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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으면 살리라 (미션)
   2014/05/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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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번 토요일(5/3) 밤 11시 EBS 세계의 명화에서 영화 '미션'을 방영한다고 하기에 지난 2007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이 영화 '미션'은 최근 세월호 선장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비겁하게 배를 버리고 탈출한 것에 비해 선교지의 원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자신을 희생한 선교사들의 용감한 모습을 잘 그리고 있고 유명한 '넬라 판타지아'곡도 이 영화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죽으면 살리라

 
십자가를 안테나로!
  금주 KBS-1TV의 환경 스페셜에서는 세계 3대 폭포 중에 하나인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편이 방영되었습니다. 잠베지강의 보석인 빅토리아폭포는 세계 자연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경이로운 자연 경관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 야생동물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기 때 광활한 초원으로 흩어졌던 야생동물들은 건기가 되면 물을 찾아 잠베지강과 빅토리아폭포로 모여들며 메마른 초원지대를 가로지르는 잠베지강과 빅토리아폭포는 야생동물들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 250만 년 전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빅토리아 폭포와 잠베지강은 아프리카의 15만 마리의 코끼리를 비롯하여 하마, 영양, 기린 등이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낙원이며 그 주변의 호수에는 20만 마리의 홍학이 날아와 집단 번식하는 장관을 연출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강과 폭포가 기름지게 한 대초원지대에는 1만 마리 얼룩말을 비롯하여 수많은 초식동물과 포식자들이 집단 이동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다큐를 보면서 저의 몸은 매주 수요일 밤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경기 마르코니회(가톨릭 아마추어무선사회) 정기 네트에 무선통신 대신에 인터넷 채팅으로 참가하면서도 마음은 저멀리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와 잠베지 강의 격류와 도도한 흐름에 래프팅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높은데서 떨어져 산산히 부서지는 빅토리아 폭포와 모든 동식물을 위해서 아낌없이 내어주고 바다로 가는 잠베지강은 ‘죽으면 산다’는 교훈을 저에게 주었고 또 수년 전에 선종한 민요셉 신부님을 생각나게 하여 결국은 제가 이 밤을 하얗게 새우면서 그분의 유고집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를 다시 집어들고 읽게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참고로 그 책에 수록된 정호승님의 시 ‘폭포 앞에서’와 민신부님의 묵상글 ‘잠베지강’ 그리고 역시 세계 3대 폭포 중에 하나인 이과수 폭포가 배경이 된 영화 ‘미션’을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폭포 앞에서>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다
떨어져 산산이 흩어져도 좋다
흩어져서 다시 만나 울어도 좋다
울다가 끝내 흘러 사라져도 좋다

끝끝내 흐르지 않는 폭포 앞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내가 포기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이제 증오마저 사랑스럽다
소리 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되어
눈물 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되어
머무를 때는 언제나 떠나도 좋고
떠날 때는 언제나 머물러도 좋다

(정호승님의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중에서)


                                  <잠베지강과 빅토리아 폭포>

  그토록 오랫동안 흐르고 흐르며 모아 왔던 모든 물의 끈기와 인내를 다 동원하여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떨어집니다. 죽음입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급격한 변동입니다. 떨리고, 깨어지고, 부서지고, 망가지고, 흩어지면서 끊임없이 추락합니다. 떨어집니다. 절벽을 만나, 낭떨어지를 만나 그렇게 떨어지고 떨어집니다. 온몸이 부서집니다. 그렇게 스펙타클한 빅토리아폭포를 조각해 냅니다.

  그렇습니다. 죽음, 죽음입니다. 죽었습니다. 그렇게 죽어야 했습니다. 한바탕 요동을 치고 까무라쳤습니다. 내가 지금 무얼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무의식 속에서는 내가 아직 살아있는 듯 싶은데 도무지 아무런 감각이 없습니다. 마치 십자가에서의 죽음과 같이 고요합니다. 문득 눈을 떠 깨어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몸은 그대로인데 내 옆으로 지그재그의 바토카 협곡이 빚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새로이 깨어났습니다. 부활, 부활입니다. 그렇게 흐르고 또 흐르고, 부서지고 깨어지고 바수어지면서 흐르고 흘러 그녀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에 호흡과 생명을 제공하며 이롭게 하였습니다.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의 커다란 카리바댐을 제공하기도 하고 모잠비크에 카보라 바싸댐을 마련하기도 했으며 바토카 협곡에 또 하나의 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잠베지강은 오랜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카보라 바싸 호수를 어우르면서 테테를 지나 인도양으로 들어 쉼의 세계,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갑니다.

  가만 잠베지강이 지나쳐 왔던 여정을 돌이켜 봅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자라서는 자신의 몸을 희생으로 다 바쳐 세상을 이롭게 하고, 비로소 죽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는 한 인생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름도 없던 초라한 마을,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서는 30여년 동안 조용히 세상을 관조하며 사시다가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고 광야에 들어가 고민하시고는 삶의 양식을 바꾸어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고 그렇게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께서 걸어가신 그 길, 그 똑같은 길을 따라 걸어가신 성모 마리아의 생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민요셉 신부님의 유고집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중에서)


                                                      <영화 ‘미션’>

  1750년, 스페인과 포루투갈은 남미 오지에 있는 그들의 영토에 경계를 확정한다. 그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예수회 신부들은 원주민 과라니족을 감화시켜 근대적인 마을로 발전시키고 교회를 세우는데 성공한다. 한편 그 신부들 중에 악랄한 노예상이었던 멘도자가 가브리엘 신부의 권유로 신부가 되어 헌신적으로 원주민들의 개화에 힘쓰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영토 분계선에 따라 과라니족의 마을은 무신론의 포루투갈 식민지로 편입되고, 선교회를 해체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 결정에 불응하는 과라니족과 일부 예수회 신부들을 설득하려는 추기경이 파견되지만 결과는 포루투갈 군대와 맞서 싸운 선교사들과 과라니족의 전멸로 끝난다.

  그후 추기경은 안타깝게 죽어간 그들을 회상하며
  “그들은 죽었지만 살아있고 나는 살아있지만 죽었다”라고 고백한다...

                                        <말씀에 접지하기; 필립 3, 10>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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