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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민의 마음과 사랑 (원목 봉사자 교육 수료 미사 강론)
   2013/12/05  9:42

원목 봉사자 교육 수료 미사


2013 12 02 꾸르실료교육관


 올해 원목 봉사자 교육을 네 차례 받고 오늘 수료하시는 봉사자 여러분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날 치열한 생존경쟁시대에 살면서 자기 한 몸 챙기기에도 바쁜데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고 보람된 일이라 하겠습니다. 

 나무들은 겨울이 오면 여름의 그 무성하던 잎들을 자기 몸에서 다 떨쳐냅니다. 그 잎들의 수명이 다 되어서 그런지, 혹은 나무가 수분을 조절하기 위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으나, 나무는 겨울이 오면 스스로 벌거숭이가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울이 오면 그 반대로 두꺼운 옷들을 껴입고 목도리를 칭칭 감고 다닙니다. 여름에는 거의 벌거숭이로 다니다가 말입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고 하지만 왜 이리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벌거숭이로 그 한겨울을 참고 이겨낸 나무들은 봄이 되면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가을이면 열매를 맺습니다. 이것은 남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잘 준비하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는 ‘주는 것이 받는 것이고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며 베푸는 것이 풍요로워지는 것이고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주님의 역설적인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진리인 것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내어놓는 봉사자 여러분들은 지상에서 이 진리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라 하겠습니다. 이 지상에서 봉사를 많이 한 사람은 천국에서 별처럼 빛날 뿐만 아니라 큰 사람 대접을 받을 것입니다.  


 올해는 ‘영적 돌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교육을 했다고 하는데  이런 교육을 받는 이유는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더 효과적으로 봉사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러나 원목 봉사자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자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과 사랑이라고 생각되며, 또 그에 따른 실천의지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마태 8,5-11)을 보면 한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그 도움이란, 백인대장의 종이 중풍으로 집에 누워 있는데 감히 고쳐달라는 말씀은 못 드리고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내가 가서 고쳐 주마.” 하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한 번도 아픈 사람의 청을 거절하신 적이 없습니다. ‘나 바쁘니까 다음에 봅시다.’ 하고 그냥 지나가시는 적이 없었습니다. ‘오냐, 내가 고쳐 주마.’ ‘오냐, 내가 가지.’ 하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 안에는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과 사랑이 배어있었습니다. 원목 봉사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예수님과 같은 이런 마음과 사랑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웃사랑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말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루카 10,25-37)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강도를 만나 쓰러져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쳐 가지만 사마리아 사람은 아무 관계없는 그 사람을 끝까지 돌봐줍니다. 이 비유말씀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결론 말씀이 무엇입니까?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10,37)입니다. 이 말씀은 2년 전 대구대교구 100주년 경축행사 때의 표어였습니다. 지금 교구청 입구 큰 돌에 이 말씀이 새겨져 있습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쓰러져있는 그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간 사제나 레위 사람은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율법을 공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율법에 어떻게 적혀있습니까? 신명기 6,5과 레위기 19,18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성경말씀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실천의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야고보서 2장에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백인대장의 말을 듣고 “내가 가서 고쳐 주마.” 하셨습니다. 그런데 백인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씀이지요? 미사 때 영성체하기 직전에 우리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여기서 우리는 백인대장한테서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입니다. 신앙이 무엇입니까? 전능하신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신뢰입니다. 우리는 그런 신뢰를 가졌습니까? “그저 한 말씀만 하소서.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종에 대한 사랑입니다. 자기 자식이 아니라 늙고 병든 종일뿐인데 자식 이상으로 진정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백인대장을 두고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우리 봉사자들도 백인대장의 이런 믿음과 사랑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오늘 교육을 수료하시는 원목 봉사자 여러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언제 어디서나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봉사하시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