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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역사적 이유"
   2012/03/09  15:54
 박영식신부님강론6(3월11일).hwp

 

박영식 신부님 카페http://cafe.daum.net/jyspak2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역사적 이유”

 

(사순 제 3주일)

요한복음 2,13-25

 

역사적으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되신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이유는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신 사건이고, 둘째 이유는 예수님이 ‘유다인들의 왕’으로 자처하셨다고 유다인들이 정치범으로 모함한 것이다. 오늘은 성전 정화 사건에 대해 살펴보자.

 

예수님은 파스카 축일이 가까이 오자 해발 760m쯤 되는 산 위의 도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다. 성전 뜰 안으로 들어가서 소와 양을 파는 상인들을 짐승들과 함께, 환전상들을 돈과 함께 내쫓으셨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제물인 비둘기를 파는 이들에게는 걷어치우라고만 하셨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신 첫째 동기는 당신 아버지의 집을 시장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성전으로 순례를 온 사람들에게 희생 제물을 위한 동물을 파는 상인들을 내쫓고, 헌금하려는 이들을 위해 외국 돈을 환전해 주는 사람들이 사용한 걸상을 둘러엎으셨다(마르 11,15-19). 상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축제일 호경기를 누렸다. 대사제와 제사장들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상인들에게 성전 터를 임대 놓고 돈을 모으는 것을 하느님을 섬기는 일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예수님은 그들이 성전 뜰 안까지 들어 와서 상행위를 하는 것을 비판하셨다. 상인들이 하느님의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기 때문에 성전이 기도의 집으로서 본질적 기능을 상실했다고 여기고 그들을 성전에서 내쫓으셨다.

 

제사장들과 율사들은 예수님이 성전체제를 비판하신 것을 유다의 정치, 종교, 사회, 경제, 시민생활, 이 모든 분야를 파괴하는 위협으로 간주했다. 그들은 예수님이 성전에 종사한 사람들과 예루살렘 시민들의 경제, 사제들의 기득권을 위태롭게 하며 사회질서를 어지럽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느님의 성전을 이용하여 치부해온 유다의 지도자들은 자기네의 기득권을 무시하시는 예수님을 죽이기로 했다. 그들은 개인의 이권보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무시했다.

 

우리도 예수님을 죽인 당대 유다 지도자들을 닮은 데가 많다.

1) 우리도 유다 지도자들처럼 이기심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고 이웃에 대해 무관심하며 사랑을 거절한다.

2) 우리도 유다 지도자들처럼 돈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여기는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사랑과 진리와 정의와 신의를 저버리기 일쑤다. 하느님과 재물을 한꺼번에 섬길 수 없는데도 하느님께 현세의 복을 비는 기도를 수없이 바치고 소원성취가 안 되면 하느님을 원망하곤 했다.

3) 우리도 유다 지도자들처럼 성당에서는 천사이지만 밖으로 나오면 악마로 변하기도 한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제사를 원하지 않고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시는데도 형식적인 미사참례로 만족하고 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사랑이 미사의 핵심인데도 사랑을 실천하기보다 입술로만 하느님을 찬양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처럼 유다 지도자들의 죄와 우리의 죄가 본질상 같다. 모든 죄의 뿌리는 이기심, 자기 중심주의이다. 하니님과 이웃이 자기를 위해 있다고 여기는 태도가 죄의 본질이다. 이러한 뜻으로 우리는 2천년이 지난 뒤에도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 하고 믿음을 고백한다.

 

“사랑은 교회가 그리스도와 함께 살면서 그분의 현존을 증명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성체성사를 포함한 모든 예배는, 우리가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여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그분의 뜻에 부합하는 참된 예배가 된다(마태 9,13 = 호세 6,6).”

 

주 예수님의 몸이 곧 성당이다. 따라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성체를 받아 모시는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성전이 된다. 이처럼 고귀한 우리의 품위를 이기심과 물욕과 세속의 온갖 허영으로 더럽히지는 않는가? 우리는 생각, 말, 처신을 통해 예수님을 보여줄 사명을 받았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12년 3월 9일, 효목성당 박영식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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