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주일 복음 산책
제목 십자가 위에서 임금으로 임하신 그리스도(그리스도 왕 대축일)
   2007/11/22  11:27

십자가 위에서 임금으로 임하신 그리스도(루카 23,35ㄴ-43)


데레사 수녀님(마더 데레사)은 인도에서

굶주린 아이들을 모아 자선사업을 시작할 때

어느 빵 가게를 찾아갔었다.

빵 집 주인은 재수 없다고

수녀님 얼굴에 침을 뱉고 내쫓았다.

그러나 수녀님은

 

“저에게는 침을 주셨으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빵을 주세요”

 

하고 간청해서 빵을 얻었다.

수녀님은 자존심을 다 없애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사셨다.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다.

빵집 주인은 자의든 타의든 수녀님을 통해

헐벗고 굶주리는 아이들과 영적인 유대관계를 맺게 되었다.


데레사 수녀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과

운명을 같이하려고 애썼다.

예수님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는 정치범으로 처형되셨다.

그 배경은 대 헤로데 왕이 죽은 뒤

폭도들이 각처에서 임금으로 자처하며

공공질서를 파괴했기 때문에

로마 군인들이 사태를 평정하기 위해

유다인들을 살해하여 피바다를 만든 데에 있다.

유다인들과 로마인들은 왕권을 찬탈하기 위해

폭동과 무질서를 일으키는 데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예수께서 성전을 정화하심으로써(마르 14,58 병행)

무질서와 소요를 초래하고

자기들의 기득권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빌라도 총독은

예수님을 제거해야 한다는 제사장들의 고발을 듣고

예수님을 국가 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로마제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인물로 간주하고서

그분을 처형한 것으로 보인다.

예수님은 목숨만 잃어버리신 것이 아니었다.

입고 계신 옷마저 빼앗기고 발가벗겨지셔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까지 박탈당하셨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형을 받은 죄수 하나는

예수님의 죽음이 내는 구원의 힘에 이끌려 회개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이

 죽은 이를 일으키시는 것을 보고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도둑은 그분께서

  사형에 처해지시는 것을 보고도 믿는다”

  (A. Plummer).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그 죄수에게

낙원(하느님의 왕국)을 약속하고

당신과 함께 영원히 행복의 극치 속에 살게 해주셨다.

또 예수님은 원수들이 당신을 죽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가혹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예고하셨지만

(루가 23,28-31) 그들을 용서해 주십사고 기도하셨다.

원수사랑을 가르치신 예수님은 이 사랑을 몸소 실천하셨다.

인류를 서로 화해시키고 평화를 이룩하시는 임금이시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왕권이 계시되는 곳이다.

하느님은 “이 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고

조롱거리가 되신 예수님을 부활시키시어

참된 ‘유다인들의 임금’,

전 인류의 임금이요 구세주이심을 증명하셨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온갖 조롱과 모욕을 당하고 살해되신 예수님을 기억하면

그분을 사랑할 마음이 생긴다.

사랑받는다고 느끼거나 누군가를 사랑하면

자기 인생이 아름다운 선물임을 알고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으며

아무리 어려운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면

그분을 임금으로 모시고

그분을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

쉬는 교우들이나 비신자들이 우리의 복음선포에 대해

쌀쌀맞은 반응을 보여도 위축되지 않고

더욱더 열정을 가지고 복음을 선포하는가?

데레사 수녀님처럼 약자들을 위해서

오해받고 모욕과 창피를 당하며

몸살이 날만큼 고생해본 적이 자주 있었는가?

 

내 자세를 낮추면 상대방이 높아지고,

상대방은 나를 더 높여준다.

덕망 있는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함으로써 남편을 지배한다.

훌륭한 남편은 훌륭한 아내를 만든다.

가족일수록 관심을 기울이고 애지중지해야 한다.

이웃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그들도 나에게 정을 준다.

 

누구에게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은

진실하게 격려하고,

사적으로뿐만 아니라 공적으로도 칭찬한다. 


                                 참고도서

1) 박영식, <루가 복음 해설 5. 루가 22,1-24,53.

         새 본문 번역과 해설. 성경의 세계 신약 9>

         성바오로 2006, 146-154.

2)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ㆍ해설(가해)>

          가톨릭신문사 2007년 11월, 405-40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 운명은 내 손 안에(사순 제1주일) [2] 박영식 08/02/08 5060
24 행복의 조건(연중 제4주일) [1] 박영식 08/02/02 4702
23 빛과 어둠(연중 제3주일) [2] 박영식 08/01/26 4716
22 "하느님의 어린양"(연중 제2주일) [3] 박영식 08/01/18 4803
21 내 고향 하느님의 왕국(주님의 세례 축일) [2] 박영식 08/01/11 5218
20 그래도 희망은 있다 [2] 박영식 08/01/05 4562
19 아버지의 권위와 건강한 가정 [2] 박영식 07/12/27 4670
18 고독하고 "거룩한 밤" [2] 박영식 07/12/21 4612
17 고해성사 [2] 박영식 07/12/07 4995
16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가해) [2] 박영식 07/11/29 4935
15 십자가 위에서 임금으로 임하신 그리스도(그리스도 왕 대축일) [2] 박영식 07/11/22 4724
14 내가 하루 종일 생각하는 것(연중 제33주일) [1] 박영식 07/11/16 4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