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십자가를 안테나로
제목 교감선생님의 탓은 아닌데...(라자르 선생님)
   2014/04/24  9:30
 라자르.jpg

주: 이번 세월호 참사중 구조된 안산 단원고 교감선생님이 자책을 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작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2010년저희 대구 효성초등학교 47회 졸업생 25명은 1박 2일로 대구 근교 팔공산 기슭에 있는 팔공문화촌에서 즐거운 동기모임을 했었습니다. 2일째 아침식사전에 동기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어젯밤 떠들고 논 일, 건강 이야기 등을 나누다가 서울 모대학의 교수로 있는 김군이 “나는 초등학교 시절, 여교사 권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맨 앞자리에 앉았었지...”라고 하자 옆에 있던 친구는 “그때 권선생님의 독한(?) 침이 네게 튀어 지금 네 앞머리가 벗겨진 것이 아닐까? ”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여 모두들 배를 잡고 한참 웃기도 했습니다.

 

 

   며칠 후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그동안 저는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났었지만 저의 기억에 남는 분들은 주로 사랑의 매를 드신 분들입니다. 그 중의 한 분은 초등학교시절, 호랑이 선생님으로 알려진 권선생님입니다. 당시 상급생들이 한 주간씩 돌아가면서 '선도'라는 완장을 차고 등교시 학생들의 복장검사 뿐만 아니라 교내외 생활전반에 대해 선도와 학교규칙 위반자들을 적발을 해야 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도 범생(?)으로 통했던 저는 공부도 잘하고 착한 어린이 표창까지 받은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제가 선도를 하는 주간에 공교롭게도 권선생님이 선도지도 즉 주번선생을 하시게 되었는데 어느 오후, 선생님이 저를 부르셨습니다. 저는 무슨 심부름인가 싶어 급히 그분이 기다리신다는 교실로 찾아갔습니다. 방과후라 아무도 없는 그 교실에서 권선생님의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현철, 안경 벗어!" 그리고 바로 저의 뺨을 후리치셨습니다. 저의 얼굴보다 더큰 그분의 손이 저의 뺨을 사정없이 강타하였던 것입니다. 평소 집에서 엄한 아버지께 단련된(?) 뺨이었지만 선생님께 영문도 모르고 맞는 것이 너무나 억울해서 저는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았습니다. "선생님, 왜 저를 때리십니까?"고 말입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너는 선도가 아니고 악도야! 악도! 며칠전 하교길에 골목에서 군것질을 했다면서?"라고 하시며 어느 학생이 군것질을 한 아이들을 고발한 종이쪽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하교길에 연년생이었던 저희 동생들이 골목길에서 쪼그리고 앉아 이른바 포또(달고나? 국자?)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만류하다가 저도 그 달콤한 맛에 녹아 같이 쪼그리고 앉아 계란빵 등을 만드는 것을 누가 보고 권선생님께 저를 고발했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그후에도 저의 못된 짓과 위선은 계속되었지만 주님께선 번번이 엄한 여러 스승들을 보내시어 저를 깨우쳐주셨고 또 저에게 사랑의 매를 드셨습니다. 금년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테러화재로 가족을 잃고 또 망명신청중이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학생들에게 헌신하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자 한 선생님을 그린 캐나다 영화 ‘라자르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라자르 선생님’>

 

   모국 알제리에서 교사였던 아내와 두 자녀를 불의의 테러화재로 잃고 구사일생으로 간신히 살아 캐나다로 망명 온 바시르 라자르(모하메드 펠라그 분)는 망명신청중이란 어려운 상황중에 최근 여교사 마틴이 학교 교실에서 목매달아 자살한 몬트리올의 한 초등학교의 대체교사로 지원한다. 어렵게 채용되어 최선을 다해 수업을 진행하는 그를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 반기는 아이들. 하지만 라자르는 학교차원에서 집단심리치료중이지만 그 아이들이 마음 속 상처를 깊이 숨기고 있음을 이내 알게 된다. 유난히 그를 잘 따르는 알리스(소피 넬리스 분)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고 또 사진광인 심통쟁이 시몽(에밀리언 네론 분)도 달래면서 어느덧 상처가 아물어가던 그는 자살한 여교사 마틴에 대한 아이들의 자유 토론을 방치한 죄아닌 죄로 무단해고가 된다. 자신에게 늘 ‘아낌없이 주는 큰 나무’와 같았고 또 그늘이 되어 준 라자르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했던 알리스는 ‘신체접촉금지’라는 학교교칙을 무시하고 갑자기 학교를 떠나는 라자르 선생님 품에 안겨 흐느껴 운다...

 

 * 알리스: 시몽, 너 때문에 마틴 선생님이 자살한거야. 어느 날 울고 있는 너를 마틴 선생님이 그저 안아주었을 뿐인데...넌 ‘마틴 선생님이 내게 뽀뽀했다’고 거짓말을 한거야. 그리고 자살한 마틴 선생님은 우리에게도 사과해야해...

 

 * 시몽 : 그래, 내가 거짓말을 했어, 네 말대로 내탓이야. 하지만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마틴 선생님이 자살을 했고 또 내가 우유급식당번이란 걸 뻔히 알고 우리 교실에서 자살한 것은 너무 잔인해. 하지만 나는 마틴 선생님이 천국에 부디 올라가시라고 선생님 사진에다 천사 날개를 그려주었어...

 

 * 라자르 선생님 : 얘들아, 너희는 지금 보잘 것 없이 보이는 애벌레나 번데기이지만 곧 나비가 되어 날아갈거야. 나는 너희가 나비가 되어 날아갈 때까지 애벌레와 번데기를 품어주는 나무가 되어줄게. 나도 너희들처럼 숙제로 해온 시가 하나 있어. 제목은 ‘나무와 번데기’인데 선생님의 낭독중에 혹시 맞춤법이 틀리면 너희가 큰 소리로 교정을 해다오.

 


 

올리브 나뭇가지에

에머랄드 빛 번데기가 매달려 있다.

나무는 번데기를 지키기 위해

바람을 가리고 개미를 막아주었다.

하지만 내일이면 나비를 떠나보내야 한다.

 

그날 밤, 뜨거운 산불이 숲을 집어 삼겼고

화염과 슬픔으로 큰 생채기가 남았다.
 

훗날, 나무는 팔에 날아앉은 새에게

번데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개를 활짝 펴고

푸른 하늘을 날아간

자신이 사랑했던 아름다운 나비 이야기를.

 

<말씀에 접지하기; 요한 13, 12 - 17>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20 맹희씨가 병문안을 간다면...(스트레이트 스토리) 이현철 14/05/12 9813
619 난 소프라노야! (송 포 유) 이현철 14/05/08 10768
618 제주도의 한 어린이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이현철 14/05/05 9864
617 진정한 어린이부자는 ?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이현철 14/05/03 9881
616 죽으면 살리라 (미션) 이현철 14/05/02 10319
615 한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비상근무) 이현철 14/04/25 9227
614 교감선생님의 탓은 아닌데...(라자르 선생님) 이현철 14/04/24 9573
613 돈부터 말린 선장 (눈먼 자들의 도시) 이현철 14/04/23 9285
612 잠수종을 사용할 수 없다면...(잠수종과 나비) 이현철 14/04/21 9602
611 침몰한 세월호 (걸어도 걸어도) 이현철 14/04/16 9080
610 딸이 주고간 선물 (5쿼터) 이현철 14/04/13 9317
609 사라진 호출부호 (굿모닝 베트남) 이현철 14/04/12 1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