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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갈릴래아 호수와 사해(김대건 성인 신부님 축일)
   2012/07/06  19:59

갈릴래아 호수와 사해(김대건 성인 신부님 축일)

 

갈릴래아 호수는 해발 210미터 아래에 위치하고, 길이는 20킬로미터이고 폭은 12킬로미터이다. 이 호수는 깨끗한 물이든 더러운 물이든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여 물을 요르단 강으로 흘려보낸다. 이 호수에 있는 물은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에 더러운 물을 정화시킨다. 그래서 갈릴래아 호수 속에는 20여종이 넘는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가장 잘 잡히는 물고기는 청어인데 총 어획고의 60퍼센트, 그 다음은 베드로의 물고기’(농어)라 불리는 것이다. 이렇게 이 호수는 자기의 것을 남에게 줌으로써 깨끗한 물이 되고 그 안에는 생명이 흘러넘친다. 천주교 신자는 갈릴래아 호수처럼 서로 성격이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모든 사람들을 다 포용하는 사람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문을 닫지 않고 사방에 마음의 문들을 열어 놓고 제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거나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여 적응하고 이질적인 것을 소화시키는 사람이다. 내 가슴에 칼을 꽂거나 멍들게 하거나 분노와 원한에 치를 떨게 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을 받아들여 소화시키는 사람이 갈릴래아 호수를 닮았다. 세상과 단절하고 싶을 때, 사랑과 가족과 우정이 힘겹게 여겨지는 시간이 있어 모든 관계를 다 끊어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녀들은 끊임없이 흐르는 물처럼 자기를 초월하여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과 이웃과 대화관계를 보존하고 사랑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생명이 흘러넘치고 이웃에게 용기와 기쁨과 의미를 일깨워 준다.

 

갈릴래아 호수와는 반대로, 사해는 요르단 강을 통해 흘러오는 이 호수의 깨끗한 물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사해는 해발 396미터 아래에 위치하고, 길이는 84미터이고, 폭은 16킬로미터이다. 사해에는 물이 고여 있기만 하여 소금바다가 되고 아무런 생명체도 살 수 없다. 받을 줄만 알지 베풀 줄을 모르는 사람, 자기 것만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하느님과 이웃이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사해를 닮았다. 그는 이기주의자요 정신 연령이 유아기를 못 벗어난 사람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생명이 사라지고 죽음만이 도사리고 있다. 삶이 부패하는 것은 고인 물이 썩는 것과 같다. 세상을 향해 창문을 닫아두면 질식해서 죽는 법이다. 썩은 물을 없애는 방법은 세상을 향해 창을 활짝 열어놓는 것이다. 내 가족과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내 이웃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옛 물은 흘러가고 새 물이 들어온다.

 

사해를 닮은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면 그 나라는 망한다. 조선의 정치지도자들이 사해를 닮아 쇄국정책을 강요하고 김대건 신부님과 그 밖의 천주교 신자들을 박해했다. 박해 이유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다.

첫째, 사상적 배경: 조선은 오로지 유교의 주자학만을 정통 학문으로 인정하고 불교, 양명학(陽明學), 서학(西學), 동학(東學) 들을 사악한 가치 체계로 여겼다. 그래서 주자학에 사로잡힌 당시 조선 정부가 천주교를 박해했다.

둘째, 사회적 배경: 조선은 유교의 사회 체제로 지탱되었다. 가부장적 권위를 중심으로 가족의 질서를 유지하고, 제사의식을 통해 죽은 조상을 신처럼 받들어 모셔 가문의 영속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또한 조선 사회는 장유유서, 남녀유별, 상하 위계질서로 지탱되었다. 그러나 만민평등과 남녀동등권을 가르치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금지한 천주교는 당대 사회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었다.

셋째, 정치적 배경: 조선 정치인들은 당파싸움에 몰두했다. 정권을 잡은 노론들은 반대파벌인 남인들이 천주교와 관련되는 것을 단죄했다. 또한 서구의 열강들이 천주교를 통해 조선을 침략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선의 정치인들이 새로운 문명과 사상과 학설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아집과 독선을 고집하여 천주교 신자들을 박해했기 때문에 사해를 닮아 자멸의 길을 자초했다. 조선은 하느님의 심판을 받아 일제의 마수에 넘어가 36년 동안이나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국모 명성황후가 일본인의 칼에 난자당하고, 수많은 누이와 언니들이 정신대에 끌려가 짐승취급을 당하며, 수많은 청년들이 일제를 위해 전사했던 것이다.

 

나는 지금 갈릴래아 호수를 닮았는가? 혹은 사해를 닮았는가? 양쪽 다 닮았는가?

고인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항상 맑다.”

<1277-8일 효목, 박영식 야고보 신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 

-----, 말씀의 등불 가해. 주일 복음 묵상?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12년(재판)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2월 26일 출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2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성경과 주요교리. 2006년(2쇄).

-----, 말씀의 등불 나해. 주일 복음 묵상?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12년.

-----, 말씀의 등불 나해. 주일 복음 묵상?해설(나해). 2008년.

-----, 말씀의 등불 다해. 주일 복음 묵상?해설(다해). 가톨릭출판사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