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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연을 위해 많은 조연들이 수고한다 (연중 제18주일)
   2011/07/30  15:46

주연을 위해 많은 조연들이 수고한다

(연중 제18주일)

 

마태오복음 14,13-21)

 

 

1918년 중국을 제외하고 8천만 명이 ‘스페인독감’으로 죽었다. 스페인 독감이 사람끼리 감염되는 조류독감이었음이 밝혀졌고, 몇 해 전에 아시아 일대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아시아 조류독감은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이 드러났고, 사람끼리 전염되는 살인 바이러스로 돌변할 위험이 크다고 한다. 그럴 경우 몇 주 안에 1억 명까지 사망할 수 있다는 소름끼치는 추측이 난무할 정도이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독감의 원인을 알아내어 인류대참사의 비극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기여한 사람이 있었다.

 

지금부터 60년 전 알래스카 작은 마을 브레비그에서 26살 대학원생 요한 훌틴이라는 청년이 얼어붙은 공동묘지를 모닥불로 녹여가며 파고 있었다. 동토(凍土)를 나흘이나 걸려 2m쯤 파내자 시신 여러 구가 드러났다. 그는 시체에서 폐 조직을 떼어내 멸균용기에 담았다.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거기 묻힌 사람들은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숨진 8천만 명에 속한다. 이 청년은 이 독감으로 죽어 영원히 녹지 않는 땅 속에 묻힌 북극지대 주민의 시체 속에 독감 바이러스가 냉동 보존돼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가 떼어낸 폐 조직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 실패하고 그의 시도도 오랜 세월 잊히고 말았다.

 

그 동안 유전자 증폭기술이 발전하여 미군 병리학 연구소 제프리 토벤버거 박사가 죽은 군인들의 폐에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추출해낼 수 있었다. 이 사건은 1997년 72살에 은퇴한 병리학자 훌틴을 46년 만에 다시 알래스카로 가게 한 계기가 되었다. 훌틴은 젊었을 때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팠던 브레비그 공동묘지를 다시 발굴한 끝에 잘 보존된 중년 여인의 폐 조직을 토벤버그 박사에게 건넸다. 그러자 8년이 지난 2005년 10월 8일 토벤버그 연구팀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완전히 해독해 바이러스를 재생했다고 발표했다. 노학자 훌틴의 집념으로 이루어진 독감 연구사상 최고의 성과로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터인 것이다. 미국정부는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39억$를 책정했다고 한다(조선일보, 萬物相, 2005년 10월 07일자 신문, 오 태진 수석논설위원)

 

목숨을 바칠 각오로 연구에 몰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의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이 발전하고 인류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숨어서 자기를 희생하고 덕을 닦고 마음속에 사랑의 불꽃이 맹렬히 타오르게 하는 사람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몸과 마음으로 건강하고 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오늘 복음(마태 14,13-21)에 보면,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양식을 당신에게 받아 전해주는 중개역할을 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저녁 때가 되자 제자들은 황량한 곳에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어서 예수께 군중을 마을로 보내 음식을 사 먹게 하시도록 제의했다. 그분은 제자들보고 군중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이르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예수님이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주신다는 것을 그들은 믿고 따르지 않았다. 그분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보시며 이 음식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한 뒤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시고, 그들은 여자와 어린이들 외에 장정만 해도 약 오천 명이 되는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마태 14,21). 제자들은 빵을 군중에게 전해 주는 봉사를 했다. 제자들은 사람들에게 육체적, 영적 건강을 위한 음식을 제공하여 전인적 차원의 구원을 베푸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주는 도구 구실을 한 것이다. 이는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의 교회가 이행해야 하는 사명이다... 위 빵 기적은 예수님이 빵을 당신의 몸과 동일시하신 최후만찬을 예고한다(마태 26,26-27)”(박영식, <말씀의 등불 가해. 연중 제18주일>).

 

예수님은 세례 때, 미사 때 사람들에게 필요한 양식을 당신에게 받아 전해주는 중개역할을 하라고 우리를 파견하신다. 예수님도 우리의 도움을 받아야 인류를 구원하실 수 있다. 그래서 우리를 당신의 협력자로 부르셨던 것이다. 예수님의 협력자로서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일수록 사랑과 정의가 넘쳐흐르는 부강한 나라이다. 그런 사람들의 희생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얼마나 충실하게 그분의 협력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모두가 꽃만을 생각할 뿐, 그 꽃을 담고 있는 꽃병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위해 매일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마음, 나의 행운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 ? 나의 영광 뒤에는 수많은 희생과 노력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 주연을 위해 많은 조연들이 수고한다는 것을 생각하자. 나의 성공을 위해 내 곁에 있어준 분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자(김 연태, “소외된 것들을 위하여”). 당나귀가 황금 자루를 짊어졌다고 해서 금으로 변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당나귀에 지나지 않지만, 사랑의 자루를 매고 있는 사람의 인격은 사랑으로 변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가를 도울 때 그것은 곧 우리 자신을 돕는 일이 된다. 이것은 하나의 법칙이며, 삶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아름다운 보상이다.

 

우리가 남을 돕는 것은 우리의 인간적 능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에서 비롯된다. 사랑은 하느님이 우리 마음속에 심어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꽃이 우리 마음속에서 식지 않고 원수에게나 친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서나 활활 타오르게 하려면 이기심을 없애주시는 하느님을 만나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손에 쥐어진 몽당연필이다”(마더 데레사). <빙하와 자작나무의 땅 알레스카에서>

 

 

잘 읽히는 책

박영식,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

(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

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판매처: 대구 복현성당, 바오로딸. ☎ 053-382-1004

-----, <말씀의 등불 2.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판매처: 대구 복현성당, ☎ 053-382-1004

------, 말씀의 등불 III. 주일 복음 묵상?해설(다해).

가톨릭신문사 2010년

판매처: 대구 복현성당, ☎ 053-38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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