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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께 노래하라. 새로운 노래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축복미사)
   2013/06/25  10:19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축복미사


2013년 6월 20일 10:30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우선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님, 축하드립니다. 오늘 하느님께서 아빠스께 필요한 큰 은총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지난 12년 동안 제4대 아빠스로서 한국천주교회와 성 베네딕도 수도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셨던 이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영육으로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형우 아빠스님은 몇 년 전에 뜻하지 않은 수도원 화재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회원들의 뜻과 정성을 모아 성당과 수도원 일부를 새로 멋있게 지었습니다. 그리고 성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 행사를 거행하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을 성실히 잘 수행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빠스님은 대구관구대신학원 이사로서, 또 교구사목평의회 의원으로서도 저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난 5월 7일에 왜관 수도원에서 선거가 있었고 8일 아침에 박현동 신부님이 새 아빠스로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들은 그분이 누구지? 누구지? 하고 서로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날 오후에 대구교구청으로 인사하시러 왔을 때 뵈었는데 전에 몇 번 뵌 적이 있는, 인상이 아주 좋은, 젊은 분이었습니다. 

 하여튼 올해 들어서 사도좌에서 시작한 사임과 선출이 왜관 수도원에까지 이어지면서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으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박현동 새 아빠스께서는 이렇듯 놀라운 일들을 하시는 주님께 성 베네딕도 수도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노래를 불러 드리시기를 바랍니다. 

 

 새 아빠스께서 지난 달 8일 인사차 저희 교구청을 방문했을 때 저에게 축복식 주례와 강론을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이것이 처음 겪는 일이라 좀 당황스러웠는데, ‘아빠스 축복식은 원칙적으로 그 지역 주교가 맡는다.’는 규정도 있다고 해서 얼떨결에 승낙을 하였습니다만, 강론을 하기가 참 부담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 그동안 신문에 난 기사들을 읽어보고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도 들어가서 봤습니다. 여러분들도 읽어 보셨을 테니까 박현동 아빠스님이 어떤 분이신가는 다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아빠스 축복예식서’를 수도원에서 보내왔는데 보니까 거기에 나오는 기도문과 독서, 복음만 그대로 잘 전달해도 강론을 잘 하지 못해도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 잘 들었지요? 

 오늘 복음말씀(마태 23,8-12)을 공동번역성서로 다시 한 번 들어 봅시다. 

“너희는 스승 소리를 듣지 마라. 너희의 스승은 오직 한 분뿐이고 너희는 모두 형제들이다. 또 이 세상 누구를 보고도 아버지라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한 분뿐이시다. 또 너희는 지도자라는 말도 듣지 마라. 너희의 지도자는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너희 중에 으뜸가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8-11)

 ‘아빠스’란 말은 ‘스승’, ‘아버지’, ‘지도자’라는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진정한 스승, 아버지, 그리고 지도자는 한 분뿐이시다’는 것입니다. 요점은 ‘섬기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더욱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섬기고 형제들을 섬기고, 그리고 교회를 섬기고 수도 공동체를 진정 섬길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인 히브리서 13,7-8 말씀을 다시 한 번 들어 봅시다.

“하느님의 말씀을 여러분에게 일러준 지도자들을 기억하십시오. 그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를 살펴보고 그들의 믿음을 본받으십시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또 영원히 변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우리들의 사부이신 성 베네딕도를 기억하십시오. 주교이며 순교자이신 블라시오 성인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수많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과 순교자들과 성인들을 기억하십시오. 그분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를 생각하고 그들을 본받으라고 하십니다. 우리 모두가 그리해야 할 것입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13장 17절에서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의 지도자들을 따르고 그들에게 복종하십시오. 그들은 쉬지 않고 여러분의 영혼을 돌보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장차 하느님께 자기가 한 일을 낱낱이 아뢰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괴로움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께서 자신에게 주어진 이 직무를 정말 기쁜 마음으로 성심껏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도와드리고 기도해 드려야 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약 3주 동안 미주지역, 특히 남미 볼리비아에서 사목하고 있는 저희 교구 신부님들을 방문하고 한 열흘 전에 돌아왔습니다. 볼리비아에는 저희 교구의 일곱 명의 젊은 신부님들이 원주민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한 신부님은 자원하여 모든 것이 부족하고 열악한 밀림 속에 들어가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곳을 방문하기 위해 짚차로 비포장도로를 여섯 시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해질 무렵이었는데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서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면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마치 옛날 ‘미션(Mission)’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저녁미사에는 성당 안에 다 못 들어가니까 성당 안에 들어온 사람보다 성당 밖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앞 광장에서 환영행사를 하면서 신자 대표들이 저에게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본당신부님을 이곳에 오래 계시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신부님 한 분을 더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절실히 느낀 것은, 첫째, 사제 한 사람이 얼마나 귀한 일을 하는지, 얼마나 큰 하느님의 일을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세계적으로 성소가 부족한 이 시기에 한국천주교회가 보편교회를 위해서 더욱 더 기여를 많이 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박현동 아빠스님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선교하는 베네딕도 신앙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특히 아시아 선교를 위해 연합회 수도회와 연계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중국과 북한을 위한 활동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수도성소 계발과 증진을 위해서 다각도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빠스님은 그 전 아빠스님들이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북한의 덕원 자치수도원구의 교구장 서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잘 갈 수도 없고 사목적인 힘이 잘 미치지 않는 침묵의 교회이고 왜관 수도원으로서는 두고 온 고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되고 하나가 될 그날을 대비하고 준비하여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주 6월 25일에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서 ‘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식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당 내부는 함경남도 덕원에 있던 성 베네딕도 수도원 성당 내부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왜관 수도원으로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더욱 어려워져 가는 남과 북의 상황들을 안타까워하면서, 참으로 남과 북이 화해하고 하나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께서 이 모든 소망을 이루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주님께 노래하라. 새로운 노래.”(시편 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