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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과 죽음 가운데서 행복의 극치를
   2008/03/14  8:29

주님의 고난 성지주일(마태 27,11-54)


멜 깁슨(Mel Gibson)은  ‘그리스도의 수난’ 이라는 영화에서

어떤 인간도 견뎌낼 수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잔인하고 무자비한 고문에 짓이겨지신 예수를 묘사했다.

이런 영화는 관객들에게 참혹한 예수의 모습에 대해

아예 연민의 정을 품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권투시합을 볼 때처럼

엄청난 폭력을 보고서

대리만족의 쾌감까지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나아가서, 관객들 자신도

폭력을 휘두르려는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러한 신심운동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게 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감격스러운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

그 장면이 뜻하는 것이 눈물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눈물을 흘리지 않더라도

이성의 확신과 의지의 결단이 더 중요하다.


공관복음을 읽어 보면,

위의 영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예수님을 만나 뵙는다.

복음사가들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인류를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고난과 죽임을 당하셨다고 묘사했다.

예수님은 기본적인 인간 품위조차 지키지 못하고

혹독한 고문을 당하셨다.

고난을 겪으면서도

제자들 중 하나가 당신을 체포하러 온

대사제의 종의 귀를 칼로 자르자

그를 고쳐주셨다(루카 22,50-51).

십자가에 매달리셔서도 원수들을 용서하고(루카 23,34),

함께 십자가에 처형된 강도를 회개시키며

그에게 낙원을 약속하셨다(루카 23,41-43).

또한 예수님은 당신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빌라도 앞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하실 정도로

하느님의 뜻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셨다(마태 27,14).

나아가서,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고통을 덜어주는 식초를 마시기를 거절하심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려 하셨다(마태 27,34).

 

예수님의 죽음으로 이 세상 구원이 시작되었다.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자,

성소의 휘장이 찢어져

하느님과 사람 사이가 이어지고,

백인대장이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선언했다

(마태 27,51.54).

예수님의 죽음으로 교회가 탄생한 것이다.

또한 무덤이 열리고 죽은 성도들이 되살아났다고 했는데,

그분의 죽음 덕분에

죽은 이들이 부활할 희망을 얻었다는 뜻이다(마태 27,52).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은

전 인류를 이기심과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한 승리를 뜻한다.

그분의 고난과 죽음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고통받고 목숨을 바칠 용기와 힘을 준다. 

이처럼 복음서에 제시된 참된 고난신심은

우리 마음속에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불의로 얼룩진 우리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가난하고 외롭게 사는 이웃을 위해 십자가를 지지 않고

물질만능주의와 자기중심주의에 빠져

내적인 쇄신보다 외형적인 성취를 이루는 데 집착한다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가정과 교회와 사회를 떠나가실 것이다.


                 참고도서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가해)

  가톨릭신문사 2007년 168 -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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