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대로 산 시간은 사랑했을 때뿐이다(연중 제20주일) |
2015/08/15 14:58 |
제대로 산 시간은 사랑했을 때뿐이다(연중 제20주일)
요한복음 6,51-58
어떤 청년이 육군 소위로 임관되어 전방에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부하 사병의 실수로 수류탄이 터져 한 쪽 팔이 잘려나갔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 여자 친구가 병문안을 온다는 연락이 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중, 고등학교, 삼사관 학교 시절까지 계속 편지를 주고받던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러나 이 소위는 한쪽 손이 없고 머리와 팔에 붕대를 칭칭 감은 모습을 보일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다. 어머니가 그에게 밥을 떠먹여 주고 있을 때 그 여자 친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를 보자마자 아무 말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30분쯤 지나서 그 육군 소위가 용기를 내어
“아직도 나를 사랑해?”
하고 물었다. 그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그 소위는 왼손만 가지고 그 여자를 사랑할 수 없고, 진정 사랑한다면 그를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굴 봤으면 이것으로 끝내자 하고 말했다. 그 여자가 울먹이며
“지금까진 당신에게 내가 필요 없었는지 몰라요. 그러나 지금부턴 당신 곁에 내가 있어야 해요.”
하고 한결같은 사랑을 약속했다. 그 여자 친구는 병원 가까이에 방을 얻어놓고 날마다 병원에 와서 그를 간호해주었다. 그러나 그 여자의 아버지는 딸에게 그 남자를 포기하고 새 길을 찾으라고 권유했다. 딸은
“그래서는 안 되지만, 아버지가 한 팔을 잃으신다면 엄마가 아버지를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세요?”
하고 반문했다. 아버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음을 알고 그 소위와 사귀는 것을 허락했다. 그 소위는 제대하여 아내의 내조와 사랑에 힘입어 린스와 샴푸를 합친 효과를 내는 ‘하나로’, 20살부터 80살까지 사용할 수 있는 ‘2080 치약’,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람을 개발했다. 이 업적으로 KTF 통신사의 부사장, 애경산업 이사가 되었고, 지금은 ‘세라젬헬스앤뷰티’ 회사의 대표인 조서환씨다.
조서환씨의 아내는 비록 그가 오른손이 잘린 장애인이요 아버지가 만류했는데도 그를 향한 사랑을 취소하지 않았다. 악조건 가운데서도 남편에게 변함없이 한결같은 사랑을 베풀고 그와 동고동락하는 삶을 택해 그를 크게 성공한 기업인으로 키웠다.
우리는 이따금 신비스러운 만남을 체험한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와서 우리의 잠재력과 능력을 인정해주고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주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만남을 통해 상대방의 내면세계로 들어가서 서로 이해하고 각자가 쌓아온 인생체험과 지적이고 영적인 자산을 공유하여 더욱 풍요로운 세계를 만든다. 이 새로운 세계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위로와 기쁨과 행복을 주는 신비스러운 세계이다. 인연의 싹은 하느님의 섭리이지만 인연을 이어주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만남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다.
예수님은 성체성사의 빵과 포도주 안에 실제로 현존하심으로써 교회 안에서 계속 살아 계신다. 우리는 영성체 때 예수님의 살과 피를 영원한 생명의 음식과 음료로 받아 모시고 그분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다. 우리는 믿음의 힘으로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고, 그분은 우리 안에 현존하신다. 우리는 그분의 부활생명을 받으며 하느님의 자녀라는 영광스러운 신분으로 들어 높여진다. 이 신분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고 인류를 사랑하여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을 본받아 날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데서 드러난다. 이 사랑은 예수님과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방법이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살 수 있듯이, 예수님과 관계를 보존해야 하느님의 생명을 누릴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포도나무에서 잘려나간 가지는 말라버리듯이,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사랑을 거절하여 예수님과 관계를 차단하는 사람도 영원한 죽음을 면할 수 없다.
미사 때 예수님은 우리를 온 세상으로 파견하신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우리 마음속에 임하신 예수님을 모시고 가족과 친구와 이웃에게 가서 그들이 예수님과 만나 하느님의 세계에서 살도록 예수님을 보여드려야 한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하느님이 주신 선물로 여기고 충실하게 만나자. 이러한 만남을 통해 하느님과 인격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서환씨의 아내는 열심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님의 영원한 사랑을 본받으려고 애써서 오른 팔이 없는 불구자 남편을 한결같이 사랑했다. 예수님의 헌신적인 사랑을 길잡이로 삼아 이 세속의 탁류에 오염되지 않고 위기와 시련을 이겨내는 힘을 얻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남편에게 한 번 준 마음을 철회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는 힘을 주셨다. 나를 떠나간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면 이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이와 반대로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를 진정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삶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들만이 당신의 마음속에 발자국을 남기지요.”(루즈벨트를 대통령으로 만든 영부인 에리나 여사)
그가 나에게 다가오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 그와 만남으로써 창조되는 새로운 세계가 나를 맞이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과의 만남, 이웃과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이 큰 의미가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큰 영향과 의미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정현종 시인, ‘방문객’)
아무리 작은 만남이라도 큰 인연으로 여기고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이 작은 만남에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하겠다.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과 헤어질 때는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여라."(마더 테레사)
사랑할 때만 나의 감성과 이성과 의지, 나의 온 실존이 총동원된다.
“인생을 돌아보면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순간뿐이다.”(헨리 드루먼드)
잘 읽히는 책
판매처: 가톨릭출판사, 바오로딸, 성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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