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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2013/08/17  10:24

성모 승천 대축일


2013. 8. 15. 계산주교좌성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우리 신앙인들에게나 우리 민족에게나 참으로 기쁜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우리 민족이 일제 36년간의 압박에서 해방된 ‘광복절’이며, 성모님께서 지상생활을 마친 다음에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승천대축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쁘고 복된 날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과 우리 교회와 우리나라 곳곳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성모승천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초대교회 때부터 내려오는 전승에 따른 것으로 하느님께서 성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하늘로 들어 올리셨다는 것을 교회가 오늘 경축하는 것입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믿어왔던 이 신비를 결정적으로 비오 12세 교황님께서 1950년 11월 1일 회칙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하여 믿을 교리로 선포하셨습니다. 

그 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교회헌장 59항은 이렇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 조금도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으며 지상생활을 마치신 후에 영혼과 육신이 천상 영광으로 부르심을 받으시어, 주님으로부터 천지의 모후로 추대 받으셨다. 이로써 마리아는 다스리는 자들의 주님이시며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이신 당신 아드님을 더욱 완전히 닮게 되셨다.” 

이렇게 성모승천을 정통교리로 재천명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에 성모님 관련 축일이 많이 있지만 성모승천대축일은 전야미사가 인정되는 유일한 마리아 축일이며 예수성탄대축일, 예수부활대축일, 성령강림대축일과 함께 4대 대축일 중에 하나인 것입니다.

이러한 성모승천대축일이 우리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성모님은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인간입니다. 그런 분이 하느님의 은총을 입어 하늘에 불려 올라가셨다는 것은 지상적인 존재인 우리 인간이 지상의 삶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차 성모님처럼 천상 세계로 인도된다는 것을 미리 보여 주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1974년 발표한 교황권고 ‘마리아 공경’에서 “성모승천대축일은 교회와 전 인류가 바라던 종국적 희망이 실현됨을 보여주는 축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모승천은 이 세상 구원의 역사가 완성됐을 때 예수 그리스도 안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장차 누리게 될 구원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는 ‘위로와 희망의 표지’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날이 우리 신앙인들에게 참으로 기쁜 날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님께서 1838년에 교황청에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조선교회 수호성인으로 모실 수 있도록 요청했고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계산본당 초대주임이신 로베르 신부님은 1898년 대구 계산동 이 자리에 최초의 한옥 성당을 지으시고 ‘루르드의 성모님’께 봉헌하시고 성당 이름도 ‘성모성당’이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1911년 4월 8일에 대구대목구가 설립된 후, 6월 26일에 대구에 부임하시고 처음 맞이하는 주일인 7월 2일에 이곳 계산성당에서 초대 교구장이신 드망즈 주교님께서는 역시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우리 교구의 주보요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구원을 성모님께 의탁하고 있고 우리 교구의 보호를 성모님께 청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성모승천대축일과 광복절의 날짜가 일치하는 것에 단순한 우연을 넘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집니다. 

‘주님은 약속하신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루가 1,54)라는 마리아의 노래처럼 하느님께서는 68년 전 이 땅의 백성을 일본 압제에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68년 전 그 날의 감격과 기쁨은 참으로 대단하였을 것입니다. 온 백성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태극기를 흔들고 만세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도 추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 해방 68년은 안타깝게도 분단의 68년이었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6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남한은 북한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남한 단독정부를 세웠고 북한도 이어서 그들만의 정부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정부수립 후 채 2년도 안 되어서 6.25동란이라는 동족상잔의 엄청난 비극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 어처구니없는 6.25전쟁이 3년 동안 지속되다가 1953년 7월에 휴전하게 되었으니 올해가 바로 정전 60주년이 됩니다. 정전이라는 말이 전쟁이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일시 멈추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언제 어느 때 다시 전쟁이 붙을지 모르기 때문에 남과 북이 엄청난 군대를 보유하면서 극도의 긴장 속에 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는 금강산 관광이 깨지고 또 지난 4월 초에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남북의 교류는 더 어려워져 가고 있는데, 어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재개되어 몇 가지 합의를 봤다고 하니까 한 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일본대로 우리의 불편한 심기를 계속 건드리고 있습니다.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만들고 독도가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의 만행을 지난 수십 년 동안 반성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나치들의 잔재를 없애고 있는데, 반면, 같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식민지화함으로써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던 일본은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그 사실을 미화하고 전범들을 칭송하고 영웅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8월 15일에 많은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것입니다. 그곳에는 태평양전쟁의 많은 전범들의 유골아 합장되어 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들이 일본의 영웅이요 신(神)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지난 해 일본 자민당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더욱 더 군국주의로 나아가는 모양이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바라는데 이 세상은 왜 그 반대로 돌아갑니까? 그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그렇습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나라든 자기만 더 가지려고 하고 자기만 더 높은 자리, 더 편한 자리에 있기를 바라고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밀쳐내고 없애려고 하는 것입니다. 

성모승천은 마리아에게 있어서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을 잉태하는 그 순간부터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았고 그 뜻의 실현을 위해 일생을 겸손과 순명과 가난의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성모승천은 성모 마리아의 삶의 결과인 것입니다.

이렇듯 이 세상 사람들이 성모님처럼 산다면, 아니 우리 믿는 사람들만이라도 성모님을 본받고 산다면 이 세상은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누구보다도 성모님께 기도를 많이 드리는데,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성모님을 닮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광복절과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 자신을 하느님과 성모님께 내어 맡기며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우리 민족과 우리 교회를 보호하시고 지켜주시도록 열심히 기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 땅에 평화를 심는 일꾼이 되고 하느님의 영광과 이웃의 구원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성모님의 생애를 통해 배워야 할 것입니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우리 민족과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