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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쁜 소식을 증거하는 신앙인 (중국 북경 한인본당 20주년 및 견진성사 강론)
   2013/10/28  10:25

중국 북경 한인본당 20주년 및 견진성사


2013. 10. 20. 전교주일.


 먼저 북경한인본당 20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과 이 공동체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오늘 50여명의 교우들이 견진성사를 받으시는데 미리 축하를 드리며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중국에 대구교구 신부님들이 파견되어 있는 한인 가톨릭 공동체는 홍콩을 포함하여 열 군데가 됩니다. 그 중에서 홍콩 공동체가 가장 먼저 신부님들이 파견되었고, 다음으로 북경 공동체인 것으로 압니다. 

 2년 전에 상하이 공동체와 칭따오 공동체를 방문하고 견진성사를 집전하였습니다만, 북경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는 지난 금요일에 북경에 도착하여 그날 오후에는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하고 있는 20주년 기념 작품 전시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북경 외곽지의 어느 운동장에서 본당의 날 행사로 운동회와 바자회가 있었는데 제가 주교가 된 후 어느 본당의 ‘본당의 날’ 행사에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하루 종일 참석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점심 먹고 떠날까도 생각해봤습니다만 어차피 차도 없고 해서 끝까지 참관함으로써 단합되고 활기찬 본당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북경 한인 본당은 1993년 9월 26일에 왜관 베네딕토 수도원의 김상진 스테파노 신부님께서 동교민항 성당에서 한인신자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드렸던 것으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구교구는 그해 김원일 신부를 북경에 파견하였고 1995년 9월에 김영환 베네딕토 몬시뇰과 정석수 신부를 파견함으로써 북경 한인 본당의 기초를 닦게 하였던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북경 한인 가톨릭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수고하신 역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역대 회장님들과 여러 교우들의 헌신과 수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우리 신부님들이 한인 신자들을 위해서 미사를 드리고 성사집행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고 협조해주신 중국교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한국 주교로서 이곳 북경에 와서 미사를 드리고 견진성사를 베풀 수 있도록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리며 이번 일에 큰 도움을 주신 북경교구 주교님과 여러 관계인사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또 역사적으로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만, 천주교 신앙으로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한국의 천주교 신앙은 중국을 통해서 들어온 것입니다.

 이승훈 선생님이 동지사 사절로 가는 부친을 따라 북경에 왔다가 1784년 2월에 그 당시 북경에 와있던 예수회 선교사인 그라몽 신부님으로부터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고 조선으로 돌아갑니다. 조선에 돌아온 이승훈 베드로는 이벽, 권일신, 정약용 등에게 세례를 줍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천주교회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조선에 선교사로 오신 최초의 외국인 사제는 중국인 주문모 신부님이십니다. 그전에 임진왜란 때 일본군 종군신부로 따라온 세스페데스라는 포르투칼 신부님이 있었습니다만 그분은 조선인을 전교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지요. 하여튼 중국 소주 근처가 고향인 주문모신부님은 1794년 12월에 조선에 입국하여 6년 동안 조선의 유일한 사제로서 참으로 열심히 사목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1801년에 신유박해가 일어나 많은 신자들이 체포되고 죽임을 당하자 신부님은 자기 때문에 신자들이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하여 자수를 결심하고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맙니다. 그리하여 주문모신부님은 군문효수형을 받고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하셨습니다. 이번에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대상자 중에 들어가 있습니다. 앞으로 1-2년 안에 시복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선천주교회가 1831년에 북경교구로부터 독립하여 조선교구가 됩니다. 그 후 많은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이 중국을 통해서 조선에 입국합니다. 

 그리고 최초의 신학생인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가 중국 마카오에 가서 공부를 하였고, 공부를 마친 김대건 안드레아와 최양업 토마는 상하이에 가서 부제품을 받았으며 또 나중에 사제품도 상하이에 가서 받고 조선에 입국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천주교회는 중국을 통해서 들어왔고 중국교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중국교회를 도와야 하리라고 봅니다. 

 

 오늘은 ‘전교주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28, 16-20)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으로서 명령과 같은 말씀인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4-15)

무슨 발이 아름답다고 했지요?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발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달려갔었습니까? 

순교殉敎라는 말은 한자말로 가르침, 즉 진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순교를 희랍말로는 Martus라고 하는데 이 말의 본래 뜻은 증거, 증언을 뜻하는 말입니다. 순교자들이 자기 목숨을 바쳐서 하느님을 증거했기 때문에 이 말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들은 박해시대가 아니라서 목숨까지 바칠 일은 없지만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리는 그 일이 바로 순교와 다름없는 증거의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오늘 견진 받으시는 교우들은 성령의 은혜를 듬뿍 받으시어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가지시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 있게 전하며, 자신의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성령께서 우리에게 다시 오시기를 기도합시다.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를 진정으로 회개시켜주시고 우리를 거룩하게 변화시켜주시도록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언제, 어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바르고 신실한 믿음을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럼, 다 같이 저를 따라서 합니다.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