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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을 영원한 생명과 행복으로 인도해 주는 것 (신앙의 해 폐막미사 강론)
   2013/11/26  10:59

신앙의 해 폐막미사


2013 11 24 계산성당

 

 오늘 드디어 ‘신앙의 해’ 폐막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며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이 되는 날인 작년 10월 11일에 시작하였던 신앙의 해가 오늘 연중시기 마지막 주일이면서 ‘그리스도왕 대축일’ 날에 폐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신앙의 해’를 마무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구세주이시며 우리의 진정한 왕이심을 우리는 마음 깊이 고백하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저는 로마에서 ‘신앙의 해’ 폐막미사를 집전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뜻을 같이하고, 또한 오늘 각 본당과 각 기관에서 미사를 집전하시는 우리 교구의 모든 신부님들과, 그리고 미사에 참례하신 모든 신자들과도 뜻을 같이하고자 합니다. 같이하고자 하는 그 뜻은 미천한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아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는 일이며, 지난 일 년 동안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할 시간을 허락해 주심에 또한 감사를 드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신앙의 해를 열심히 살지 못했음을 용서 청하면서 늘 부족한 우리들의 신앙을 우리 주님께서 채워주시기를 기도드리자는 것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미사나 회합 때마다 우리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신앙고백으로 외우면서 기도해 왔습니다. 그리고 교구에서는 대구주보와 빛 잡지를 통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신경을 해설한 자료를 제공하여 신자들로 하여금 공부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청소년국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견진교리서를 편찬하였습니다. 그리고 평신도신학원에서는 공의회 문헌 강좌를 개설하였으며, 대리구와 본당 차원에서는 신앙에 대한 특강과 성경 통독 및 필사, 청소년 견진교리, 간추린 가톨릭교회교리서 5분 교리 등을 실시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약하나마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앙이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신앙은 하느님을 믿는 것이다. 신앙은 하느님을 만유 위에 공경하고 흠숭하는 것이다. 신앙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다. 신앙은 하느님과의 친교이다. 신앙은 은총이다. 신앙은 행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가 있는데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신앙을 내 목숨처럼 여기고, 내 생명처럼 여기고 살아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 밀레를 아실 것입니다. 밀레는 아주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그림에 뛰어난 소질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파리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유학을 떠나는 청년 밀레에게 할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네가 신앙을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밀레의 할머니께서 왜 이런 말씀을 하셨겠습니까? 신앙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밀레의 그림 중에 ‘만종’이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만종이라는 말은 저녁종이라는 말인데 그 그림에는 저녁종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들판에 해가 질 무렵 한 부부가 두 손을 모우고 기도하는 모습만 보입니다. 성당에서는 보통 아침 6시와 낮 12시, 그리고 저녁 6시에 종을 칩니다. 신자들은 그때마다 삼종기도를 바치는데 저녁 6시에 치는 종이 만종인 것입니다.
 그 그림을 보면 어떤 부부가 들판에서 일을 하다가 저 멀리 마을 성당에서 치는 저녁 삼종기도 종소리가 들려오자 일을 멈추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바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그림 제목이 ‘만종’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그림 속에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신성한 노동이 있고 부부의 사랑이 있으며 경건한 신앙이 있습니다. 사람에게 이 세 가지가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고 평화로운 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신앙은 사람을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냉담신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신앙의 대물림이 끊어지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가 지난 몇 년간 실시했던 ‘제2차 교구 시노드’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주제가 바로 ‘젊은이 복음화’ 문제와 ‘새 시대 선교’ 문제였던 것입니다.
 이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2014년도 교구장 사목교서를 ‘전례와 선교의 활성화’라는 제목으로 다음 주일 대림 제1주일에 대구주보를 통하여 모든 교구민들에게 발표할 것입니다.
 냉담신자가 늘어나고 신앙의 대물림이 끊어지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그들 당사자의 신심 부족 때문에 그러하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교회와 기성 신자들의 잘못과 소홀함도 큰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서 가장 큰 화두는 ‘새로운 복음화와 교회쇄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복음화와 교회쇄신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쇄신이 없이는 새로운 복음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교회쇄신은 로마에서부터 불어오고 있습니다.
 2013년도에 있어서 가톨릭교회 안에서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교황님의 사임과 새 교황님의 선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사임은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예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월에 있었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출과 그분의 언행들은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어떠한 언론도 예상하지 못했던 분이 교황으로 선출이 되었고, 선출되던 날부터 오늘까지 그분께서 보여주었던 행동과 말씀과 삶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분의 대단한 용기이고 평소에 복음말씀과 일치된 삶을 사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프란치스코 교황님 한 분으로 인해서 가톨릭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가톨릭교회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되었고, 또한 냄담하던 신자들도 돌아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두고 ‘프란치스코 효과’라고 합니다.
 이것은 교황님께서 우리도 그렇게 살라고 모범을 보여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삶으로써 ‘프란치스코 효과’를 내어야 할 것입니다.
 
 전임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는 오늘로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장차 주님 품에 안길 때까지 참된 신앙인으로서 살아야 함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하느님께서 우리들을 당신 자녀로 삼아주시고 생명의 은총을 주심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더욱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여야 할 것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