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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주부의 감동스러운 글"
   2012/03/02  17:15
 박영식신부님강론5(3월4일).hwp

박영식신부님 카페  http://cafe.daum.net/jyspak2

 

어느 주부의 감동스러운 글”

 

안녕하세요. 33살 먹은 주부에요. 남편이 어머님 돌아가시고 혼자계신 아버님 모시자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어느 누가 좋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 일로 남편이랑 많이 싸웠어요. 위에 형님도 계신데 왜 우리가 모시냐고? 그 일로 거의 매일 싸웠어요. 하루는 남편이 술 마시고 울면서 말을 하더군요. 남편이 어릴 적 날마다 사고를 치면 아버님이 매번 수습하러 다니셨다고. 남편이 어릴 때 골목에서 놀고 있는데, 지나가던 트럭에 받힐뻔 한 걸 아버님이 보시고 남편대신 부딪히셨는데 그것 때문에 지금도 오른쪽 어깨를 잘 못 쓰신데요.

 

아버님이 남편을 늦게 낳으셔서 지금 아버님 연세가 68세 되세요. 남편은 34살이구요. 60세 넘으셨을 때도 막노동을 하면서 가족들 먹여 살리고 고생만 하셨답니다. 막노동을 오래 하면 시멘트 독 때문에 손도 쩍쩍 갈라 지셔서 겨울만 되면 많이 아파하신다고 하더라구요. 평생 모아 오신 재산으로 마련하셨던 작은 집도 아주버님이랑 남편이 결혼할 때 집 장만해 주신다고 팔고 지금 전세집에 사신다고 하구요. 그런데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자주 난답니다. 형님은 절대 못 모신다고 못 박으셨고 아주버님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남편이 말을 하더라구요.

 

전 살림하고 남편 혼자 버는데 한 달에 150만원쯤 벌어 와요. 어떡합니까? 남편이 그렇게 간곡하게 부탁하는데. 그래서 넉 달 전부터 아버님을 모셔 왔습니다. 처음에는 아버님이 오지 않으려고 자꾸 거절하시더라구요. 늙은이가 가 봐야 짐만 되고 눈치 보인다면서요. 그러나 남편이 우겨서 모셔 왔습니다.

 

매번 반찬을 신경 써서 정성껏 차려 드리면 그것을 잡수시면서도 엄청 미안해하십니다. 가끔씩 고기반찬이나 맛있는 것을 해 드리면 안 먹고 두셨다가 남편이 오면 먹이더라구요. 그리고 저 먹으라고 일부로 드시지도 않구요. 또 남편이 몰래 아버님께 용돈을 드려도 안 쓰고 모아 두었다가 제 용돈으로 주십니다. 하루는 시장에 갔다 왔는데 아버님이 걸레질을 하시는 것을 보고 놀라서 말렸으나 걸레질을 끝까지 다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식사를 하시면 바로 들고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도 하십니다. 아버님께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려도 그게 편하시답니다. 제가 왜 모르겠어요. 이 못난 며느리의 눈치가 보이니 그렇게 하신다는 것을.

 

한 달 전쯤부터 아버님께서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때 쯤 들어오셨습니다. 매일 나가셨습니다. 어제 아래층 주인아주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오다가 할아버지를 봤는데 유모차에 박스 실어서 가시던데...”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버님이 아들집에 살면서 돈 한 푼도 못 벌어오시는 것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불편한 몸이신데도 날마다 그렇게 헌 박스를 주우셨던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아버님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돌아 다녀도 안 보이시더라구요. 너무 죄송해서 엉엉 울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버님이 제 눈치를 보시며 끌고 오던 유모차를 숨기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왜 그리 마음이 아플까요? 몇 일전부터 아버님께서 봉지에 담긴 과일과 과자를 저에게 주셨는데, 아버님께서 어떻게 일해서 사 오신 것인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어요. 못난 며느리의 눈치를 안 보셔도 되는데 그게 불편 하셨던지 아들집에 와서도 편하게 못 지내고 눈치만 보다가 불편하신 몸으로 그렇게 일하고 계셨다는 것을 생각하며 한참 울었습니다. 너무 죄송해서 남편이 아버님이랑 들어오실 때까지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달려가서 아버님께 죄송하다며 손을 꼭 잡고 또 울었습니다. 아버님의 손을 처음 만져 보았는데 심하게 갈라진 손등과 굳은살이 베인 손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 저의 눈물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남편이 “제가 더 열심히 일해서 벌면 되니까 아버님은 그런 일을 하지 마시기를 빕니다” 하고 애걸복걸했습니다. 그러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은 뒤 우리 가족 셋이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아버님의 손이 눈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 남편이 쉬는 날이라 아버님을 모시고 시내에 가서 아버님 잠바 하나와 신발을 샀습니다. 한사코 사양하시던 아버님께 “자꾸 이러시면 제가 아버님 눈치 보여서 힘들어요” 하고 말씀을 드리니 고맙다고 하며 받으셨습니다. 케일블 텔레비전도 신청했구요. 아버님께서 스포츠를 좋아하시는데 오늘 야구 방송이랑 낚시 방송을 보시면서 너무 즐거워 하시더라구요. 조용히 다가가서 아버님 어깨를 만져 드리는데 보기보다 정말 작고 제가 꽉 잡으면 금방 부서질 것만 같은 그렇게 약한 우리 아버님의 어깨였답니다.

 

남편에게 말했어요. 평생 아버님을 정말 친아버지처럼 모시겠다고. 아버님께서도 저를 언젠가는 친딸처럼 여기실 것이라고요. 아버님의 힘드신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남편도 있을 수 없고 지금의 저와 뱃속의 사랑스러운 손자도 없었을거예요. “사랑해요. 우리 아버님.”

 

시아버님이 쓰러지셨습니다. 간병인을 쓰고 싶었지만 우리 아버지를 남의 손에 맡기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시아버지를 간호하다가 우연히 건강진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방암 초기이었습니다. “아버님이 날 살려 주셨다” 하고 함성을 질렀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 받는 사람, 양쪽을 다 치유하는 신비스러운 힘이 있다.” 오늘 변모하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뒤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제자들에게 미지 잠간 보여주셨다. 위에서 살펴본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기희생의 고통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아끼고 보살피면서 암을 이겨내는 기적과 노후의 행복한 삶을 하느님께 선물로 받았다.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예수님이 그들의 가정에 현존하신 덕분이다.

<효목 12년 3월 3일, 박영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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