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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께 바친 삶 (부제서품미사 강론)
   2013/12/30  17:17

부제서품 미사


2013. 12. 26 성 김대건 기념관


 어제 성탄절 잘 지냈습니까? 성탄 축하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기쁜 성탄절’입니다. 왜 기쁜 성탄절입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들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시기 위하여 사람이 되어 오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당신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요한 3,16)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또 기쁜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이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 열여섯 명의 신학생들이 부제품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제가 되면 성직자가 되는 것이고 교회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참으로 이 사람들이 오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미사 중에 이 형제들에게 하느님께서 큰 축복과 은총을 내리시어 이들이 부제로 서품되어 훌륭한 성직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을 다하여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마침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입니다. 스테파노 성인은 초대 교회의 사도들이 직접 뽑은 일곱 부제 중에 한 사람입니다.

 사도행전 6장에 보면, 사도들은 기도와 복음 전파에 전념하기 위해서 자신들을 도와줄 봉사자들을 뽑는데, 평판이 좋고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일곱 사람을 뽑아서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 일곱 사람이 최초의 부제들입니다. 일곱 부제들 중에서도 스테파노는 은총과 능력이 충만하여 예수님을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논쟁에서 그들을 보기 좋게 물리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스테파노 부제의 활동과 그의 죽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노 부제는 예수님을 증언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초대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것입니다. 이렇게 거룩한 교회의 최초의 부제이면서 최초의 순교자인 성 스테파노 축일에 우리 교구 부제서품을 갖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부제는 어떤 사람입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씀 드려서 부제는 말씀과 제단과 애덕에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먼저 부제는 말씀의 봉사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바오로 사도처럼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사람들에게 담대하게 선포하고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늘 가까이 하여 읽고 묵상하여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말씀을 듣고 선포할 뿐만 아니라 그 말씀이 진실되다는 것을 행동과 삶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부제는 주님 제단의 봉사자입니다. 

 민수기 3,6절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너는 레위 지파를 불러내어 아론 사제 밑에 두고 그의 시중을 들게 하여라. 그들은 성막에서 봉사할 사람들이다.” 

 그래서 부제는 주교와 사제를 도와주며 미사성제를 준비하고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신자들에게 나누어 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몸과 마음을 늘 거룩하게 하여 주님 제단의 성실하고도 합당한 봉사자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부제는 애덕의 봉사자입니다. 사도행전 6장에 보면 가난한 사람들과 고아와 과부들을 위한 식량배급을 하는 일을 맡기기 위해 일곱 부제를 뽑았다고 합니다. 이를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애덕실천을 위한 봉사자로 뽑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하느님과 사람들을 진정으로 섬김으로써, 봉사 받으러 오지 않고 오히려 봉사하러 오신 예수님의 참 제자임을 세상에 드러내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부제가 될 사람은 오늘 몇 가지를 서약하게 되는데 특별히 독신과 순명을 서약합니다. 이제 앞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서약하고 그리고 주교에게 순명할 것을 서약하는 것입니다. 수도자들이 수도원에 입회한 지 일정기간이 되고 수련을 마치면 종신토록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살 것을 서원하는 종신서원을 하듯이 부제가 될 사람도 성직자가 되는 것이기에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들 앞에서 공적으로 서약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독신과 순명을 특별히 서약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하느님과 교회와 사람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봉사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이것은 바오로 사도께서 코린토 1서 17장에서 말씀하셨듯이 ‘사람을 속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름답게 살며 딴 생각 없이 오직 주님만을 섬기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가 독신을 지키는 이유는 주 그리스도께 대한 순수한 사랑의 표현으로서 세상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일편단심으로, 그리고 자유로이 하느님과 사람들을 섬기는, 온전히 봉헌된 삶을 살고자 함인 것입니다. 

 수도생활을 봉헌생활이라고 합니다만 넓은 의미에서 성직생활도 봉헌생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봉헌생활이라는 말은 하느님께 바쳐진 삶을 말합니다. 자신을 하느님께 바친 삶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청빈이요 정결이며 순명인 것입니다. 청빈과 정결과 순명은 세상 사람들이 쫓아서 사는 패턴과는 정반대의 삶입니다. 주님의 첫 제자들이 배와 그물과 아버지를 버리고 주님을 따랐듯이 세상 것을 다 버리고 깨끗한 부제복으로 갈아입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완전한 봉헌인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완전한 봉헌을 원하십니다. 

 그래서 우리 성직자 수도자들이 아름답게 살며 딴 생각 없이 오직 주님만을 섬기며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신자여러분들이 기도해 주시고, 특별히 오늘 부제품을 받게 될 이 형제들을 위하여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곧 여러분들이 부제서품을 받으면 성직자가 되는 것이고, 성직자가 되면 하느님의 사람이요 교회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떻게 몸가짐을 해야 할 것인지를 늘 생각하며 사시기 바랍니다.

 이 사람들의 부모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귀한 아들을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봉헌해주신 데 대하여 하느님께서 큰 은혜로 보답해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