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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친교와 사회복지 (대구 카리타스 신년 미사 강론)
   2024/01/08  9:31

대구 카리타스 신년 미사

 

2024. 01. 06. 주님공현대축일, 범어대성당

 

주님의 성탄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런데 ‘복을 누구 줘야 받지요’ 하던데, 복을 누가 줍니까?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의 선물이 복인 것입니다. 2024년 새해에도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빕니다.

올해가 갑진년(甲辰年) 용띠해라고 합니다. 그것도 청룡이라고 합니다. 용은 십이지신(十二支神) 중에서 유일하게 가상의 동물이지만 힘찬 기운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힘찬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임진년(壬辰年)에 태어났으니까, 저도 용띠입니다. 사실 우리가 용띠이든 뱀띠이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기쁘고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올해 우리는 갑진년도 좋지만, ‘친교의 해’에 중점을 두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대구 카리타스 신년교례회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사회복지에 종사하거나 봉사하시는 분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활동이 친교의 삶을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정말 좋은 몫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한 해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맡은 일에 충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7월에는 특히 경북 북부지방에서 수해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나서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카리타스 직원들 중심으로 복구 지원활동도 펼쳤습니다.

지난해에는 의미 있고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 카리타스 협회’가 출범하여 한국천주교회의 사회복지활동을 큰 틀에서 지원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톨릭근로자회관(관장 이관홍 신부)이 지난 50년 동안 근로자와 이주노동자, 그리고 난민 등과 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꾸준히 돌봐주고 지원해준 공로로 지난달에 아산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주님공현대축일’입니다. 동방의 세 박사들을 통하여 예수님의 탄생이 세상에 드러난 것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세상에 없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공짜가 없고, 비밀이 없으며,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있는 것이 수없이 많겠지만, 대표적으로 있는 것은, 하늘엔 별이 있고, 땅에는 여러분이 있으며, 그리고 내 가슴 속에는 여러분을 향한 사랑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2,1-12)을 보면, 동방에서 박사들이 별을 보고 유다 베들레헴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께 찾아와 경배를 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고 합니다. 이 동방의 박사들이 인류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이 박사들로 인하여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아기 예수님께 드렸다는 것은 각자의 의미가 있습니다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귀한 것을 바쳤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탄생’을 보셨습니까? 김대건 신부님의 생애를 다룬, 런닝 타임 2시간 반짜리 영화인데. 많이 안 봤던 것으로 압니다. 지난 여름까지 36만여 명이 봤던 것으로 압니다.

그 영화를 만든 남상원 회장님과 소설 ‘인간시장’을 썼던 김홍신 작가님을 지난여름에 만났 적이 있습니다. 소설 ‘인간시장’은 수백만 부가 팔렸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영화로도 나왔지요. 김홍신 작가님은 구교우이시고 남상원 회장의 영세 대부입니다. 두 분 다 충남 논산 사람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할아버지 고향이 논산입니다. 남상원 회장은 몇 전까지만 해도 불교 신자였는데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을 알고 추기경님을 존경하게 되어 몇 년 전에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을 다룬 정채봉 작가의 동화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보셨나요? ‘저 산 너머’라는 영화인데. 남회장님은 이것을 계기로 세례를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저 산 너머’는 제작비가 크게 들지는 않았는데, ‘탄생’은 150억 원도 더 넘게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36만 명밖에 보지 않았으니까 얼마나 손해가 많이 났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괜찮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하느님께서 벌써 다 갚아주셨습니다.” 했습니다. 이분이 건축하시는 분인데 아파트 단지 하나를 이 불경기에 완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른 데서 그 손실을 다 메꾸어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동방박사들이나 남상원 회장님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헤로데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새로운 메시아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헤로데 임금은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다 죽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성 요셉은 아기 예수님과 성모님을 모시고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 했던 것입니다.

이번 주 ‘대구주보’ 강론을 사회복지국 차장인 허진혁 바오로 신부님이 쓰셨던데, 그 글에도 나옵니다만, 동방에서 별을 보고 그 먼 길을 찾아왔던 박사들은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 꿈을 비전으로 만든 사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 태어나신 메시아를 만날 수 있었고, 무사히 자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의 꿈은 무엇이고, 그 꿈을 어떻게 비전으로 만들어서 실현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2000년 전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고을에 가난하고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 당신의 꿈이었고 비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죄 사함과 우리의 구원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내주시고 마지막에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던 것입니다.

친교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내어주고 양보하고 낮추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은 우리와 하나를 이루고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하여 당신을 한없이 낮추고 당신을 다 내어놓으신 것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주님공현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의 사회복지 활동과 친교의 삶을 통하여 주님을 이 세상에 드러내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