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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소중한 유산인 신앙 (화원본당 75주년 감사미사 강론)
   2013/06/17  16:21

화원본당 75주년 감사미사


2013. 06. 16 (일)


 찬미예수님! 반갑습니다. 

 2010년 가을에 견진성사를 집전하기 위해 화원본당을 방문하였는데 3년 만에 다시 여러분들을 뵙는 것 같습니다.

 먼저 화원본당 설립 75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여러분과 이 본당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특히 본당 주보이신 예수성심의 사랑이 이 본당에 넘치시기를 바랍니다.


 화원본당은 달서구와 달성군의 최초의 본당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제3대리구에서 제일 오래된 본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75년 동안 많은 본당이 분가되었고 많은 본당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사목하시고 가셨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본당발전과 지역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본당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역대 회장님들을 비롯한 평신도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께서 당신 은총으로 그 노고를 갚아주시기를 빕니다.

 특히 본당 설립 당시 최초의 성당을 지을 때 공사비 절반을 부담하셨던 박성만 스테파노 회장님, 그리고 1984년에 현재의 성당의 지을 때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신 박근수 시몬 회장님 등 많은 공로자 여러분들을 오늘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화원본당 초대본당신부님이 누구신지 아시지요? 서정길 요한 대주교님이십니다. 우리 교구 제7대 교구장이셨는데 1987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서정길 대주교님께서는 1955년에 주교로 서품되어 1986년 은퇴하실 때까지 무려 31년 간 우리 교구를 사목하셨습니다. 

 화원본당 설립 날짜가 1938년 6월 12일인데 아마도 서정길 대주교님께서 38년 6월 11일에 사제로 서품되었으니까 그 전날 사제로 서품되자마자 그 다음날 바로 이 화원본당에 부임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통상 본당신부가 부임하는 날이 본당 설립 날짜가 되거든요. 

 하여튼 서정길 대주교님께서는 화원본당 초대주임신부로서 2년 2개월 동안 사목하셨습니다. 

 저는 화원본당 출신으로는 네 번째 사제입니다. 막내인 이영승 신부님이 아홉 번째 사제입니다. 첫 번째 사제가 감천리 출신인 박상태 신부님이신데 한 9년 전에 87세의 연세로 돌아가셨습니다. 75주년 기념 음악회 팜플렛을 보니까 표지에 본당설립 당시의 사진이 실린 것이 있던데 그 당시 박상태 신부님이 21살의 신학생으로 사진에 나온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1981년 3월 19일 주교좌 계산성당에서 서정길 대주교님으로부터 사제로 서품을 받고 며칠 뒤에 그 당시 동명 성가 양로원에 계시던 대주교님께 인사드리러 갔었습니다. 제가 화원본당 출신이고 강림공소 출신이라고 말씀드리니까 그렇게 반가워 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리고는 제가 강림공소 출신이라는 말에 대주교님께서는 옛날을 회상하시면서 ‘그 당시 강림에 조순조라는 젊고 열심한 사람이 있었는데..’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이 제 아버님이십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반가워하시면서 꼭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당시 강림공소 회장이셨던 아버님의 신앙을 받아먹고 자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외할아버지께서 해방 후에 호열자로 돌아가신 후 아버님이 공소회장을 이어받으셨는데 1988년 논공본당이 설립될 때까지 하셨으니까 40년 넘게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주일 마다 공소에 가서 맨 앞자리에 앉아 아버님의 강론말씀과 기도소리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저희 집은 조그만 과수원을 하나 가지고 있었고 벼농사를 많이 하였는데 가을걷이 때처럼 아무리 바빠도 가족이 다 함께 바치는 조과(아침기도) 만과(저녁기도)를 한 번도 빠트린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아버님의 철저한 신앙생활이 오늘의 저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에게 이렇게 귀한 신앙을 물려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고 저의 어린 시절 큰 배경이었던 강림공소와, 학생 시절 큰 울타리였던 화원본당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오늘날 이 신앙의 대물림이 큰 숙제입니다. 부모님의 신앙이 그대로 자녀들에게 대물림이 되어야 하는데 그곳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번 교구 시노드에서도 젊은이 복음화를 가장 크게 다루었던 것입니다. 

 신앙은 우리의 생명이고 목숨이고 구원입니다. 신앙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물려줘야할 가장 소중한 유산인 것입니다.

 올해는 전임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입니다. 베네딕토 16세께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신앙의 열정, 신앙의 기쁨, 신앙의 아름다움을 되찾자는 것입니다. 


 화원본당이 이제 75주년을 마치고 100주년을 향해서 가면서 이 화원 지역의 구원의 방주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을 기억하면서 참된 신앙의 모습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들에게도 신앙의 대물림이 제대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