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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색순교의 삶을 꿈꾸며 (순교자 현양미사 강론)
   2013/09/09  13:32

순교자 현양미사


2013. 9. 7(토) 17:00 관덕정


 찬미예수님! 

 지금 우리는 순교자성월을 맞이하여 이곳 관덕정에서 순교자 현양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관덕정 순교자현양후원회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영육 간에 건강하시기를 이 미사 중에 기도합니다.

 그리고 우리들 모두가 순교성인들을 본받아 순교자의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1일 정오 삼종기도 시간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시리아와 중동과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7일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성 베드로 광장에 다시 모여 단식과 기도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시리아는 재작년 3월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인해 현재까지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거나 집을 잃거나 난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번에는 지난 8월 21일에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수천 명(1400여명)을 희생시켰다고 미국이 시리아에 대하여 군사공격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런 심각한 시점에 교황님께서는 ‘무기는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며 전쟁은 전쟁을, 폭력은 폭력을 낳은 뿐’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갈등의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서로를 형제로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황님께서는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 우리가 폭력을 끝내고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구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들도 교황님과 뜻을 같이 하여 이 미사 중에 시리아와 중동과 우리나라와 전 세계 평화를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또 뜻이 있으신 분들은 오늘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그런 지향으로 기도하셔도 좋고, 또 로마 시간이 우리 시간으로는 내일 낮 시간이니까 내일 하루 적어도 한 끼 정도는 단식하면서 같은 지향으로 기도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남북관계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 어려웠었는데 다시 개성공단이 재개가 되고 이번 추석에는 이산가족들도 다시 만나게 되고 금강산 관광도 다시 재개될 조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다시 순교자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나라에 103분의 성인들이 계시는데 이 모든 분들이 순교로 신앙을 증거하신 분들입니다. 그리고 그분들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순교자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그분들 중에 124분의 순교자들과 증거자 최양업 신부님들 포함하여 125분의 하느님의 종을 선정하여 주교회의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시복시성을 추진한 지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조사와 재판을 모두 끝마치고 자료를 만들어서 2009년 6월에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하였고 이제 우리는 이분들이 하루빨리 시복될 날만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순교자 124위는 빠르면 내년 가을에, 아니면 내후년에는 시복될 것으로 봅니다.

 29년 전 이 땅에 최초로 103분의 성인을 주셨듯이 이번에도 하느님께서 이분들을 복자품에 올려주시고 또 머지않아 성인품에도 올려주시도록 열심히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이번에 시복시성 대상자로 올라간 하느님의 종 순교자 124위 중에는 우리 교구의 순교자 20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대구의 순교자 20위 중에는 1815년 을해박해 순교자가 11분이고, 1827년 정해박해 때 순교하신 분이 6분입니다. 그리고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분이 세 분입니다. 

 장소로 보면 이곳 관덕정에서 참수하신 분이 10분이고, 경상감영 옥에서 옥사하신 분이 7분입니다. 그리고 경주 산내 진목정 뒤의 단석산에서 숨어 사시다가 체포되어 울산 장대벌에서 순교하신분이 세 분이십니다. 

 대구의 순교자분들에 대해서는 제가 여러 번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만 하고 하느님의 종 124위 순교자 중에는 어떤 분이 계시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 싶습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몇 분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124위 중에는 유교식 제사를 거부하다가 전주에서 가장 일찍 순교하신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아고보 순교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최초로 입국하여 사목하신 외국인 사제 중국인 주문모 야고보 신부님의 입국을 도왔던 윤유일 바오로, 최인길 마티아 , 지황 사바 순교자들이 있습니다.

 124위 순교자 중에 가장 많으신 분들이 1801년 신유박해 때 돌아가신 분들입니다. 그 대표적인 분들이 아까 말씀드린 주문모 신부님이시고 주문모 신부님을 도와서 많은 활동을 했던 여회장 강완숙 골룸바 등입니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 선생의 형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부인 성 유 체칠리아, 아들 성 정하상 바오로, 딸 성 정정혜 엘리사벳)와 그의 아들 정철상 가롤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라도의 사도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주문모 신부님이 맺어준 동정부부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증조부이신 김진후 비오(대구의 순교자 김종한 안드레아의 부친)도 계십니다. 

 124위 가운데는 이렇게 한국천주교회 초창기 대박해인 신유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이 반 이상이 넘고 이 외에 1815년 을해박해, 1827년 정해박해, 1866년 병인박해 때 돌아가신 순교자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순교자 시복시성을 추진합니까? 사실 시복시성이 순교하신 그분들에게 좋으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그분들은 천국에서 영복을 누리시고 계시기 때문에 더 이상 좋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지상에 있는 우리들이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시대에 그렇게 훌륭한 삶을 살았고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끝까지 지키며 살았던 그분들을 기억하고 본받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순교자 시복시성운동을 하는 의미인 것입니다. 

 백색순교白色殉敎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피를 흘리지 않고도 복자가 되고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지난 해 10월 11일부터 올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 신앙이 세상의 수많은 세력으로부터 위협과 도전을 강하게 받고 있는 위기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신앙의 위기 시대에, 무엇보다도 이 신앙의 해에는 모든 믿는 사람들이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삶과 생명을 주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의탁하고, 그리고 수많은 순교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강한 용기와 신념 속에서 신앙을 잘 간직하고 지켜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주님의 은총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다시 한 번 묵상해 봅시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