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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예수 부활 대축일)
   2013/04/02  17:19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예수 부활 대축일)

루카복음 24,1-12

정태진 씨(54)1987년대 전북 김제 평야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는 영농후계자로 뽑혀 종묘와 농약과 비료를 사러 기차를 타고 서울로 자주 다녔다. 우연히 기차 안에서 자주 같은 자리에 앉게 된 아가씨와 한 달쯤 사귄 끝에 결혼했다. 정씨는 운이 좋아 많은 토지를 가지고 농촌 총각이 장가 못 간다는 통념까지 깨고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는 복을 누렸다. 동네 사람들은 그의 아내가 마음이 착하고 친절하고 명랑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씨는 아내와 함께 부족하거나 부러운 것 하나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1987610일부터 629일까지 전두환 독재자에 대항한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정씨가 610일 농기계를 사러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역 광장이 시위대로 가득 차 있었다. 정씨는 본의와는 달리, 시위대에 떠밀려 시청 쪽으로 행군하며 시위대와 함께 두 팔을 높이 들고 전두환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최루탄이 터지고 경찰이 들이닥쳐 시위대를 구타하자 시위대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길바닥에 쓰러진 정씨는 흩어지는 시위행렬에 사정없이 짓밟히고 머리를 다쳐 정신을 잃었다. 다시 의식을 차려보니 자기가 병원 침대 위에 뉘어 있고 곁에는 김제에서 급히 올라온 홀어머니와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도 퇴원한 뒤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며 아내와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았다.

 

 

1989년에는 어머니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지만 아들이 태어나서 다시 세 식구가 되어 웃음이 떠나는 날이 없었다. 그러던 1991년 어느 날부터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여러 병원을 다녀 진찰을 받아본 결과 정신착란증이 생겼다고 했다. 610일 민주항쟁 현장에서 머리를 다친 후유증이 5년 만에 재발한 것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정씨의 인생은 망가져갔다. 완전히 벌거벗은 몸으로 바깥을 돌아다닌 그의 몸은 늘 상처투성이였다. 8년이나 정신병 환자로 고생했다. 그 동안 아내의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내는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다. 아내는 그 많은 농지를 정리해 남편을 미국의 유명한 정신병원인 동부 컨퍼런스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다. 남편을 살리기 위해서는 재산을 다 소비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씨는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한 해에 네다섯 차례나 미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가 아내의 지극한 사랑에 힘입어 정씨의 병세는 수그러지기 시작하고 1999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정씨는 잃었던 행복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91217일 미국에서 돌아오자 아내는 이미 자궁암 말기 환자가 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아내는 빡빡 깎은 머리에 모자를 쓴 채 말 한 마디 할 수 없을 만큼 죽음의 문턱에 와 있었다. 그 동안 남편의 정신병을 고치기 위해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말을 입 밖에 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남편이 건강해져 돌아왔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두 눈만 깜박거리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 나 건강해졌어. 우리 아들을 키우며 이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하고 울먹이며 외쳤지만 아내는 알아들었는지 알아듣지 못했는지 자꾸만 감기는 눈을 뜨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자기의 몸이 암세포로 썩어가도 오로지 남편을 살려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버티어 오던 고집스러운 한 여인이 이제 소원을 이루었으나 죽어야만 하는 처절한 운명의 힘을 거역할 힘이 없었다. 남편이 당할 죽음을 남편 대신 떠맡게 되었다. 남편이 미국에서 돌아온 지 나흘만인 19991221일 눈을 감지 않으려고 미간에 잠간 미동만 보이다 아내의 숨은 멎었다. 지극 정성으로 남편을 사랑한 아름다운 아내가 남편을 살리고 눈에 들어와도 아프지 않는 사랑스러운 아들을 남겨두고 떠나 간 것이다.

 

 

정태진씨는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아내를 위해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제사 대신 아내의 생일상을 차린다. 정씨는 자기를 살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영원히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재혼하지 않고 다른 정신병자들을 도와주는 일로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을 계속하고 있다.

 

 

정태진씨의 아내는 자기가 목숨을 바칠 만큼 사랑할 수 있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로 복이 많은 여자임이 드러났다. 이 여자처럼 남편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존재이유를 실현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은 남편을 살리고 자기는 살리지 못하면 불쌍하고 안타까운 일이거나 억울한 희생이거나 바보짓이라고 빈정댄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정태진씨의 아내가 목숨을 바쳐가며 지킨 그 사랑이 죽음으로써 없어지는 것이 아님을 확신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을 때에도 원수들이 그렇게 빈정댔다(마르 15,31).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과 우리를 사랑하여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을 부활시키셨다. 예수님이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정태진씨의 아내가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여 영원히 행복의 극치 속에서 살고 있지 않다면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무신론이 옳다는 논리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발현하여 당신이 영생을 베푸는 주님이심을 드러내셨다. 그들은 온 세상으로 나아가 이 기쁜 소식을 목숨 바쳐 증언했다. 그들의 뒤를 이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성인성녀들과 열심한 신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고 있다. 예수님의 부활은 사랑이 죽음에서 생명을 창조하는 힘임을 증명한다. 아내, 남편, 부모, 자녀,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사랑하는 사람만이 죽은 뒤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 죽은 뒤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도 헌신적인 사랑으로 행복해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무에서 유를, 죽음에서 생명을 창조하는 혜택을 베풀 수 있다.

 

 

사랑할 때는 그 사랑이 잘 보이지 않고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서로 상처를 준다. 헤어진 뒤라야 사랑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안다. 내가 그와 함께 살기 때문에 사랑도 고생도 값이 있다는 것을 안다. 가버린 뒤에는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없다. 지금 같이 있을 때 그의 손을 꼭 잡아주자.

 

 

늘 곁에 있어 서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과 아내에게 오늘부터 당신 굉장히 멋있어! 당신이 요리한 음식이 너무 맛있어 남의 집이나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맛이 없어 못 먹겠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장가를, 시집을 잘 온 것 같다. 나는 늘 장인어른이, 장모님, 시아버님이 시어머님이 고마워. 당신을 이처럼 훌륭하게 키워주셨으니 말이야. 이웃이 배려심이 있고 친절하고 예의가 바르고 인사성이 있고 교양도 많은 것 같아 이 동네로 이사를 잘 온 것 같습니다.” 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덕담을 나누자. 내가 한번 덕담을 시작하면 꼬리를 물고 다른 덕담을 물고 온다. 내가 작은 일에도 사랑을 표현하면 나 자신과 내 사랑의 수혜자가 목숨을 바치는 사랑을 할 힘을 얻는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루카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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