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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좀 더 베풀 걸, 좀 더 참을 걸"(위령의 날)
   2008/10/31  8:3

             “좀 더 베풀 걸, 좀 더 참을 걸!”

 

 

마태오복음 25,1-13

 

일반적으로 자기 나이에 비례하여

빠른 속도로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한다.

어릴 적엔 오후 반나절도 길지만

늙어서는 몇 년도 짧은 오후처럼 지나가버린다.

만남과 이별은 불가피하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것처럼

이별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이 순간을 미리 알았다면

더 많은 사랑을 베풀고,

더 많이 참고,

더 많이 노동할 것을 하면서

후회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구원의 문이 닫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함을 깨닫는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A. Malraux),

삶의 방향을 세우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되도록 어릴 때부터

죽음을 생각해보고

자기 삶을 더욱 가치 있게 사는 것이

인생을 가장 보람 있게 사는 것이다.

 

“사람은 왜 죽는가 하는 물음은

  곧, 사람은 왜 사는가 하는 물음에 직결된다”

   (박두진).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것은 무엇입니까?”

 

부다가 제자의 이 질문에 대답하기를,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것은

누구나 다 죽는데도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사는 것이

영적으로 늘 깨어 있는 삶이다.

이러한 삶은

믿음의 눈이라는 새로운 안경을 쓰고

대인관계와 일상사 가운데

하느님의 뜻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깨어 있으며

하느님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지상천국을 약속하는 온갖 소비풍조,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잡스러운 내용으로

관중을 흥겹게 하는

대중매체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영원한 것을 보지 못하게

가리는 장애물이고

우리를 천박하고 이기적인 인간,

무신론자로 만드는 독소이다.

 

깨어 있는 사람은

마음을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활짝 열어놓고

날마다 아침밥을 준비하듯

사랑을 새롭게 시작할 결심을 한다.

깨어 있는 사람은

이기심과 물욕과 세상잡사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져

늘 베푸는 사람이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영원인 듯 사는 사람이다.

 

사랑과 우정과 동료애를 지키기 위해

성공도 출세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은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의 왕국으로 간다.

그는 기름을 넉넉히 준비하고

등불을 밝히는 ‘슬기로운 처녀’이다.

 

그러나 오로지 성공과 출세를 향해 매진하여

목적지에 다다른다 하더라도

사랑과 우정이 사라지고 만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후회하면서

텅 빈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기름을 준비하지 않고

등불을 꺼버린 어리석은 처녀’이다.

 

 

                         신간안내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

       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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