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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막중하고도 아름다운 소명 (가톨릭 교직자 대회 미사 강론)
   2013/07/05  12:10

가톨릭 교직자 대회

 

2013. 6. 29. 15:00 대신학원 성당

 

 오늘 교구 사목국 학교복음화담당 주최로 개최하는 가톨릭 교직자대회를 축하하며 오늘 함께 하신 모든 선생님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선목학원 법인 주최로 열리는 교직자의 날 행사는 여러 번 하였지만 일반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까지 포함한 교직자대회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4대리구와 5대리구의 가톨릭교직자대회도 따로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고 잘 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땅에 교육만큼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 만큼 중요한 교육의 주체는 바로 선생님 여러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교직자 대회 슬로건이 무엇입니까? “교직, 막중하고도 아름다운 소명”이지요. 교직의 소중함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가 제대로 알아듣고 마음에 새기고 간다면 오늘 가톨릭교직자대회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한 달 전쯤에 남미 볼리비아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우리 교구 신부님들 일곱 분이 원주민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밀림 속에 있는 산 안토니오 본당(석상희신부)을 방문했는데 그곳 마을의 40대의 젊은 추장님(이천 명이 넘는 주민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본당의 견진성사 담당 교리교사로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보기가 좋았습니다.
 아이들을 바르게 자라도록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얼마나 막중하고도 아름다운 소명인가를 일깨워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의 교육 현실은 참으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동안 선생님 여러분들이 각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오셨고, 또 오늘 이 교직자대회에 참여하면서 많은 말씀을 들었고 생각과 성찰을 하셨겠지만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이 교육이라는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더구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정책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맞추어 가려니까 여러분들이 얼마나 수고가 많겠습니까!
 며칠 전에는 일제고산가, 학력고사인가를 반대한다는 전교조 선생님들의 시위가 있었다는 신문보도를 봤습니다. 우동기 교육감님께서 이 자리에 오셨는데 괜찮습니까? 요즘 교육감께서 ‘행복학교’ 프로젝트를 펼치고 계신다는데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하여튼 전교조 선생님이나 교육당국이나 주장하는 바가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정말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사람들이 예수님을 ‘랍비’라고 불렀습니다. 랍비는 히브리말로서 ‘선생님’이라는 말입니다.
 先生은 한자말 그대로 생을 먼저 살은 분이고, 그래서 생을 아는 분이기 때문에 그 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學生은 선생님으로부터 그 생을 배우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역할을, 그 소명을 얼마나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오늘 축일 맞이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오늘 복음(마태 16,13-19)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십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몇 가지 대답을 하자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하고 물으십니다. 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나서서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런 시몬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베드로 사도의 신앙고백이 반석이 되어서 교회가 세워진 것입니다. 우리도 매주일 미사 때 신경을 외움으로써 신앙고백을 합니다만 형식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온 마음과 온 믿음을 다 쏟아서 해야 할 것입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세워진 교회가 소아시아와 유럽 대륙으로 퍼져가는 데 가장 큰 공로자는 사도 바오로입니다. 오늘 제2독서(티모테오 2서 4,6-8.17-18)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나를 통하여 복음 선포가 완수되고 모든 민족들이 그것을 듣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나 나나 나중에 교직과 성직을 다 마칠 무렵에 사도 바오로처럼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베드로 사도의 믿음과 바오로 사도의 열정으로 초대교회는 세상에 번져나갔고 그 덕택에 오늘의 이 교회가 있고 오늘의 우리들이 있게 된 것입니다. 이분들이 세상을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이분들을 우리는 ‘사도’라고 부릅니다. 使徒란 말은 어떤 임무를 띠고 파견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선생님 여러분들이 사도들인 것입니다.
 
  아까 볼리비아 산 안토니오 본당의 추장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 본당은 밀림 속에 있어서 우리가 있던 ‘산타크루즈(성십자가)’란 도시에서 짚차로 비포장도로를 대여섯 시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나와서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면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마치 1980년대 중반에 나왔던 영화 ‘미션’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영화 ‘미션’은 다 보셨어요? 안 봤더라도 사라 브라이트만이라는 오페라 가수가 부른 ‘넬라판타지아’라는 노래는 알지요? 그 노래의 원곡이 영화 ‘미션’에 나옵니다. 예수회의 가브리엘 신부가 드디어 인디오 마을에 도착하여 오보에로 그 곡을 연주하는데, 화살을 들고 경계하던 인디오들이 그 아름다운 멜로디에 빠져서 하나 둘씩 신부님 주위로 다가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미션(Mission)’이라는 말은 선교, 파견, 사명, 소명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교직은 참으로 막중하고 아름다운 미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축일 다음에 오는 주일이 교황주일입니다. 그래서 내일이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는 교황주일인 것입니다.
 지난 3월에 새로운 교황님이 탄생하셨습니다. 교황 선출 당시에 세상 언론들은 아무도 그분을 교황 후보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놀랍게도 이틀 만에 당선되셨고 지금 세상과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계십니다. 이것을 사람들이 그분의 이름을 따서 ‘프란치스코 효과’라고 하는데, 참으로 하느님의 은총이요 섭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은 교황이 되시기 전에는 추기경으로서 남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교구장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빈민촌을 방문하며 성목요일에는 소년원에 가서 재소자 아이들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그분의 겸손과 가난과 소박한 삶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막중하고도 아름다운 교직’을 통하여 이 세상과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