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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을 향한 사랑살이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종신서원미사 강론)
   2018/02/05  10:58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종신서원미사


2018. 02. 02.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오늘 종신서원 하시는 세 분의 수녀님들, 축하드립니다. 주님의 크신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주보성인이신 성 바오로 사도께서 오늘 종신토록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고자 하는 수녀님들을 위하여 특별히 하느님의 은총을 빌어주시기를 빕니다.
 
오늘은 ‘주님 봉헌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지 40일째 되는 날 성모님께서 정결례를 치르고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오늘 이 날을 ‘봉헌생활의 날’로 정하시고 자신을 주님께 봉헌한 수도자들을 기억하고 기도할 것과, 많은 젊은이들이 봉헌생활로 초대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도록 기도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교회에 축성생활(봉헌생활)이 없다면 교회의 영적 은사의 풍요로움을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겠습니까? 수많은 수도회는 교회를 이끄시는 성령의 활동을 그만큼 다양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박현동 아빠스, 2018년 ‘봉헌생활의 날’ 담화문 중에서) 수도생활은 교회에 영적 은사의 풍요로움을 제공하기에 교회의 보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수도회 지원자가 급감하여 걱정이 아니 될 수 없습니다. 이 현상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만, 3-4년 전부터는 신학교 사제 지망생들도 급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오늘날 지극히 물질적이고 쾌락적이고 자극적인 세상, 흥미로운 것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과연 젊은이들이 청빈과 정결과 순명이라는 복음의 권고를 살고자 하는 수도생활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고 소유와 소비를 촉구하는데 우리는 스스로 가난함을 택해야 하고, 세상은 쾌락을 추구하는데 우리는 욕망을 자제하며 정결하게 살아야 하며, 세상은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데 우리는 하느님과 장상의 뜻에 순명하며 살아야 하는 봉헌생활에 오늘날 젊은이들이 얼마나 매력을 느끼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 오늘날 사회적 현상과 분위기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자신의 삶을 좀 더 훌륭하게 잘 산다면 복음의 가치와 수도 서원의 매력을 젊은이들에게 한층 더 심어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거의 모든 성당에서는 1년 동안 전례에 사용할 초를 축복합니다. 초는 자신의 몸을 태워서 빛을 내는데, 오늘 ‘주님 봉헌축일’과 ‘봉헌생활의 날’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도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10년 전 오늘 이 수녀원에서 처음으로 제가 종신서원미사를 주례했습니다. 그날 열 한 분의 수녀님들이 종신서원을 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날 강론 때 노래 가사 하나를 들려준 기억이 납니다. 그 노래 가사를 오늘 다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1.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소. 타고 마시라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나니다.”
2. “반 타고 꺼질 진댄 애재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조차 마자 탐이 옳으니다.”
이 노래의 제목이 뭔지 아십니까? ‘사랑’입니다. 홍난파 작곡 이은상 시의 ‘사랑’이라는 노래입니다. 그런데 가사 1절, 2절 다 훑어봐도 ‘사랑’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없습니다. 대신 무엇이 탄다는 얘기만 자꾸 나옵니다. 그런데 제목이 ‘사랑’입니다. 
그러면 사랑이 무엇이라는 말입니까?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지는 부디 마소. 반 타고 꺼질 것 같으면 아애 타지 마시오.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 것 같으면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습니다.”
이처럼 사랑은 자신을 다 태우는 것입니다. 자신을 태워서 세상에 빛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봉헌인 것입니다. 수녀님들이 서원하는 청빈과 정결과 순명은 사랑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은 타지 않고 남만 타기를 바랍니다. 자신은 촛불 하나 켜지 않으면서 왜 방안이 어둡냐고 불평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초는 자신을 태우지 않고서는 빛을 낼 수 없습니다. 자신을 태우십시오.
오늘 종신서원 하시는 수녀님들은 10여 년 전에 수녀원에 들어와서 그동안 자신의 초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제 오늘 종신서원을 통하여 자신의 그 초에 드디어 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52년째 주방 소임을 맡고 계시는 어느 수녀님에 관한 신문기사를 며칠 전에 보았습니다. 우리 수녀원의 신 막달레나 수녀님도 주방 소임을 상당히 오래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만. 세상 사람들은 어떤 수녀님이 52년째 주방에서만 소임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여튼 올해 76세라는 그 수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한 50년을 지내고 보니 수도생활은 함께 모여 살고 나누고 의지하며 서로가 성화될 수 있도록 참아주고 배려하고, 상대를 통해 배우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수도생활은 예수님을 향한 사랑살이이며, 우리의 소임은 그 사랑의 표시다.”고 하셨습니다. 
각자 자신이 받은 소임을 지극한 사랑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예수님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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