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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비를 입고 생명을 향해 나아갑시다! (예수성심시녀회 제14차 총회 개막미사 강론)
   2020/01/07  9:54

예수성심시녀회 제14차 총회 개막미사

 

2020. 01. 06. 예수성심시녀회 총원 성당

 

오늘 우리는 예수성심시녀회 제14차 총회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강복하여 주시고, 성령께서 함께 하시어 오늘부터 시작하는 총회를 잘 이끌어주시도록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우리 수도회가 하느님 안에서 하나를 이루고, 설립자의 정신과 수도회의 카리스마에 맞게 더욱 쇄신할 수 있도록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도 우리를 위하여 전구해 주시길 빕니다.

 

이번 총회의 주제가 ‘일어나 가자, 자비를 입고 생명을 향하여!’ 라고 합니다. 4년 전에 있었던 지난 13차 총회의 주제는 ‘깨어나라, 가난과 섬김의 삶으로.’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깨어났으니까 이제 ‘일어나 가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어나 가자’는 것은 이제 결단 있는 행동으로 나아가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늘 우리는 실천과 삶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신명기 30,11-14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실천의 중요함을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계명은 힘든 것도 아니요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하늘에 있는 것도 아니요 바다 건너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입에 있고 우리 마음에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14,23-29)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계명을 지킬 것을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아버지와 함께 우리 안에 들어와 살 것이라고 합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은혜입니까!

이번 총회 주제는 다시 말하면, ‘자비를 입고 생명을 향하여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자비’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삶의 모습의 핵심이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핵심 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세계교회는 교황님의 뜻에 따라 ‘자비의 해’를 지냈고, 교황님의 사목표어가 ‘자비로이 부르시니’입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교회는 세상이라는 무관심의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자비의 섬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관심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위로를 받고 쉴 수 있는 그런 섬이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결국 예수성심의 사랑이 자비이고, 자비는 생명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설립자 남대영 루이 델랑드 신부님의 다음 말씀이 아주 인상 깊습니다.

“우리는 세속적인 상점도 아니고 사업가의 집도 아닙니다. 다른 영혼들이 우리에게 다가옴으로써 거기서 하느님을 뵐 수 있어야 하고, 하느님께서 거기에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심지어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조차도 우리보고 좋은 집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성심의 시녀들인 우리는, 성심처럼 하느님의 거처가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시는 하느님의 집이 되어야 합니다.”

자비의 섬이나 하느님의 집이나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됩니다. 남 신부님의 이런 정신이 잘 구현될 수 있는 수도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총회 안건 중에 ‘공동체의 많은 어려움을 야기시키는 이기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먼저 정립될 수 있도록 개인성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는 안건이 눈에 띄었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이고 참으로 오늘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올해로 주교가 된 지 13년이 되고 교구장이 된 지는 10년이 됩니다. 주교가 된 후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가 사제인사입니다. 우리 교구는 1년에 두 번 정기 인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머리가 아픈지 모릅니다.

오늘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세속주의, 물질주의, 편의주의가 세상을 범람하여 교회도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탁류를 정화하기 위해 각자 기도와 묵상을 하고 피정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공동체는 이런 총회나 시노드를 통하여 쇄신하고자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 교구가 지난 2018년부터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서약, 새로운 희망’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기본에 충실하자’고 하였는데, 그 기본이 잘 안 되고 있는 면이 적지 않습니다.

성직자나 수도자의 기본은 복음삼덕, 즉 청빈과 정결과 순명을 잘 지키는 데 있습니다. 개인성화와 공동체의 생명은 이 복음삼덕의 실천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복음삼덕의 실천을 기본으로 한 우리 수도회의 쇄신에 많은 지혜와 용기를 주시도록 총회 내내 성령께 의탁하며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아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