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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및 현풍성당 견진성사 강론)
   2017/11/24  10:38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및 현풍성당 견진성사


2017년 11월 19일. 연중 제33주일. 평신도 주일

 

2014년 3월 초에 성당과 교육관 리모델링 축복식과 유치원 축복식을 위해 현풍성당을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견진성사를 집전하기 위해 방문하였습니다만,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행사를 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평신도 주일’이며 ‘평신도 희년’이 시작하는 날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이 미사를 봉헌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작년 이맘때 ‘자비의 특별 희년’을 폐막하시면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도입하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해마다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World Day of The Poor)로 지내도록 하셨습니다. 오늘이 바로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지난 6월 13일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합시다.’(Love not in word, but in deed)라는 제목으로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문을 발표하셨습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합시다.’라는 제목은 요한 1서 3,18의 말씀에서 따온 것입니다.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 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 안에 교황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의 핵심이 들어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저를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서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뭔가 돕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것을 실천에 잘 옮기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이해서 사랑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주시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주 3박4일 간 일본에서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고령화와 교회’였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가 되었습니다만 우리나라가 최근에 인구절벽 때문에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초등학교 113개교, 중학교 10개교, 고등학교 7개교라고 합니다. 총 130개 학교에 올해 입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결혼을 잘 안 하니까 아이도 안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결혼을 했더라도 작년 말 출산율이 1.17명이었습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입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에다 최저의 출산율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위험사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고령화만 문제가 아니라 노인 빈곤이 더 문제입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최고의 노인 빈곤율(49.6)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측 발표를 성가소비녀회 이계영 수녀님이 하셨는데 폐지를 주우며 살아가는 노인이 170만 명이 된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좋은 정책과 실행사항을 내놓아야 하겠지만, 우리들이 개인적으로든 공동체적으로든 그분들을 가까이 하고 함께 살아가는 노력들을 해야 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담화문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가 복음의 본질을 우리 삶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고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하느님의 은혜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108명의 교우들이 견진성사를 받습니다. 동티모르에서 오신 형제분 34명도 견진성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동티모르는 2002년에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국가인데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라고 합니다. 대구 가톨릭 근로자 회관(관장 이관홍 신부)에서 이런 외국인 근로자 분들을 사목하고 있습니다. 
오늘 견진성사를 받으시는 이 분들에게 미리 축하를 드리며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빕니다. 2000년 전 오순절 날에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렸던 그 성령께서 오늘 이분들에게 내리시어 하느님의 성숙한 자녀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확고하게 변화시켜주시고 그 믿음을 견고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견진성사는 주교의 안수기도와 크리스마 성유의 도유로 ‘성령 특은의 날인’을 받는 성사입니다.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께서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전에 우리가 받았던 세례성사를 완성하게 되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확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들은 자신의 믿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 있고 담대하게 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이며 한국 평협 50주년을 맞아 선포된 ‘평신도 희년’(2017년 11월 19일부터 2018년 11월 11일까지)이 시작하는 날입니다. 평신도 희년에 교회가 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 전대사가 주어집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평신도 희년’을 잘 보내시고 은혜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평신도 희년의 주제는 “복음화의 증인 – 내가 너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 참조)입니다. 
어제 오후 4시에 주교좌계산성당에서 각 본당 총회장님들과 교구 평신도 단체장 분들과 함께 평신도 희년 개막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런 책임을 맡은 분들뿐만 아니라 여러분 모두를 하느님께서 당신의 일꾼으로 뽑으신 것입니다. 뽑으신 이유는 복음화의 증인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특히 오늘 견진 받으시는 분들은 이 세상의 복음화의 증인으로, 일꾼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탈렌트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탈렌트는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의 화폐 단위이지만 오늘날은 사람의 재능, 소질, 연기자 등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하여튼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가진 그릇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다섯 탈렌트, 어떤 사람에게는 두 탈렌트, 또 어떤 사람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셨습니다. 그 탈렌트를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탈렌트는 무엇보다도 신앙의 유산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신앙의 유산을 땅에 묻어두고 썩혀서야 되겠습니까?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이해서 우리들에게 주어진 탈렌트를 잘 사용하여 이 세상의 복음화의 증인으로 살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현풍본당 주보성인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십니다. ‘순교자’를 라틴말로 ‘Martyr’라고 하는데, 이 ‘Martyr’란 말이 ‘증인’을 뜻하기도 합니다.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치며 자신이 믿는 바를 증언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는 아닐지라도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증언하는 복음화의 증인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이 강론을 마친 후에 우리 모두가 새롭게 신앙을 고백을 하고 난 뒤 저는 견진대상자들을 위해 성령안수기도를 바치고, 견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마에 크리스마 성유로 십자표를 그어드릴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분들은 이제 주님의 일꾼이요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신앙을 이 세상에 드러내며 떳떳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