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십자가를 안테나로
제목 한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비상근무)
   2014/04/25  12:20
 비상근무.jpg

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일 계속되는 세월호 승객구조작업을 바라보면서

심신이 몹시 지쳐있을 구조대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지난 2008년에 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정녕코 헛되지 않으리.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또는 한 괴로움을 달래거나

또는 할딱거리는 로빈새 한 마리를 도와서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다면

내 삶은 정녕코 헛되지 않으리.

 

-에밀리 디킨슨-

 

 
 

                                 안개를 뚫고 날아온 천사들

  십자가를 안테나로!
  며칠 전, 숭례문 화재 현장을 부모와 함께 방문한 한 초등학생이 이런 글을 그곳에 남겼다고 합니다.
  “남대문아, 정말 미안해! 얼마나 뜨거웠니? 내가 소방관이라면 헬기를 타고 가서 지붕을 뚫고 시원한 물을 부어주었을 텐데...”

  오늘 새벽시간대 응급환자를 긴급후송한 뒤 복귀 중에 헬기가 추락하여 헬기탑승 장병 7명 전원이 사망했고 시신이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그들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는 뉴스가 모친이 입원한 병실 텔레비전에서 보도가 되자 병상의 한 중풍환자 할머니가 안면마비로 다소 어눌해진 말로 긴 탄식을 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말 그들이 천사들이야...‘심한 안개 때문에 환자수송을 못하겠다’고 해도 될텐데 말이야... 정말 안타깝네....”

  아무튼 한 응급환자 사병을 구하기 위해 한 밤중에 그것도 심한 안개를 뚫고 헬기로 날아가 그를 국군병원으로 이송하고 복귀하다 사고를 당한 ‘7분의 용사이자 천사들’이 주님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빌며 그 유족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며 긴급 환자이송을 다룬 영화 ‘비상근무’(원제: Bringing out the dead)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비상근무’>

  종합병원의 앰블런스를 운전하는 응급요원 프랭크(니콜라스 케이지 분)의 일은 모두 거리에서, 그리고 언제나 다급하게 시작된다. 동료들와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길을 떠돌다보면 다급한 목소리의 무전이 들어온다. 환자가 있는 장소와 환자의 증상, 그것이 응급요원인 그들에게 주어지는 실마리의 전부다. 현장에 출동한 그들에게는 세 개의 영역이 주어진다. 즉 삶의 영역과 죽음의 영역, 그리고 그 가운데 있는 가사상태의 영역이다. 응급요원이 해야 할 일은 가사상태에 있거나 죽음의 영역에 들어간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삶의 영역으로 끌어내 오는 것이다. 프랭크는 벌써 몇 달째 삶의 영역으로, 하다못해 가사 상태의 영역으로도 응급환자를 끌어내 오지 못했다. 그런데 살릴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살리는데 실패한 소녀 로즈의 환영은 수시로 프랭크를 덮친다.

  어느 날 프랭크는 죽음의 영역에 들어선 심장마비 환자에게 환자가 평소 좋아하던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가사상태의 영역으로 환자를 끌고 오는데 성공한다. 그러면서, 프랭크는 환자의 딸인 메리와 가까워진다. 가사상태의 환자를 태우고 도착한 병원의 응급실은 아수라장 그 자체이다. 응급실에 있어야 할 히포크라테스의 후배들이나 백의의 천사는 온 데 간 데없고, 환자와 보호자, 의사와 간호사가 너나할 것 없이 마구 내뱉는 악다구니와 핀잔과 도끼눈만 응급실에 하나 가득이다. 그리고 혈중 염분농도가 짙어져서 끝없이 물을 마셔야 하는 병에 걸린 노엘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갈망하는 현대인을 대변하는듯한 인물이지만, 정작 삶의 영역으로 그를 이끌어내야 하는 프랭크를 비롯한 응급요원들의 삶도 죽음의 영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창녀와 마약 중독자와 마약 상인이 가득한 뉴욕거리에서 피비린내와 구토와 비명에 파묻혀 지내야 하는 응급요원의 삶이 윤택하고 보람찬 것일 수는 없다. 피곤에 쩔어 퀭한 프랭크의 눈과 로즈의 환영을 볼 때마다 내뱉는 혼잣말은, 시간이 지나가면 프랭크 역시 응급환자들과 다를 바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암시한다. 프랭크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왜냐하면 그도 이미 삶과 죽음을 놓고 벌이는 이 게임(?)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말씀에 접지하기; 루카 5, 18-20>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20 맹희씨가 병문안을 간다면...(스트레이트 스토리) 이현철 14/05/12 9813
619 난 소프라노야! (송 포 유) 이현철 14/05/08 10768
618 제주도의 한 어린이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이현철 14/05/05 9864
617 진정한 어린이부자는 ?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이현철 14/05/03 9881
616 죽으면 살리라 (미션) 이현철 14/05/02 10319
615 한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비상근무) 이현철 14/04/25 9227
614 교감선생님의 탓은 아닌데...(라자르 선생님) 이현철 14/04/24 9572
613 돈부터 말린 선장 (눈먼 자들의 도시) 이현철 14/04/23 9285
612 잠수종을 사용할 수 없다면...(잠수종과 나비) 이현철 14/04/21 9601
611 침몰한 세월호 (걸어도 걸어도) 이현철 14/04/16 9080
610 딸이 주고간 선물 (5쿼터) 이현철 14/04/13 9317
609 사라진 호출부호 (굿모닝 베트남) 이현철 14/04/12 1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