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고독하고 "거룩한 밤" |
2007/12/21 7:47 |
‘거룩한 밤’의 의미
예수님의 성탄축일을 ‘거룩한 밤’이라 한다.
우리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으로 시작되는
성가를 부른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이 정말 밤중에 탄생하셨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목자들이 밤중에 천사들에게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복음을 들었다는
루카복음의 기록도
그분이 밤중에 탄생하셨음을 증명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교회는 언제나
구세주께서 밤에 태어났다고 여겨왔다.
그 이유는 ‘밤’의 의미에서 비롯된 것 같다.
밤은 우리가 권태로운 일상사의 속박에서 해방되어
자신을 절제하는 시간,
기도하며 하느님의 왕국으로 올라가는 시간이다.
예수님도 온 밤을 지새우며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하셨다.
또한 밤은 불신과 죄와 하느님의 심판이
이루어지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구원을 받는 시간이기도 하다. 복음에 보면,
메시아이신 신랑이 오고 있다는 외침은 한밤중에 들려 왔다.
이처럼 하느님은 이 거룩한 밤에
우리처럼 나약한 사람이 되어 인류구원을 시작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온갖 욕망과 세상 잡사와 물질만능주의에서 해방되어
이 거룩한 밤의 침묵 속에 빠져들어,
조용히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야 하겠다.
이마에 찬 수건을 얹고 외로움에 떨어본 밤이 있었는가?
아내와 남편과 함께, 두 손을 꼭 잡고
별들이 총총히 빛나는 저 밤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몇 년 만인가?
밤이 깊어진다는 것은
새벽이 더 가까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근심으로 가득한 밤에 잠자리에서 울어본 사람만이
하늘의 힘을 안다(Johann Wolfgang von Göthe).
고독한 영혼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열정적인 노래를
자기 마음속에 계시는 하느님께 불러드릴 수 있고
하느님이 이 노래를 듣고 계신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가해)>
가톨릭신문사 2007년 48-49쪽에서 발췌)
고독하라.
그래야만 하느님이 내 두 어깨를 꼭 감싸 안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