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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집인 우리 (용강성당 봉헌식 강론)
   2013/09/30  9:51

용강성당 봉헌미사


2013년 9월 15일 10:30 


 찬미예수님! 

 오늘 경주 용강성당 봉헌을 축하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용강본당이 2년 전에 최광득 토마스 신부님이 본당신부님으로 부임함으로써 본당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원래 이 자리는 공장 부지였고 회사 건물이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성당으로 꾸몄기 때문에 지금도 겉보기는 무슨 회사 건물 같이 보입니다만 오늘 거룩한 하느님의 집으로, 기도하는 집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오늘 성전 봉헌을 앞두고 전 신자 묵주기도 100만단 바치기 운동을 했다고 하는데 87만단 밖에 못 바쳤다면서요? 87만단도 많은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필사 운동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여튼 그 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우리가 돈을 모아서 성전을 짓고 꾸며서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은 단순히 성전만 바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뜻과 정성을 바치는 것이고 우리의 수고와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그동안 본당신부님과 총회장님을 비롯한 건축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많은 기도와 정성을 바쳐주신 신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제1독서는 구약의 느헤미야서 8장을 봉독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의 유배에서 해방되어 고국으로 돌아와 예루살렘 성을 다시 짓고 성전을 지어서 봉헌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즈라 사제가 새로 지은 성전의 단상에 올라서서 율법서를 읽고 설명을 해주는데 그것을 듣던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 사제가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주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십시오.” 

 수십 년 동안 남의 나라 땅에서 성전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제 자기 나라 땅 예루살렘에 돌아와 성전을 다시 세우고 그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듣게 되니까 얼마나 감격스러웠겠습니까? 

 용강본당 신자 여러분들은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지난 2년 동안 여러 가지로 수고하신 것을 생각하면 오늘 이 성전 봉헌이 기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입니다.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성전에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 미사성제를 바치는 것입니다. 

 주일미사 의무를 지키기 위해 잠시 성당에 왔다가 가는 그런 신앙생활이 아니라, 매일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주님의 성체가 축성되는 이 성전에서 여러분들의 삶의 힘과 에너지를 받는 그런 신앙생활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제2독서인 요한묵시록 21장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 친히 그들의 하느님으로서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고 주님의 성령으로 산다면 우리가 하느님의 성전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우리 가운데 모시고 산다면 우리가 성전이고 우리가 교회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가운데 모시지 않고 저 구석에 모셔놓고, “여기 가만히 계십시오. 나오지 마시고!” 하면서 주님을 구석방 노인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말씀대로, 주님의 뜻대로 살지 않고 자기 뜻대로, 자기 마음대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진정 회개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루카 15)에 나오듯이 하느님께서는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 같이 사람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십니다. 이 성전이 죄인들이 회개하고 돌아오는 아버지의 따뜻한 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지난 해 10월 11일부터 올해 11월 24일까지를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이하여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신 목적은 오늘날 심각한 신앙의 위기와 세상의 여러 도전들을 직면하면서 신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하느님께 대한 올바르면서 굳은 신앙을 가질 뿐만 아니라 신앙의 열정을 다시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용강본당 주보성인이 성모 마리아십니다. 성모님은 우리 믿는 이들의 어머니이실 뿐만 아니라 신앙의 모범이십니다. 우리들도 성모님과 같은 좋은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성모님의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용강성당을 축성하여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이러한 고귀한 신앙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여러분들이 이 성당에서 믿음을 키우고 그 믿음의 열정을 다시 한 번 불태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