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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교하는 사람만이 천주교 신자이다
   2008/06/20  13:52

전교하는 사람만이 천주교 신자이다


마태 10,26-33


전교해야 천주교 신자이고

전교하지 않으면 신자가 아니라고 해서

전교를 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저항에 직면하면 뒤로 물러서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전교를 하려는 열성은 믿음의 힘에서 비롯된다.

믿음이 뿌리를 내렸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전교를 얼마나 열성껏 하는지를 보면 된다.

믿음은 사랑처럼 계속 자라나지 않으면

시들어 없어져버린다.

믿음은 끊임없는 사랑으로 표현되어야

생명력이 있고,

 

"사랑은 쉽게 변하기에

더욱 사랑해야 사랑을 보존할 수 있다"

 (W.S. Maugham, ‘달과 6펜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예수님이 우리를 이기심과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셨는데,

우리도 같은 사랑으로 응답하는 것이 도리이다.

많은 사람들을 그분께 인도하여

구원받도록 애를 쓰는 것이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순교자들의 영웅적 삶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면

믿음과 사랑과 희망의 불꽃이

우리 마음속에 맹렬히 타오르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열정에 불타지 않으면

무미건조하고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마음밖에 가질 수 없다.

그리스도께서 이런 마음을 내뱉어버리실 것이다

 (묵시 3,16).

 

전교가 안 되는 이유는

교회가 복음의 등불을 됫박으로 덮어두고

빛의 기능을 상실한 데 있다.

교회가 봉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

제자직분에 충실하지 않고

각종 사업체를 확장하여 돈벌이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집단이기주의자로 낙인을 받고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돌아간 부자청년(마르 10,17-22 병행)처럼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위해

가진 것을 내놓기 싫어하면

하느님께 심판받고

대중에게 무시당한다.

또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독선에 빠지거나

권위의식에 사로잡히면

믿음의 힘이 무력화되고

종교가 쇠락의 길로 가게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죄와 영원한 죽음으로 점철되는

이 세상으로 나아가

하느님 왕국의 복음을 선포하라고

미사 때마다 우리를 파견하신다.

우리는 가족관계나 직업생활이

이 사명을 이행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여기고

몸과 마음을 다해 복음선포에 온전히 투신해야 하겠다.

남의 구원을 위해 애써야

자기의 구원도 희망할 수 있다.

전교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구원을 소홀히하는 사람이다.

내세신앙이 없이

현세 생활에만 집착하는 사람들과 동고동락하여

유익한 친구가 되어주거나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있어주는 것이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준비자세이다.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기 위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야 하겠다(1코린 9,22).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의무이고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문책을 당한다(1코린 9,16).

쉬는 교우들이나 비신자들이

우리의 복음선포에 쌀쌀맞게 반응해도

위축되지 않고

더욱더 열정을 가지고

복음을 선포하는가?

복음선포 때문에 오해받고

모욕과 창피를 당하며

몸살이 날 만큼 고생해본 적이 있었는가?


                 신간서적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