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주일 복음 산책
제목 재의수요일, 사순절: 행복한 사람에게 고통과 고뇌는 필연적이다
   2012/02/24  16:53

행복한 사람에게 고통과 고뇌는 필연적이다.

 

우리는 어머니의 진통과 산고 속에서 태어났고 우리 자신의 고통 속에서 살다 고통 속에서 죽는다. 고통 없이는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고 또 아무 것도 끝나지 않는다. 모든 생명은 죽음에서 시작한다. “밀 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초원에 불이 일어나 모든 식물을 불태워 버리면 그 잿더미 속에서 전보다 더 강인한 생명이 풍성하게 솟아오른다. 생명은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발견이며, 죽음은 많은 생명을 얻기 위한 자연의 비법이다.

 

우리는 자기 몫의 고통뿐 아니라 남편과 아내와 자녀와 부모의 고통도 자기 고통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가족들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요 가족들의 기쁨이 바로 나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만큼 그들이 성공하고 행복해지는 법이다. 그러나 그에게 나의 한 평생을 바쳤는데도 배신만 당했다고 하는 사람은 사랑을 계산한 사람이요 참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랑은 저울질 하거나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그이보다 더 많이 기다리고 더 많이 참고 더 먼저 달려가고 더 먼저 그리워하고 더 나중까지 외로움에 떠는 사람이 사랑을 할 줄 안다.

 

사람은 고통 속에서 단련되고 고통 속에서 사랑을 가꾸고 고통 속에서 자기를 실현하고 고통 속에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존재이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이고, 고통이 뒤따르지 않는 사랑은 있을 수 없다. 또한 고통을 견디어내기 위해서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통이나 희생은 견디기 쉽고 달콤하기까지 하다. “괴로움이 남기고 간 것을 맛보아라. 고통도 지나고 나면 달콤한 것이다”(J.W. 괴테). 사랑의 고통은 다른 모든 쾌락보다 훨씬 감미로울 수 있다. 고통의 뒷맛이 없으면 진정한 쾌락은 거의 없다(H. 켈러).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일도 하기 싫고 건강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사랑은 모든 삶과 활동의 원동력이다. 그 사람을 향한 그리움도 함께 겪은 슬픔과 고통을 통해 주어진다.

 

사람은 사랑과 고통으로만 변화된다(F. 베이컨).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하겠다(J.W. 괴테). 얼마나 깊이 괴로움을 겪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믿음과 사랑과 희망의 위대함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처럼 고난은 불행이 아니라 위대한 인생을 만들어주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러나 쉽고 편안한 환경에선 강한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통이 없는 사랑에는 생명이 없다”(Thomas a Kempis). 사랑 때문에 받는 고통과 죽음에서 새로운 생명이 창조된다. 하느님은 당신의 뜻에 따라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 속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부활시키셨다. 하느님은 고통과 죽음을 영원한 생명을 창조하기 위한 방법으로 만드셨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고통과 죽음으로 영원한 행복과 영생을 보증해주신다. 이런 뜻에서 교회에서는 12세기부터 생명과 희망과 승리를 상징하는 지난 해 성지 나무 가지들을 태워 재를 만들어 재의 수요일에 이마에 얹었다. 재의 예식은 인생무상과 죽음과 슬픔과 회개뿐만 아니라 부활에 대한 약속도 상징한다.

 

사순 시기는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악습과 성질을 고치는 고통과 희생을 달게 받자고 제정되었다. 불우이웃을 위해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키자. 거동이 불편해서 방에 갇혀 사시는 분들을 찾아가서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 심부름을 해 드리는 것, 들 선행을 할 기회는 많다. 늘 바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건강하고 장수한다.

 

예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을 많이 받을수록 예수님을 향한 사랑은 계속 자라난다. 사도들이나 소화 데레사 같이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쓰디쓴 고통을 겪을 때에도 그분을 더욱더 사랑했다. <12년 2월 23일, 박영식 야고보 신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2월 출간예정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 말씀의 등불 2.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 말씀의 등불 3.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다해). 가톨릭신문사 2010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7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역사적 이유" 박영식 12/03/09 5578
216 "어느 주부의 감동스러운 글" 박영식 12/03/02 5421
215 죄목록 박영식 12/03/02 5254
214 재의수요일, 사순절: 행복한 사람에게 고통과 고뇌는 필연적이.. 박영식 12/02/24 5475
213 미사해설 박영식 12/02/24 5307
212 진정한 친구와 훌륭한 이웃이 되어야 구원받는다 박영식 12/02/24 5531
211 행복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박영식 12/02/24 5164
210 사위 덕을 본 장모, 장모 덕을 본 베드로 박영식 12/02/24 5874
209 블로그 안내 박영식 11/08/17 5956
208 남의 생명을 보호하는 사람만이 영생을 누린다(연중 제20주일.. 박영식 11/08/13 6724
207 나의 구원은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데 있다(연중 제19주일) 박영식 11/08/06 5581
206 주연을 위해 많은 조연들이 수고한다 (연중 제18주일) 박영식 11/07/30 5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