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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죽어도 성교를 믿겠소! (신나무골 성지 도보성지순례 파견미사 강론)
   2013/10/04  10:38

신나무골 성지 도보성지순례 파견미사


2013. 9. 28(토)


 조금 전에 우리는 가실성당에서 이곳 신나무골 성지까지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을 위한 도보성지순례’를 실시하였습니다. 모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원래 성지순례는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갔던 것이다. 도보성지순례로 유명한 곳이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곳이지요. 오늘날 꾸르실료 운동의 시작도 산티아고로 가는 도보순례자들을 위한 안내 봉사자들을 교육시키는 하나의 단기 코스였습니다. 

 예수님도 갈릴레아 지방 나자렛에서 여러 번 예루살렘까지 걸어서 순례를 하셨을 것입니다. 

 이렇게 성지순례는 관광이나 운동 삼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성인들과 순교자들이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면서 고행과 참회, 신앙 쇄신의 의미로 하는 것입니다. 


 출발지였던 가실본당은 1895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본당입니다. 우리 교구에서 대구 계산본당에 이어 두 번째 역사를 가진 본당입니다.

 신나무골에는 언제부터 신자가 살았는가? 

 1815년 을해박해 때 경상도 북부지방, 즉 청송, 진보, 영양, 안동 등지에서 100여명의 신자들이 체포되어 이들 중에 33명이 대구의 경상감영에 끌려왔습니다. 이들이 1년 반 이상 감옥살이를 했는데 그들의 옥바라지를 위해 그들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대구와 가까운 이곳 칠곡 신나무골과 한티 등지에 와서 신자촌을 형성하였던 것으로 봅니다. 그 후 한티와 신나무골 교우촌이 대구 선교의 전초기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한티와 신나무골 교우촌은 1860년 경신박해와 1866년 병인박해 때 많은 고초와 핍박을 받고 또 수많은 신자들이 흩어지곤 하였지만 오랫동안 교우촌으로서 그 존재를 유지해 왔었습니다. 

 경신박해 때 칠곡 골바실(국우동)에 살던 이선이 엘리사벳 가족이 박해를 피해 신나무골에 피신 와서 살다가 여기까지 포졸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한티로 피신하였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 쫓아온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남편은 배교를 하고 부인 이선이 엘리사벳은 큰 아들 배 스테파노와 함께 순교를 합니다. 

 그래서 남편 배정모가 부인과 아들의 시신을 한티 뒷산에 묻었다가 얼마 후 칠곡 아양동 선산으로 이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천주교회 200주년이 되던 해인 1984년 7월에 왜관본당의 서상우 신부님과 신동본당의 현익현 신부님, 그리고 칠곡본당의 손상오 신부님의 입회하에 묘를 이곳 신나무골로 이장하였습니다. 3년 전에 저는 이곳에서 이선이 엘리사벳 순교 150주년 기념미사를 드렸었습니다. 

 

 신나무골은 파리외방전교회의 선교사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이 1985년 12월에 경상도 선교 전담신부로 명을 받고 이곳에 정착함으로써 본당이 시작된 곳입니다. 

 로베르 신부님이 이곳에 사제관을 두고 한 3년 정도 살면서 경상도의 수많은 교우촌과 공소들을 방문하였습니다. 신부님도 한티에 자주 갔었고 한티 신자들도 대축일이면 신나무골로 미사 참례하러 왔던 것입니다. 

 로베르 신부님이 대구 상리 새방골로 가신 후에도 신부님들이 신나무골에 살으셨습니다. 조조 신부님이 이곳에 1년 반 사시다가 1890년에 부산으로 가서 부산본당 첫 주임신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894년에는 하경조 빠이아스 신부님이 신나무골에 와서 사시다가 그 다음 해에 가실로 거처를 옮겨 본당을 설립했던 것입니다. 

 신나무골은 박해시대 때 대표적인 교우촌이었고 대구교구의 첫 본당터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잠시 살았던 순교자 이선이 엘리사벳의 유해가 묻혀있는 성지입니다.

 

 우리가 오늘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을 위한 도보성지순례’를 하고 순교자 현양미사를 드리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순교자의 삶을 우리고 본받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고 확인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요 순교자들의 후손입니다. 이선이 엘리사벳은 포졸들이 배교하라고 매질을 할 때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나는 죽어도 성교를 믿겠소!” 

  

 오늘 독서로 들은 로마서 8장 말씀은 우리들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