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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제는 내가 갚을 차례 (엄마)
   2013/04/14  23:45

  

 

                 이제는 내가 갚을 차례

 

   십자가를 안테나로!
   금주 KBS-1TV의 '강연 100도C'에 출연한 중년남성 박진만씨의 감동적인 병든 노모 간병체험을 듣노라니 며칠 전 요양원에서 있었던 일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 K 할머니 보호자시죠? 이번 목요일 오후 2시경에 저희 요양원에서 거동이 가능한 요양원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모시고 봄꽃구경 나들이를 할 예정인데 혹시 오셔서 모친의 휠체어를 밀어주실 수 있는지요?”
“저는 매일 오후 4시경에 가고 있는데...아무튼 2시까지 가겠습니다.”

“근데 휠체어를 밀 봉사자가 많이 부족하니 봉사자들을 좀 알아봐주세요.”

“네...근데 평일이라 가능할 지 모르겠어요...”

 

    저는 저희 누나를 비롯하여 수년 간 친교(?)를 다졌던 남보원(일명 ‘남자 보호자 위원회’) 8명에게 급히 호출문자를 넣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일이 있어서, 혹은 바빠서 못 오겠다”는 답신이었는데 다행히 얼마 전에 요양원에서 모친이 돌아가신 아주머니 한 분이 “그 전날 일본에서 돌아와 좀 피곤하겠지만 이번 행사에 꼭 참석하겠다”며 제게 직접 전화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당일 오후 1시경, 모친의 외출복을 챙겨 요양원을 방문했더니 구리빛 얼굴의 건장한 119구조대장이 원장신부님에게 “금일 꽃샘추위와 찬바람이 불고 있어 어르신들의 나들이는 아예 삼가시는 것이 좋겠다”라고 권고하셨고 또 이를 원장신부님이 흔쾌이 받아들이셔서 ‘요양원 어르신들의 화려한 외출’은 안타깝게도 취소가 되었습니다. 저도 이를 알게 되자 그날 봉사자로 오시겠다는 아주머니에게 급히 전화를 하자, “괜찮아요... 아직 집에서 출발을 안했거든요...”하고 양해해주셨습니다.

 

    가난한 직업군인의 장남이었던 박진만씨는 풀빵장사, 술장사 등 악착같은 어머니의 뒷바라지 덕분에 명문대에 입학을 했었지만 어머니의 기대와는 달리 자퇴, 재수, 이혼 등을 겪으며 이른바 ‘실패한 사람’이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 딸까지 어머니께 맡기고 직장 생활을 하던 지난 7년 전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지자 그는 24시간 손길이 필요한 어머니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또 목욕도 시켜드리다가 그제야 자신이 이제까지 받아온 어머니의 큰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잘 몰랐던 그는 1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 거의 집에만 있었고 이내 어머니는 우울증으로 이상행동까지 보였는데 마침 어머니를 밖으로 모시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그는 우연히 아동용품 매장을 지나가다 아기를 업는 ‘아기 띠’를 보게 되었고 약 1년 만에 어머니를 아기처럼 등에 업고 집 2층 계단을 내려와 바깥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매일 어머니의 휠체어를 직접 끌며 어머니와 함께 세상구경을 시작했다고 하여 많은 방청객과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아무튼 어서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또 봄꽃이 다 지기 전에 저희 요양원 어르신들의 휠체어 나들이가 재개되길 기원하면서 영화 ‘엄마’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엄마’>

 

  땅끝 마을 해남에서도 차를 타고 1시간쯤 들어가야 하는 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 엄마(고두심 분)는 나를 낳은 이후로 한번도 차를 타 본적이 없습니다. 차를 타 보기는 커녕, 지나가는 차를 보기만 해도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울럼증이 생긴답니다. 엄마는 마흔 살에 나를 낳은 이후부터 어지럼증이 생겼답니다. 그래서 둘째 오빠 제대할 때도 두 시간이나 걸리는 읍내 버스터미널까지 걸어서 마중 나가고, 큰 언니 결혼식에는 무리해서 택시를 탔다가 동네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포기하고, 결국 혼자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28년 전부터 우리 엄마에게 차는 더 이상 쓸모 없는 물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럴때마다 “나가 늘그막에 너를 날라고 너무 힘을 써버렸당게…”며 허허 웃습니다.

 

   그런 우리 엄마가 생애 첫 모험에 나선다고 합니다…. 그렇게 씩씩했던 우리 엄마가 며칠째 머리를 싸매고 누웠습니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내 결혼식에 꼭 와야 할 이유가 있다는데…… 가는 방법이 막막하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엄마를 위해 배를 타고, 가마를 태우고, 열기구를 띄우고, 수면제까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보지만, 결국 엄마가 내 결혼식에 올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걸어서랍니다. 68세 늙은 엄마에게 해남 집에서 목포 결혼식장까지의 이백 리 길은 나흘을 꼬박 걸어야 당도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결심을 단단히 한 우리 엄마, 말리는 가족들에게 이런 최후통첩을 했습니다.

“금지옥엽 내 새끼 시집 간다는디…사부짝 사부짝 걷다 보면 기일 안에 당도하겄제…. 그러고 막둥이 결혼식에는 나가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당께…..”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결사 반대를 외치던 가족들도 엄마의 이 한마디에 결국 함께 동행하기로 했답니다. 나흘 뒤에 있을 내 결혼식에 엄마는 무사히 걸어서 도착할 수 있을까요?

“엄마, 미안해… 엄마가 어떻게 험한 산을 넘으면서까지 목포까지 걸어와… 그러게 힘들게 걸어오면서까지 오겠다는 이유가 뭔지 나한테만이라도 말해주면 안돼? 엄마한테 백분의 일도 못해주는 딸 결혼식,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내 결혼식에 걸어오신 울 엄마는 결혼식중 혼주석에 앉아 조용히 잠을 드시는듯 하늘나라로 가시고야 말았습니다...


 

           <말씀에 접지하기; 요한 2, 1-5>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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