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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품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안식 (위령미사 강론)
   2018/11/07  10:4

위령미사


2018. 11. 06. 교구청 성직자묘지

 

이 성직자묘지는 드망즈 주교님 일기에 의하면 1915년에 조성하여 그해 10월 29일에 십자가를 세웠고 11월 1일 ‘모든 성인대축일’에 주교님께서 축복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이곳에는 초대교구장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과 9대 교구장 최영수 요한 대주교님, 그리고 초대 대구본당 주임이셨던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을 비롯하여 78분의 성직자 분들이 누워 계십니다. 
드망즈 주교님께서 한 사제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성모님께 드린 허원을 수정하기까지 하였다는 이야기를 제가 몇 번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그 당시 신자들의 기도와 성모님의 은혜로 병을 이기고 다시 건강을 회복했던 소세 신부님은 이 묘지에 계시지 않습니다. 소세 신부님은 그 후 전라도 나바위 본당 신부님으로 가셔서 몇 년 간 사목하시다가 거기서 돌아가셨고 나바위 성당 뒷산에 묻혀 계십니다. 
하여튼 이곳에 계시는 분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생을 누리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구원은 인간의 판단이 아니라 하느님의 손길에 달렸기에 다시 한 번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바입니다. 
이와 함께 오늘 위령미사를 드리면서 세상을 떠난 우리 부모 형제 친척 은인들과 모든 연옥영혼들도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올해 우리 교구는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이하여 몇 가지 행사를 거행하였고 지난 10월 13일에는 성모당에서 봉헌 100주년 감사미사를 드렸습니다. 이번에 특별히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의 고향 교구인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대교구와,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의 고향 교구인 벨포르 교구의 주교님들을 초대하여 함께 하였습니다. 
이들 프랑스 주교님 일행은 10월 9일에 대구에 도착하였는데 그 다음 날 오전에 우리 교구청을 방문하였고 성모당과 성직자묘지를 방문하였습니다. 묘지를 방문하였을 때 스트라스부르 대주교님은 드망즈 주교님 묘소에 꽃을 바쳤고 벨포르 주교님은 로베르 신부님의 묘소에 꽃을 바치고 기도하셨습니다. 스트라스부르 대교구의 뤽 라벨 대주교님은 그날 있었던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교회와 한국 교회는 영적인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하였습니다. 
 
드망즈 주교님께서 1938년 2월 9일에 선종하셨으니까 올해로 선종 80년이 되었습니다. 
드망즈 주교님은 1937년 가을부터 병세가 깊어졌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해 10월에는 경북 북부지방으로 계획했던 마지막 사목방문을 몇몇 신부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열흘 동안 다녀오셨습니다. 그래서 병은 더 깊어졌고 결국 당신이 세웠던 성 요셉 진료소에 입원하셨습니다.
당시 의사의 말에 따르면 드망즈 주교님의 병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고치기 어려웠으나 서양에 가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교님은 “병 때문에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그것보다 한국을 떠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고 하셨다 합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맡기신 한국, 그리고 대구, 이제 이곳은 저에게 제2의 고향이 아니라 제1의 고향입니다.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 죽어 한국에 묻히지 못한다면 내게는 영원히 한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결국 주교님께서는 1938년 2월 9일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 1910년 한일합방이 되었던 그 다음 해에 대구대목구 초대교구장으로 부임하시어 일본 강점기의 그 어려운 시절에 27년 동안 교구 사목에 전념하셨고 교구의 토대를 단단히 쌓아 놓으시고 떠나셨습니다.
주교님의 시신을 처음에는 성 유스티노 신학교 성당에 모셨다가 그 다음 날 주교좌계산성당으로 옮겨서 사흘 동안 연도를 바치며 문상을 받았습니다. 나흘째인 2월 12일에 장례미사를 드렸는데, 주교님 당신이 조성하고 축복하셨던 이곳 성직자묘지에 안장되셨던 것입니다. 
 
당시 계산본당 평신도 회장이었던 서병조(베드로) 회장님은 조사(弔詞)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 드망즈 주교님의 별세여! 주교님의 병환이 쾌유하기를 기도하였으나,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 주교님의 그 인자하신 모습을 현세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진실로 엎드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중략)
아! 주교님을 떠나보낸 어린 양들은 갈 바를 몰라 방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교님의 평소의 성덕을 흠모하고 유훈을 지켜 안으로는 구원에 힘쓰고 밖으로는 교회를 위해 일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주교님, 성부 앞에서 저희를 위하여 기도해 주소서.”
이것은 당시 가톨릭신문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우리들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이곳에 묻혔던 모든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이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빕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씀도 주님을 믿고 의탁하며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선택하신 이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다.”(지혜3,9) 
 
드망즈 주교님은 선종하시기 전에 이런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유언 말씀을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온전히 신앙에 충실하고 계명을 잘 지키십시오. 모두 서로 화목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친교를 나누십시오. 나라와 민족을 초월하여 오직 하느님의 영광과 거룩한 교회의 유익만을 생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