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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침몰한 세월호 (걸어도 걸어도)
   2014/04/16  15:9

주: 오늘 아침 9시경 진도 부근을 지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여 오후 5시 현재, 2명이 사망하고 약 300여명의 승객의 생사가 불명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수년 전에 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난파되거나 침몰하는 공동체가 없기를 바라면서요...


                               (침몰 직전의 여객선 '세월호')



                          < 보물선이 난파선이 되어서야...>

 십자가를 안테나로!
 폭염과 무더위를 피해 동네 공원의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한가하게 바둑을 두는 두 노인이 놀랍게도 가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었습니다.
 “옛날에는 가족을 ‘식구’라고 해서 모두들 같이 밥을 먹었는데 요즘은 바쁘다고 각자 따로 밥을 먹고 있으니 어찌 우리 가족을 식구라고 하겠는가?”

 그러자 이들 듣고 있던 다른 노인은 한숨을 푹 쉬며
"우리 가족은 한때 보물선이었는데 이제는 난파선이 되고  말았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모두들 서로 잘나서 서로 선장노릇을 하겠다고 매일 싸우는 바람에 난파선이 되고 말았네...”

“맞아, 맞아...아무리 보물선이라도 난파선이 되면 같이 밥을 못먹지...”


 저는 바둑 구경을 하다 이 노인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동정심과 연민이 밀려오면서 한편 점점 해체되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가정과 가족을 이분들이 아주 적절하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물선인 가정이 망망대해에 정처없이 떠돌다가 난파선이 되어 시련이라는 삼각파도에 결국 깊은 바다에 빠진 다음에 이를 인양하기 보다는 지금 어려움에 처한 가정이 여러 가지 형태로 타전하고 있는 S.O.S 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신속히 구조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보물선인 가정이 난파선이 되지 않으려고 각자 노력하는 한 가정을 그린 일본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걸어도 걸어도’>

  좀처럼 다 함께 모이기 힘든 시골의사 요코야마씨네 가족이 어느 여름날,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그것은 약 15년 전, 바다에 빠진 소년 쇼시오를 구하려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역시 의사였던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이 가족이 모두 모인 것. 그런데 연로한 의사로서 이미 병원일을 은퇴한 아버지(하라다 요시오 분)와 자상하고 요리솜씨가 좋은 어머니(키키 키린 분), 이제는 준페이 대신 실질적인 장남이 된 차남 료타(아베 히로시 분)와 전 남편과 사별하고 료타와 함께 사는 그의 아내 유카리(나츠카와 유이 분)와 그녀의 아들 아츠시, 그리고 료타의 누나이자 장녀 지나미(유 분)와 넉살좋은 그녀의 남편과 세 아이들까지 모두 모처럼 모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대화와 웃음 이면에 이해하기 어려운 벽과 답답함이 묻어난다.

 어렸을 땐 그렇게 의사인 아버지를 동경했건만 지금은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지고 또 실직한 료타, 그리고 그가 데려온 아내 유카리를 ‘애 딸린 과부’라면서 며느리가 썩 내키지 않는 부모님, 한편 아무리 그래도 손자가 된 아츠시는 무시하고 오직 료타만 챙겨주는 시어머니가 오히려 서운한 유카리, 그리고 어머니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데 다짜고짜 친정인 부모님 집에 들어와 살겠다는 딸인 지나미 가족까지. 각자의 문제로 어딘지 어긋나 있는 이 가족들은 함께 하는 1박 2일 간, 15년 전 가장 소중했던 이 준페이를 잃었던 기억을 뒤로 서로 간에 감춰져 있던 아픈 진심을 조용히 그러나 아리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료타는 어머니에게 “매년 형 준페이의 기일 제사에 의무적으로 참석하고 또 요코야마 가족에게 사죄하는 청년 요시오가 너무 불쌍하며 또 형식적이다” 라며 내년에는 그를 오게 하지 말자고 제의했으나 어머니는 단호하게 이를 거절하며 “너는 아직 부모의 마음을 모른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제일 좋아하는 노래 ‘블루 나이트 요코하마’는 그 옛날 너를 업고 바람난 남편을 찾아갔을 때 아버지가 있던 방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였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날 밤 집에 날아든 노랑나비가 “죽은 준페이가 집에 온 것”이라고 넋이 나간다. 그리고 아버지인 요코야마는 “아직도 제대로 된 직장이 없는 하찮은 인간 즉 뚱보 요시오를 위해 유능한 의사인 우리의 장남 준페이가 죽은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형에 이어 의사되기를 거절한 료타 마저 애써 외면한다.

 다음날, 료타 부자는 떠나기 전에 요코야마와 함께 집 근처의 바닷가를 산책하다 꼬마 아츠시는 해변에 버려져있는 한 난파선을 보고 할아버지에게 왜 저 배가 난파되었는지를 묻지만 할아버지 요코야마는 손자에게 끝내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말씀에 접지하기; 1디모 5, 8>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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