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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황 “지중해의 비인간적 참사, 무고한 이들의 죽음은 귀청이 터질 듯한 부르짖음”
   2023/07/24  17:25


교황 “지중해의 비인간적 참사, 무고한 이들의 죽음은 귀청이 터질 듯한 부르짖음”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해협 앞에 위치한 람페두사 섬 방문(2013년 7월 8일) 10주년을 맞아 시칠리아 아그리젠토대교구장 알레산드로 다미아노 대주교에게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교황은 “우리의 바다”(지중해)에서 반복되는 “소리 없는 학살 소식에 충격을 받고 있다”며, 두려움과 당파적 논리에 “갇혀” 있지 말고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교회에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자기에게서 빠져나와 그리스도의 상처를 자신의 몸에 새긴 이들의 피 흘리는 상처를 형제애와 사랑의 향유로 어루만져 주십시오.”


Salvatore Cernuzio 

 

10년 전, 300여 명의 아프리카 출신 남성, 여성, 어린이가 람페두사 연안의 지중해 바다에 묻혔다. 이 사건은 “우리의 바다”(mare nostrum, 지중해)에서 일어난 가장 큰 비극 중 하나가 됐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소리 없는 학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에만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주 쿠트로 앞바다와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지방의 필로스만 두 곳에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됐다. 이 “무고한” 이들의 부서진 삶,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앞에서 “우리를 무관심하게 만들 수 없는 고통스럽고 귀청이 터질 듯한 부르짖음”이 들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람페두사 섬 방문 10주년을 맞아 시칠리아 아그리젠토대교구장 알레산드로 다미아노 대주교에게 보낸 서한에는 이 같이 짧지만 괴롭고 속절없는 마음이 담겼다. 2013년 7월 8일, 재위 기간 중 처음으로 바티칸 밖으로 나간 람페두사 섬 방문 여정에서 당시 새로 선출된 교황이 보여준 몸짓과 말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통스럽고 귀청이 터질 듯한 부르짖음 
서한에서 교황은 “전쟁과 폭력에서 벗어나 더욱 평화로운 삶을 찾아 떠난 무고한 이들, 주로 어린이들의 죽음은 우리를 무관심하게 만들 수 없는 고통스럽고 귀청이 터질 듯한 부르짖음”이라며 “두려움”과 “당파적 논리”, 무엇보다도 무관심에 굴복하지 말고 이주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이 10년 전 자신의 고유한 표현으로 강도 높게 규탄했던 “무관심의 세계화”는 훗날 교황 가르침의 강점 중 하나가 됐다. 교황은 2013년 미사 강론에서 이 “무관심의 세계화”로 인해 “우리는 눈물 흘리는 것도 잊었다”고 지적했다. 

 

우는 법을 모르는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교황은 “람페두사 공동체를 방문해 거친 바다를 뚫고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여러분의 해안에 상륙한 이들에게 나의 지지와 아버지다운 친밀함을 보여준 여정으로부터 10년이 지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지중해에서 반복되는 심각한 비극”을 목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소리 없는 학살 소식에 충격을 받고 있으며, 그 앞에서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 타인을 위해 울고, 타인을 가엾이 여기는 법을 모르는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양심을 뒤흔들어야 합니다
교황은 “이러한 비인간적 참사의 발생은 우리의 양심을 완전히 뒤흔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 네 아우는 어디 있느냐?’” 교황은 이 질문에 더해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우리는 우리 잘못을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창조주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우리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림하고, 창조주와 우리 사이의 본질적인 조화를 깨뜨리길 원하나요?”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우리는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문을 두드리는 형제자매는 사랑과 환대, 모든 돌봄을 마땅히 받아야 합니다. 그 사람은 나처럼 지상에 있는 것을 누리고 친교를 나누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형제자매입니다.” 교황은 우리 모두가 “연대와 나눔을 실천하는 새롭고 심오한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회를 향한 호소
교황은 특히 교회가 “진정으로 예언자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잊힌 이들의 여정에 나서고, 자기에게서 빠져나와 그리스도의 상처를 자신의 몸에 새긴 이들의 피 흘리는 상처를 형제애와 사랑의 향유로 어루만지고자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려움과 당파적 논리는 안 됩니다
끝으로 람페두사 섬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교황의 호소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저는 여러분이 두려움이나 당파적 논리에 갇혀 있지 말고 ‘우리의 바다’(지중해)의 심장부에 위치한 람페두사 섬이 본연의 아름다움으로 다시 빛날 수 있도록 이 섬을 복음의 영적 풍요로움으로 비옥하게 만드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촉구합니다.”

 

번역 박수현

 

원문 :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3-07/papa-celebrazioni-lampedusa-messaggio-migranti-mediterrane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