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새로운 미션 (29차 교구 울뜨레아)
   2013/06/17  16:20

제29차 교구 울뜨레야


2013. 6. 15(토) 13:40 성김대건기념관


 찬미예수님! 

 3년 만에 교구 울뜨레야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구는 2년 전에 교구 100주년을 지냈고 지난 가을에는 제2차 교구 시노드를 폐막하였으며 이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하여 매진하여야 할 때에 제29차 교구 울뜨레야를 개최하게 된 것은 매우 시기적절하고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오전에 개회식에 이어서 허연구 모이세 신부님의 성직자 롤료와 두 분 형제자매님의 평신도 생활담을 잘 들었지요? 허모이세 신부님께서는 연세가 내년이면 80이 되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목소리에 힘이 있고 강의를 잘 하십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보니 신부님께서 늘 신앙의 열정으로, 사명으로 사시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울뜨레야’란 말은 전진하자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울뜨레야는 한 마디로 꾸르실리스따들의 전진대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당 울뜨레야든, 대리구 울뜨레야든, 교구 울뜨레야든 방법과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본당별로, 그리고 다른 환경 안에서 흩어져 있던 꾸르실리스따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성직자 롤료와 다른 동료의 생활 체험담도 듣고 서로 격려하며 다시 힘차게 전진하자고 외치는 대회가 바로 ‘울뜨레야’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제29차 교구 울뜨레야를 통해서 여러분들이 격려를 받고 참된 크리스찬으로서 더욱 열심히 살아갈 힘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전임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입니다. 그래서 이에 걸맞게 이번 울뜨레야의 주제를 루카복음 17장 5절의 말씀,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라는 말씀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제대로 된 믿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신앙의 열정, 신앙의 기쁨, 신앙의 아름다움을 되찾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에 스페인에서 꾸르실료운동이 시작한 것도 오랫동안 이어온 스페인 내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사람들의 영성을 되살리고, 새롭게 밀려오는 물질주의와 세속주의에 대항하여 참된 크리스찬 정신과 신앙을 되살려야 하겠다는 뜻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신앙부흥운동이라 할 수 있는 이 운동은 스페인 남부의 마요르카 교구에서 시작하였는데 그 방법은 도보성지순례였습니다. 어디에 가는 성지순례였는가 하면,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깜뽀스텔라’까지 가는 순례였습니다. 지금도 산티아고까지 가는 도보순례길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순례길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 꾸르실료 사무국의 전 주간이셨던 김민주 형제께서 이번 제29차 교구 울뜨레야 성공을 위하여 산티아고까지 28일간의 도보순례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하여튼 그 당시 스페인 남부 마요르카 교구에서 스페인 북부에 있는 산티아고까지 가는 도보성지순례를 신앙부흥운동으로 기획하고 있었는데 순례를 한 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서 수십 만 명이 하도록 기획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많은 순례자들을 위한 봉사자들을 위해 단기 코스의 강습회를 열었는데 그것이 오늘날 꾸르실료 3박4일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꾸르실료 운동의 시작과 본뜻은 잃어버린 신앙의 열정을 회복하고 참된 크리스찬 정신을 생활화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올해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의 정신과 꾸르실료 운동의 정신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며칠 전에 3주 동안 남미 볼리비아를 비롯하여 미주지역에서 사목하는 우리 교구 신부님들의 사목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남미 볼리비아에는 일곱 분의 우리 신부님들이 원주민 사목을 하고 계십니다. 

 하루는 석상희 요셉 신부님이 사목하는 성 안토니오 본당을 방문하였는데 밀림 속에 있는 본당이라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이기에 차로 대여섯 시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산타크루즈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서 가는 길에 꼰셉시온 교구청에 들려 주교님을 방문하여 점심을 먹고 다시 성 안토니오 본당으로 갔는데 저녁 해 질 무렵에야 도착하였습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놀랍게도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르신들까지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환영하는데,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면서 우리들의 손을 잡고 언덕 위에 있는 성당까지 행렬해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미션’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롤랑 조페라는 유명한 감독이 만든 영환데, 최근에는 ‘넬라 판타지아’라는 노래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지요. 원래 영화에는 노래 가사가 없고 가브리엘 신부님이 오보에로 그 곡을 연주합니다. 곡이 하도 좋다보니 몇 년 전에 영국의 어느 여가수가 가사를 부쳐 노래를 한 것이 히트를 친 것입니다. 

 하여튼 성 안토니오 본당의 그날 모습이 마치 ‘미션’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아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날 우리는 저녁 6시 경에 도착하여 7시에 미사를 드렸는데 성당 안보다 성당 밖의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운 좋게 성당 안에 들어온 아이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 모두 제대 위에 올라와 앉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창문 밖에서 고개를 빼고 성당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두 시간 동안 환영행사와 춤 공연이 이어졌고 밤 열시 가까이 되어서야 천오백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마당에 흩어져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저녁식사를 위해 성당에서 소 세 마리를 잡았다고 하였습니다. (소 한 마리 값이 우리 돈으로 30만원 정도 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어느 한 사람 불평하거나 자리를 뜨지 않고 질서를 지키면서 정말 기쁘고 즐겁게 축제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바로 초대교회처럼, 그리고 옛날 우리나라 박해시대의 교우촌처럼 신앙과 삶이 하나 된 모습이 아니었는가 생각되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선교사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이번 볼리비아 방문을 통하여 새롭게 느꼈습니다. 그분들은 자진해서 선교를 떠났습니다. 마치 이사야 예언자가 “주님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 했듯이 말입니다. 이게 바로 미션(mission)인 것입니다. 미션이 선교요 파견이며 사명이고 소명인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사도 14, 19-28)를 보면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 사도가 선교여행을 마치고 안티오키아로 돌아와서 신자들을 불러 놓고 ‘하느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일과, 또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주신 것에 대하여 보고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에 ‘믿음의 문’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 교서 제목입니다. 

 남미의 그 많은 원주민들과 인디오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주신 데 대하여 감사를 드려야 하겠지만, 오늘날 신앙에서 멀어져가는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믿음의 문’이 열리기를 소망하면서 이들에 대한 새로운 복음화의 소명, 새로운 미션을 이 땅의 모든 꾸르실리스타들이 가져야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제 이 강론이 끝나면 여러분들은 은총의 3박4일 꾸르실료를 기억하며 오직 주님 은총만을 믿고 새롭게 살 것을 다짐할 것이고, 또 실천표 갱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이 울뜨레야를 통하여 여러분 모두가 새로운 복음화의 주역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