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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쉬면 녹슨다."(사순 제4주일)
   2013/03/10  8:17

쉬면 녹슨다.”(사순 제4주일)

루카복음 15,1-3.11-32

 

쉬면 녹슨다.”는 말은 세계 최고의 미남 테너가수 플라치도 도밍고의 E-Mail에 적힌 글이다. 그는 1941년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8살에 부모님과 함께 멕시코로 이민을 가서 바리톤 가수로 음악을 시작했다. 그 뒤 테너가수가 되어 111가지 배역을 노래하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금세기 최고의 음악가가 되었다. 올해 72살인데도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지휘자, 오페라 메니저, 예술 감독, 행정가 들 팔방미인이요 가정생활도 훌륭하고 이보다 더 완벽한 남자가 있을 수 없다고 할 만큼 음악계의 르네상스 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일하지 않는 모든 자에게 사형을 선고한다.”(괴테) 돌아가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그를 총애하여 그가 원하면 언제든지 바티칸 교황 집무실에 들어오는 특혜를 베풀었단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200772세의 나이로 아쉽게도 우리의 곁을 떠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지금도 금세기 최고 테너 가수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루치아노 파파로티는 밝고 고운 목소리를 가졌으나 자기가 부른 노래를 결코 듣지 않았단다. 미완성임을 자기가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테너 가수의 전성기는 40대이다. 그 뒤로는 끊임없는 연습을 해야만 좋은 목소리를 보존해 나갈 수 있다. 파바로티는 60살 이후부터는 옛날 밝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단다. 그가 즐겨 듣는 노래는 자기보다 6살 연하인 도밍고가 부른 노래였다

 

 

플라치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 이 두 최고 테너에게 얽힌 일화가 있다. 호세 카레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는 언제나 경쟁자였고 카레라스는 도밍고가 출연하는 무대에는 서지 않을 정도로 앙숙이었다. 1984년 카탈로니아 사람들은 스페인을 다스렸던 마드리드 지역으로부터 자치권을 쟁취하기 위래 한창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마드리드 출신인 도밍고와 카탈로니아 출신인 카레라스도 서로 적이 되었다. 그들은 세계를 순회하는 공연을 하면서 서로 같은 무대에 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공연을 받아들였을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그러던 어느 날 카레라스는 도밍고보다 더 큰 적을 만나고 말았다. 1987년 백혈병에 걸렸던 것이다. 당시에는 백혈병 치료기술이 변변치 못했고, 카레라스는 매달 골수이식과 수혈 들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으러 미국을 오가고 해야만 했다. 막대한 치료비로 재정도 바닥이 나고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경제력이 한계에 다다른 그때 그는 마드리드에 백혈병 환자만을 위한 재단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레라스는 에르모사(Hermasa)라는 재단의 도움으로 무료로 치료를 다시 받기 시작했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명성을 되찾은 카레라스는 에르모사 재단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회원으로 등록하고 감사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 재단이 도밍고가 설립자요 재단 이사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카레라스가 누구에게 도움을 받은 것인지 알게 되면 자존심을 상하게 될까 봐 도밍고가 줄곧 익명을 고수해온 것도 알게 되었다. 카레라스는 어느 날 마드리드에서 열린 도밍고의 공연장을 찾아가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감사드리고 용서를 간청했다. 도밍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레라스를 꼭 껴안았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본 청중들은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며칠 뒤 기자가 도밍고에게 왜 원수를 도와주었느냐고 묻자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느 날 도밍고는 에르모사 재단을 설립한 이유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도 나의 경쟁자인 다른 예술가를 도우려고 세웠답니다.” 하고 짧게 대답했단다. 끝까지 카레라스에게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아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도밍고는 카레라스가 용서를 빌기 훨씬 전에, 앙숙관계에 있을 때부터 그를 백혈병에서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산을 털어 백혈병 병원을 세웠던 것이다. 도밍고는 재물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다. 언젠가 뉴욕 카네기 홀에 공연을 하러 갔을 때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악보를 그냥 식탁 위에 두고 택시를 잡아타고 공연장으로 갔는데, 흑인 택시 기사가 천신만고 끝에 공연시간 바로 직전에 악보를 다시 가져다 준 일이 있었다. 도밍고는 고마워서 그 기사에게 어떻게 사례를 하면 좋겠느냐고 묻자, 그는 뉴욕의 가난한 흑인 아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도밍고는 그날 공연에서 받은 돈을 다 그들을 위해 쓰라고 주었단다. 카레라스가 용서를 빈 이후 이 두 테너는 진정한 동반자로 서로 존중하며 천상의 목소리로 전 인류를 기쁘게 하는 노레를 계속 부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픔과 상처와 손해를 입힌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러나 용서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는 내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스스로 분노와 원한의 감옥에 갇혀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저버리면 본능밖에 남는 것이 없다. 사람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짐승이 될 수는 없고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떨어진다. OO보다 못한 O라고 한다. 쉬면 녹슨다고 하는 좌우명을 가진 도밍고는 음악뿐만 아니라 용서하는 일에도 쉬지 않고 하느님을 닮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이다. 앙숙이었던 카레라스의 죽을병을 고쳐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살리려고 막대한 재산을 투자하여 병원을 세우기까지 한 도밍고의 자애로운 마음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도밍고는 자기의 목소리와 경쟁이 되는 카레라스의 목소리가 없어지면 자기의 인기가 배가될 것이라고 여기지 않고 그의 목소리가 살아남아야 자기 목소리도 더욱 빛나고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린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남의 장점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이라야 하느님을 뵐 수 있다. 이러한 눈이 있어야 부부관계와 다른 모든 대인관계도 훌륭하게 잘 하는 법이다.

 

 

이러한 도밍고의 모습에서 방탕하게 살며 유산을 탕진한 나머지 굶어죽게 되니까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의 품속으로 돌아온 작은아들을 반기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처럼 하느님의 사고방식은 죄인의 죄상을 파헤쳐내고 그의 죄상을 인정하게 하며 그의 입을 막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회개하도록 마음을 쓰고 그의 회개를 기뻐하시는 것이다. 작은아들 같은 죄인인 우리는 하느님의 은혜로 회개할 생각을 품게 된다. 회개는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은혜다. 그러나 큰아들은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기쁨에 동참하기를 거절했다. 이 큰아들 같은 신자들은 남이 벌 받고 실패하고 슬퍼하는 것을 보면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쪽의 명예를 손상시키려는 상대에게도 기꺼이 칭찬을 해주라. 그리고 상대에게 은혜를 베풀어라. 그러면 상대가 가진 혀끝의 독은 감사로 변하고 악의는 신뢰로 바뀔 것이다. 이는 몸에 익힐만한 가치가 있는 처세술이다. 뛰어난 적을 친구로 만들면 훌륭한 협조자가 된다.”(B. Gra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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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 다해)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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