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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과 이웃과 맺은 인연을 이어주는 사람(연중 제11주일)
   2008/06/13  7:49

하느님과 이웃과 맺은 인연을 이어주는 사람


마태 9,35-10,8


사람의 만남은 신비다.

아이는 부모를,

부모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하느님이 부자관계로 정해주셨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다.

인연은 서로 마음을 주고

상대방의 마음에 스며드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이

남편이요 아내요 자녀요 친구이다.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이 그 사람을 향해 온 것이다.

그도 나를 만나기 위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왔다.

무슨 인연으로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너와 내가

부부로, 부모와 자녀로, 형제자매로,

친구와 이웃으로 만나게 되었는가?

무슨 인연으로 어려울 때 서로 돕곤 하는가?

어떤 인연은 지난 나의 한 해를 의미심장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추억의 한 장으로 남거나

빛바랜 사진처럼 퇴색하고 마는 인연도 있다.


서로 만나서는 안 되는 경우는 악연이다.

무슨 악연으로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필 그를 만나

이렇게 가슴앓이를 하고 울어야 하는가?

인간은 가련하고 미약한 존재요

서로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이다.

사랑을 받지 못해

슬퍼하기도 하고

사랑할 사람이 없어

탄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우연히 이 세상에 와서

어떤 숙명이나 필연에 따라

살다 사라지고 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하느님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산다.

하느님은 내 삶의 기원이요 중심이며 의미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추억에 남아 있는 존재만 돼서는 안 되고

언제나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분이 되시도록

이 인연을 계속 이어야 한다.

세례자 요한이 그러했다.

어머니 태내에 있던 그는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이미 성모님의 태내에 계신 아기 예수님의 현존을 느끼고

그분과 인연을 맺는 은혜를 받았다.

그는 이러한 인연 때문에

어른이 된 뒤 유다인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베풀어

예수 메시아께서 오심을 준비하는 선구자가 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바오로는 하느님이 자기를

어머니의 태 안에서 이미 선택하여

사도로 부르셨기 때문에(갈라 1,15-16)

하느님과 맺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복음을 선포하다가 참수형을 받았다.

그는 교회를 박해했지만,

태어나기 전에 이미

하느님이 자기를 복음 선포자로 예정하신 것을

거역할 수 없었다.

우리도 죽는 순간까지

복음 선포자로 선택된 운명을

거절하지 말고

목숨을 바치자. 

인연의 싹은 하느님의 섭리이고,

인연을 이어주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인연도 기적도 사냥하듯 끈질기게 추구해야 한다.

인연은 아이를 키우듯,

마음을 다해 정성과 사랑을 다 쏟아 부어야 유지된다.

부부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고독하게 살 각오를 하고

끊임없이 서로 적응하고 협상해야 한다.

친구의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주며

대신 짐을 져주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만남이라도

큰 인연으로 여기고

결코 소홀히 여기지 않아야 하겠다.

큰 인연에만 집착하지 않고

작은 인연도 추구하고

계속 가꾸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깊은 영향을 받고

날이 갈수록 풍요로운 삶을 산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느님과 친구들과 맺은 귀한 인연들을 보존하려고

얼마나 애쓰는가?



                 신간서적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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