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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어린양"(연중 제2주일)
   2008/01/18  9:29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고생하고 있을 때

하느님은 어린양 한 마리를 과월절(파스카) 제물로 잡고

우슬초 한 묶음을

대야에 받아 놓은 어린 양의 피에 담그고

이 피를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바르라고 분부하셨다.

당신 사자를 보내 이집트인들을 치게 하실 때

어린양의 피가 발린 집을 이스라엘 백성의 집으로 여기고

그냥 지나가게 하셨다(탈출 12,21-28).

이처럼 하느님은 어린양의 피에

당신의 심판을 면하게 하는 힘을 실어주셨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요한 1,29)라고 자기 제자들에게 제시했다.

훗날 예수님은 십자가에 돌아가시어

인류의 죄를 대신 속죄하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셨다.

예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의 심판에서 구해준

어린양의 역할을 완성하시는

새로운 과월절의 어린양이시다(묵시 5,9).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처형되셨음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예수님은 과월절 전날 정오에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달리셨는데,

이 시각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사제들이

과월절 어린양을 살해한 때였다.

또 십자가에 달려 계셨을 때

군인들이 신 포도주를 듬뿍 적신 해면을

우슬초(히솝) 가지에 꽂아 그분의 입에 갖다 댔는데

(요한 19,29),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히솝 가지를 어린양의 피에 담근 뒤

문설주와 상인방에 바른 것을 연상시킨다.

또한 예수님이 돌아가신 뒤에

군인들이 그분의 다리를 꺾지 않았는데

(요한 19,32-34.36),

이는 옛 과월절 어린양의 뼈를

꺾지 말라는 말씀과 부합한다(탈출 12,46).

이처럼 옛 과월절의 어린양이 속죄의 힘을 가졌듯이,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피를 쏟음으로써 

인류의 죄를 속죄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한 행복의 왕국에서 살게 되었다.


예수님이 우리 각자의 죄를 대신 속죄하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심을 체험하기 위해

죄의식이 있어야 한다.

죄는 양심에 가책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닮지 않은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

하느님과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지 않는 생활을 가리킨다.

이 사랑의 빚을 지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존재를 지탱시키는 인간관계는

얽히고설킨 거미줄처럼 복잡다단하다.

나는 아무개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형수, 친구,

직장 동료, 스승, 제자, 이웃이다.

이 모든 인간관계에 충실한 사람이 덕을 닦은 대인이다.

그러나 그 많은 관계들 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욕을 먹고, 그것이 곧 죄다.

이렇게 각자가 죄인임을 자각해야

훌륭한 인격을 연마하고

하느님 대전에 나아갈 수 있다.

죄의식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체험하고

구원받게 하는 출발점이다.

죄를 알지 못하는 자는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날마다 자기의 죄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의 죄를 대신 속죄하는 마음으로

일상의 고통을 견디어내야 하겠다.

우리의 고통은 예수님의 고난에 연결되어

속죄하는 힘을 내기 때문이다.

또한 속죄하는 마음으로

잘못은 내가 더 짊어지고,

공로는 상대방이 더 갖도록 하자(채근담).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주시는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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