가도록 도와주시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도록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