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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는 두 번 창조되었다. 성령강림 대축일
   2009/05/29  11:15

우리는 두 번 창조되었다

 

요한복음 20,19-23

 

 

2007년 5월 21일

8,300m쯤 되는 산 위에서

네팔 여자 산악인 비스타 우샤(Usha)가

산소가 부족해

고산증에 걸려 쓰러져 있었다.

해발 8천m 이상은

'죽음의 지역'으로 불린다.

우샤는 산소가 부족해서

뇌에 물이 차 올라

생명이 위태로웠다.

동료들이 그를 버리고

가 버렸던 것이다.

그들의 등산 목적은

자국 네팔에 있는

8개 정당의 깃발을

에베레스트 정상에 꽂아

‘네팔 민주주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인 데이비드 한(David Hahn)과

그의 네팔인 안내인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뒤

내려오다가 우샤를 발견했다.

미국인 등산가는

하산 길에 지쳐

몸을 가누기 어려운 데다

자기도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데도

자신의 산소통을

의식불명인 우샤에게 내주었다.

이는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 것과 같은

헌신적인 봉사이다.

그들은 정상정복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눈사태나 절벽에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며

우샤를 썰매에 태워

12시간이나 걸어 내려와서

그를 살렸다.

 

“그를 두고 온다는 것은

  생각조차 안 했다.

  숙련된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하며

 

그들은 겸손하게 말했다

(조선일보 2007년 5월 26일).

 

죽은 목숨과 다를 바가 없었던

비스타 우샤는

데이비드 한이 준

산소통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숨을 내뿜으시며

 

“성령을 받으시오”(요한 20,22)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에서

하느님이 태초에

흙으로 사람을 빚어

당신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신

창조활동(창세 2,7)이 떠오른다.

 

‘영’이라는 그리스말의 어원은

‘공기, 숨, 바람’(요한 3,8)을 뜻한다.

공기(산소)가 사람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서

심장을 움직이고

피를 정화시켜

생명을 만들듯,

하느님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생명을 베푸신다(창세 2,7; 에제 37,9-10).

 

부활하신 예수님도

당신의 숨인 영을

우리에게 불어넣으심으로써

하느님과 이웃을 무시하는

자기중심주의를 없애고

영적으로 죽은 상태에 있던 우리를

영적으로 다시 살려

부활생명을 베푸신다.

숨은 곧 생명이다.

숨이 사라지면

생명도 사라진다.

숨을 멈춘 사람을 다시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을 하듯,

예수님의 입에서 나온 숨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부활생명을 창조한다.

 

성령강림 대축일에

우리는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새로 태어난 고귀한 존재이며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되새긴다.

미국인 산악인이 네팔 산악인을 살렸듯,

성령의 감도에 순응하여

서로 각자의 산소통을 아낌없이 주고

죽을 힘을 다해 돕고

사랑해주자.

날마다 하느님의 말씀(성경, 속담, 격언, 명언)을

묵상하면

성령을 체험할 수 있다.

 

사람은 사랑하거나

사랑을 받음으로써

새 사람이 되고

남을 사랑할 힘을 얻는다.

이웃이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그를 사랑해주어야 한다.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이기심, 편견과 증오심에서

자유롭게 되고

이웃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

상대방을 묶어두지 말고

자유롭게 하고

생기를 북돋아주며

행복과 희망에 가득 차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사랑의 본질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지 않고

그를 자유롭게 해준다(로마노 과르디니).

하느님은

이렇게 자유로운 사람 안에

현존하신다.

하느님과 이웃을

진실로 사랑할 때만

비로소 그분과 그를 제대로 알 수 있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은

  하늘의 태양보다

  더 찬란한 곳이다.

  타인의 불행에 눈물짓고

  서로 사랑하고

  축복하고

  위로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A. Gide).

 

 

                           신간안내

 

박영식,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

      복음․마태오복음․루카복음․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판매처: 복현성당, 바오로딸, 계산서원,

              성바오로서원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

     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위의 저자,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