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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의 큰딸이 되어버린 이모수녀 (나의 어머니)
   2015/05/22  9:42
 모친_0013.jpg


주 1: 수년 전에 요양원을 방문한 외손자, 손녀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신 모친의 모습

 주2 : 언제부터인가 모친의 자랑인 언니 이모수녀가 엄마의 큰 딸이 되고 말았습니다. 매일 요양원을 방문할 때마다 모친의 인지테스터로 "엄마, 큰 딸이 누구예요?"라고 묻곤 하는데 "마리아, 젬마..."가 아니라 최근엔 "마리 샹딸, 마리아, 젬마..."가 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지난 2007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자매들은 용감하였다>


 십자가를 안테나로!

 한번은 6. 25 전쟁 피난시절에 고생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저에게 이야기하시며 눈물을 닦으시던 모친의 분위기도 바꿀 겸 해서 제가 “엄마와 언니인 이모 수녀님은 어릴 때 별명이 뭐였어요?”하고 여쭈어보았더니 금새 모친의 표정이 바뀌어 씨익 웃으시며 “나는 노랑머리의 앵두 아가씨였고 언니 수녀는 피부가 푸르죽죽하다고 해서 고등어, 또 고집이 세다고 하여 곰탱이였단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린 시절에 너무 귀엽게 생겼다고 해서 아버지 친구분들이 나에게 종종 ‘앵두 아가씨 마르가리타는 절름발이에게 시집을 간다’라고 놀려 많이 울기도 했단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아무튼 수년 전에 선종하신 김 마리 샹딸 이모 수녀님처럼 일생을 용감하게 사시다 지금 병상에 누워계신 저의 모친도 앞으로 잘 준비하여 하늘나라로 금의환향 하시길 바라면서 얼마 전에 쓴 저의 글 ‘수녀이면서도 그것도 몰라요?’와 영화 ‘나의 어머니’를 소개합니다.


                                    <수녀이면서 그것도 몰라요?>


 수년 전에 이모수녀님이 계시는 시골 성당을 어머니와 이모 수녀님의 동창 수녀님 몇 분을 차로 모시고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모수녀님과 그 수녀님들은 절친한 친구들로서 무려 50여년 동안 휴가를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모수녀님이 무릎 관절염을 앓아 동창수녀님들은 이모수녀님이 계시는 곳에서 매년 휴가를 함께 보내셨다고 합니다. 저는 이러한 수녀님들의 의리(?)에 감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동창수녀들과 그곳을 방문한 여동생 즉 저희 모친에게 언니인 이모수녀님이 무심코 걱정하는 말을 하다가 혼쭐(?)이 났었습니다. 그것은 10여년 전에 신학교를 자퇴하고 나온 막내 남동생이 안타깝게도 알콜중독자가 되어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르가리타야, 네가 무엇이 부족하여 상이군인하고 결혼하여, 수십 년간 그렇게 고생을 하더니, 이제는 알콜중독인 막내 아들 때문에 또 그 고생을 하고 있니?"

 그러자 저희 어머니는 정색을 하며,

 "아니, 언니! 언니는 수녀이면서 그것도 몰라요?

 이 고통은 내 십자가예요, 내 십자가!"


                                   <영화 ‘나의 어머니’>


 아자드는 1915년에 아르메니아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1915~1923년에 있었던 터키정부의 무자비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과 강제이주 정책으로 인해 어린 아자드는 아버지 하곱(오마 샤리프 분)과 어머니 아락시, 이모 애나와 가이앤과 함께 프랑스 마르세이유로 가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프랑스에 도착한 아자드 가족은 문화적 충격과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며 힘겹게 생활한다.


 하지만 그들은 끈끈한 가족들 간의 사랑 덕분에 프랑스 사회에 서서히 적응하게 되고 특히 아자드는 사랑스런 외아들에게 좋은 미래를 만들어 주려는 부모님과 이모님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뒷바라지로 명문 사립학교를 졸업하고 드디어 엔지니어가 된다...


주: 이 영화는 아르메니아계 프랑스인 앙리 베르누이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이며 1915년부터 백만 명 이상의 아르메니아인들이 희생된 터키의 대학살 후, 터키에서 프랑스로 강제이주당한 아르메니아인 한 가족의 굴곡진 삶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성공을 거두자 TV 시리즈로 다시 제작되기도 하며 프랑스의 오스카상인 세자르 어워드(Cesar Award)에서 작곡상 후보(쟝 끌로드 쁘띠)에 오르고 프랑스 국립 영화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Cinema, France)의 작품상도 수상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아버지인 하곱 역을 맡은 오마 샤리프는 1959년 <고하>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과 1963년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골든 글러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말씀에 접지하기: 2 디모 1, 5>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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