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십자가를 안테나로
제목 장애인을 차별해서야...(청설)
   2013/04/20  7:25

주: 제 33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면서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 공기업 등이 여전히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고 오히려 벌금을 무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씁쓸한 뉴스를 접하면서 수년 전에 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청각장애도 서러운데...


  십자가를 안테나로!

  작년 9월 청각장애인인 박모씨(68)는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하려고 택시를 탔으나 택시기사가 박씨의 글씨를 잘 알아보지 못하자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러 근처에 있던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 들어갔으나 경찰 강씨 역시 그의 글씨(저는 농아자, 수유동(목적지), 택시....)와 수화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를 만취자로 생각하고 계단 밖으로 밀고 또 폭행하여 그가 의식을 잃고 전신마비가 되는 중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후 박씨의 가족들은 경찰 강씨를 고발했고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권기훈 부장판사)는 "경찰 강씨는 청각장애인인 박씨에게 폭력 등을 행사해 급성 경막하 혈종을 발생시켰고 또 이를 방치해 박씨를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했다"며 "국가와 불법행위자인 강씨는 박씨와 그의 가족에게 1억 7000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합니다.


  물론 매일 밤 만취자들과 격무에 시달리는 한 경찰의 우연한 실수라고 강씨를 두둔할 수는 있지만 최근 “천안호 유족들이 격(?)이 없이 마치 동물처럼 울부짖었다”고 말한 경찰청장 내정자의 망언을 생각하면 청각장애인의 글씨와 수화를 만취자의 술주정으로 간주해버리고 또 폭행한 경찰 강씨야말로 ‘격이 부족한 경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참에 경찰 강씨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동안의 장애자들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반성하고 또 장애자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그야말로 ‘격이 높은 선진국’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청각장애자에 대한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사랑을 그린 대만영화 ‘청설’(원제: 聽說 / Hear Me)을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청설’>


  부모님의 도시락 전문점의 배달일을 돕고 있는 청년 티엔커는 여성 청각장애인 수영 경기장으로 도시락 배달을 나갔다가 수영선수인 언니 샤오펑을 열심히 응원하기 위해 온 물새같은 아가씨 양양을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다. 동생 양양 역시 청각장애인이라고 생각한 티엔커는 어렵게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초보 수화로 데이트 신청도 해보지만, 양양은 언니 샤오펑이 장애인 올림픽 수영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비록 말이 아닌 수화로 밖에 대화할 수 없는 그들이지만,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양양 자매들의 모습에 청년 티엔커는 더욱 매혹되어 드디어 양양과 데이트에 성공한다. 하지만 호사다마라던가! 그동안 티엔커에게 공짜로 얻어먹은 도시락값을 갚기 위해 식사후, 양양이 그날 어렵게 번 잔돈으로 음식값을 계산하려고 하자 티엔커는 식당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과 식당주인을 배려해 지폐로 계산해버리자 양양은 자기를 무시한다고 화를 내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그날 밤 언니 샤오펑은 이웃집에서 불이 난 것을 모르고 양양을 기다리며 자다가 연기에 안타깝게도 기도를 상하게 되어 올림픽 수영대회에 출전할 수가 없게 된다.


  한편 그를 외면하는 양양의 차갑게 돌아선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연일 무진 애를 쓰던 티엔커는 어느 날 밤, 수영장에 홀로 있는 양양을 발견하고 몰래 다가가 양양은 비록 못 듣겠지만 그녀의 등 뒤에서 큰 소리를 내어 그의 부끄럽고 솔직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자 양양은 놀라고 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그녀가 그동안 청각장애자인 언니를 위해 정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자신도 열심히 언니와 수화를 했었고 또 착하고 순진한 도시락 배달부인 티엔커 마저 자신의 사랑하는 언니처럼 불쌍한 청각장애 청년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배려하여 그동안 그와도 수화로 대화를 했던 것이다!


            <말씀에 접지하기; 요한 13, 34>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36 보스턴 테러의 재발을 막으려면...(인 어 베러 월드) 이현철 13/04/20 9003
535 장애인을 차별해서야...(청설) 이현철 13/04/20 8511
534 히말라야의 어린 노새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이현철 13/04/18 9439
533 보스턴 폭탄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리틀 러너) 이현철 13/04/16 9239
532 이제는 내가 갚을 차례 (엄마) 이현철 13/04/14 8826
531 너무나 잔인한 명예살인 (그녀가 떠날 때) 이현철 13/04/11 8334
530 사창가로 전락한 월가 (월 스트리트) 이현철 13/04/06 8667
529 웃기는 남자들 (웃는 남자) 이현철 13/04/03 8423
528 오늘은 만우절이지만...(제이콥의 거짓말) 이현철 13/04/01 9101
527 늘어만 가는 빈집 (빈집) 이현철 13/03/24 8987
526 할미꽃이 된 유채꽃 (할매꽃) 이현철 13/03/23 7843
525 새교황님의 취임을 축하드리며...(미션) 이현철 13/03/14 8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