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그리스도와 함께 희망의 길로 (예수성심시녀회 총원장 선거일 미사 강론)
   2024/01/19  15:2

예수성심시녀회 총원장 선거일 미사

 

2024. 01. 13.

 

지난 1월 4일부터 ‘회복하여라! 그리스도와 함께 희망의 길로’라는 주제를 가지고 예수성심시녀회 제15차 총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령 안에서 기도하며, 그리고 회원들과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와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우리는 앞으로 4년 동안 예수성심시녀회를 이끌어갈 총원장을 선출할 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적임자인지 깊이 생각하시고 성령께서 잘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도와주시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올 4월이면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습니다. 벌써부터 너도나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총원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분이 계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어떤 공동체를 이끌어갈 리더를 뽑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리더에 따라 공동체가 흥하기도 하고 멸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작든 크든 리더가 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기에 우리는 그 리더를 신중하게 잘 뽑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령께서 도와주시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수도회 장상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예수성심시녀회의 총원장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오늘 제1독서인 사무엘기 상권 말씀(9,1-4.17-19; 10,1)은 사울이라는 사람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는 장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제 읽었던 독서(사무엘 상 8,4-7.10-22)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선지자 사무엘을 찾아와 자기들을 통치할 임금을 정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사무엘은 그 임금으로 인해 따라올 부작용이 환히 보이기 때문에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주님의 허락도 있고 해서 키스의 아들 사울에게 기름을 붓고 왕으로 세웠습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 되어 처음에는 나라를 잘 다스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하느님의 눈 밖에 나고 말았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지 않고 하느님의 뜻대로 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에도 나오듯이 사울은 키가 크고 잘생기고 또 용맹하였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그야말로 완벽하였습니다. 바로 그것이 그의 걸림돌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자기도취와 교만에 빠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하느님께 의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완벽한 사람을 뽑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부족한 가운데 살아갑니다. 부족한 사람이기에 서로 돕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날은 자기만 똑똑한 리더를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협력하고 서로 존중하고 헌신할 줄 아는 리더를 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마르 2,13-17)은 예수님께서 세관에 앉아있는 ‘레위’라는 사람을 부르시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세리 이름이 레위가 아니라 ‘마태오’로 나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목표어가 ‘자비로이 부르시니’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세리 마태오를 부르시는 복음 구절을 해설한 베다 성인의 말씀에서 따온 말입니다.

사실 ‘자비’는 교황님께서 옛날에 처음 사제 성소를 받았을 때부터 체험하였던 요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8-9년 전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맞이하여 보편교회가 ‘자비의 특별 희년’을 지내기도 하였습니다. 자비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목 활동의 중심 노선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여튼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부르신다는 것, 그리고 어떤 지위나 학식이 아니라 그 속마음을 보시고 부르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당시 죄인으로 취급받던 세리까지 당신 제자로 자비로이 부르셨던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뽑아 3년 동안 당신의 제자로, 당신의 사람으로 만드시는 것입니다. 부족한 우리들을 당신의 일꾼으로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자리에 있든 수도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하며, 아버지께서 자비로운 것처럼 우리도 늘 자비로운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