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의 눈동자에 담긴 친구의 모습(주님 공현 대축일) |
2013/01/11 17:22 |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의 눈동자에 담긴 친구의 모습
(주님 공현 대축일)
마태오복음 2,1-12
축의금 만 칠천 원: 자기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했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칠천 원과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못 얻어먹고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그러나 슬프지 않다. 나는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가로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에 가서 먹어라. 친구야,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단다. 마음으로는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친구가.”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와작와작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렇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은 멈출 수가 없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어깨를 흔들며 엉엉 울어 버렸다.
가난과 슬픔이 있는 곳에는 어디서나 하느님이 계시고, 구원과 희망이 있다(세익스피어). 하느님과 동등하신 예수님은 영원히 행복의 극치를 누리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천국의 복음을 몸소 가르쳐주려고 비천한 사람이 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만나 뵈려면 몸과 마음으로 가난과 슬픔을 간직한 채 사랑과 우정과 신의에 충실해야 한다. 예수님은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 현존하신다.
성경도 없는 이교도인 동방 박사들이 메시아의 탄생을 알리는 별을 보았다는 말은 메시아의 탄생에 대한 계시와 이 탄생을 예언하는 영을 받았다는 뜻인 것 같다. 이 영은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몸소 사람이 되어 사람들 가운데 계심을 깨닫게 하는 영이다. 이 영을 받아야만 메시아를 믿고 따를 수 있다. 동방 박사들은 하느님의 계시를 알지 못한 이교도들이지만 피조물 안에 새겨진 창조주의 권능을 지적이고 정신적인 능력으로 인정한 사람들인 것 같다(로마 1,19-20; 2,14-15).
우리는 대인관계를 통해 하느님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존재가 보이고 현존하는 곳이며 그분을 알려주는 도구 역할을 한다. 하느님의 은혜를 입어 연마한 이웃의 장점들을 찾아내는 사람은 하느님의 현존을 감지할 수 있다. 하느님을 체험한 사람은 가난, 궁핍, 병고, 좌절, 실망, 인간능력의 한계상황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과 신의를 굳게 간직하고 하느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보여준다. 사랑을 위한 자기희생은 하느님과 동등한 분이신데도 우리를 사랑하여 우리와 같이 비천한 사람이 되신 예수님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가난과 고난은 위대한 인생을 만들어주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불행 속에서 행운을, 갈등 속에서 화해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사람이 하느님의 힘을 체험하고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희망이 매장되었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더 강인한 희망이 솟아오른다. 희망은 자기희생의 슬픔과 고통 속에서 창조된다. 목발 짚은 겨울 나그네가 걸어가는 황야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듯, 궁핍과 좌절이 희망을 위한 자양분이다. 지난 한 해 잃어버린 것만 헤아리면 더 허전한 반면, 얻은 것만을 헤아리면, 누군가를 사랑했고 따뜻하게 해준 사람을 기억하면 희망이 솟아오르고 행복해진다.
목마른 이에게는 한 잔의 물이 천상의 감로처럼 달다. 이처럼 모자란다는 것은 그 자체가 위대한 가치를 낳는다. 사랑과 우정과 관용은 가난한 마음속에만 있을 수 있다. 가난은 모든 곳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창조하는 힘이 있다. 사랑은 물욕과 이기심에서 해방된 깨끗한 마음에서 울어 나온다(1티모 1,5; 1베드 1,22). 이러한 마음속에서만 하느님이 계시고 행복이 있다.
축의금 만 칠천 원을 보낸 그 친구처럼 온갖 역경 속에서도 헌신적인 사랑과 우정과 배려를 베푸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을 느끼고 행복해진다. 착하고 훌륭한 사람, 존경하고 싶은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어야 우리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존재가 하느님의 큰 은혜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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