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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꽃처럼 세속의 흙탕물에 오염되지 않는 사람(주님의 세례 축일)
   2010/01/09  8:46

연꽃처럼

세속의 흙탕물에 오염되지 않는 사람

 

루카복음 3,21-22

 

 

연꽃은 여름에

더러운 진흙 속에서 올라오면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연꽃은 물에서 태어났으면서

물을 묻히지 않고

흙탕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오염되지 않으며

“맑은 물결에 남실남실 씻기어도

조금도 요염한 빛이 없다.

속은 텅 비어 욕심을 비운 사람 같고

겉은 항상 꼿꼿한 몸가짐으로 서 있으며,

서로 얼기설기 얽혀서

넝쿨 지는 일도 없고

가지를 사방으로 뻗어

세력을 확장하는 일도 없다.

은은한 향기는 멀수록 오히려 맑은데,

게다가 언제나 정결하게 우뚝 서 있는 모습에

위엄이 서려 있으니

멀리서 우러러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서 어루만지며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주돈이, ‘연꽃’, 세계의

  명수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외 지음, 손광성

  엮 음, 을유문화사 2003. 135쪽).

 

연꽃은 어떻게 세속의 탁류에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게 살 수 있는지

삶의 지표를 제시해주는 꽃이다.

 

부다가 보리수 아래서 도를 깨치고

걸어 나가는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었다 했다.

바로 그 성지 옆에

불성지(佛聖池)라는 연못이 있는데

그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이

이 세상 불교국가들에 번져있는

연꽃의 원조라 한다.

불자들은 보리수 잎과

불성지의 연꽃씨앗을

얻어 가는 게 2000년 이래 평생소원이다.

한국 연꽃 뿌리도

이곳에 갔던 삼국시대 어떤 스님이

얻어 심은 불성지의 자손 꽃이 아닐까?

사회의 모든 부문이 흙탕물로 오염된 것 같이 보여서인지 요즈음 별나게 돋보이는 연꽃이다.

 

죄인들과 함께 세속 한가운데 살아도

하늘에 계신 하느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면

연꽃과 같은 사람이 된다.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에게

비천하게 세례를 받으신 결과

하늘이 열려

우리가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열려

성령이 예수님 위에 임했는데,

이는 하늘과 땅 사이에

전화가 개설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느님이 걸어오시는 전화를

자주 받는 사람은

이 지상에서 살아도

성령의 힘으로

마음은 이미 하느님의 왕국에 가 있다.

하늘은 하느님이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심중을 꿰뚫어보고 상과 벌을 집행하시는 곳이요

나의 억울한 사연을 다 알고

나를 변호해 주시는 하느님의 거처이다.

예수님의 세례로 하늘이 열려

인간이 우연히 이 세상에 와서

어떤 숙명이나 필연에 따라 살다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과 대화하는 존재요

천상적인 존재임이 드러났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신 예수님이

하늘, 즉 영생의 세계를 여셨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부활 ‧ 승천하여 우주를 열고

하늘 그 자체에 들어 가

시간을 관통하는 영원한 존재로 살아 계신다.

그분의 승천은 우리의 승천을 보장한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아

그분과 하나 되고

하느님 왕국의 시민권을 얻었다(로마 6,3-8).

그러므로 이 지상의 것을 버리고

천상의 것을 추구해야 하겠다.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심을 배양하고,

물욕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난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바꾸어야 하겠다.

 

세속에 오염되지 않고

이기적 타산을 모르는

깨끗하고 자유로운 마음에서

싱그러운 향기가 우러나와

사람들을 감미롭게 한다.

척박한 사막에서 피는 꽃의 색은 찬란하고

향기가 짙어

멀리 떨어져 있는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듯,

사랑의 인고에서 핀 내 영혼의 향기도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즐겁게 한다.

인고는 사람을 빛나는 옥으로 만들어 놓는다.

벼가 익어 쌀이 되기 위해

햇빛, 천둥, 번개, 메뚜기의 방문을 받아

열매를 내놓듯,

우리도 사랑의 인고로

향기로운 과일, 쌀처럼 되어가는 것이다.

 

 

 

                        신간안내

 

박영식,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

    복음․마태오복음․루카복음․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판매처: 복현성당, 바오로딸, 계산서원,

                  성바오로서원

 

위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

     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위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위 저자,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