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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고향 하느님의 왕국(주님의 세례 축일)
   2008/01/11  10:25

주님의 세례 축일(마태 3,13-17)


세례를 받는 사람은 세례를 베푸는 사람 앞에서

비천하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세례는 죄인들이 죄를 용서받기 위해 받는 것이다.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한낱 인간에 불과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마태 3,13).

더구나 예수님은 죄가 없으신데 왜 세례를 받으시는가?

또한 세례자 요한이 물로 주는 세례는

죄를 용서해주지 못하고

회개를 준비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와 달리, 예수님이 베푸실 성령과 불의 세례는

죄인들을 거룩하게 하여 하느님과 일치시키고,

회개하지 않는 죄인들을 심판하시는 활동을 뜻한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오히려 자기가 구원과 심판을 집행하실 예수님께

세례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하면서

자기에게 세례를 받지 않으시도록 만류했다(마태 3,14).

 

그런데도 예수님은 그와 함께 ‘모든 의로움’을 이루기 위해

그에게 세례를 받으셨다(마태 3,15).

‘모든 의로움’은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그분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뜻하고,

그분의의 왕국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마태 6,33).

예수님은 우리가 하느님의 왕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죄인들이 받는 세례를 받아

그들 중 하나가 되고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순종하셨다.

훗날 인류구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실현하셨다.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우리를 위해 죄인 취급을 받으신 예수님은

이웃의 짐을 대신 져주고,

기뻐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이와 함께 슬퍼하라고 가르치신다.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아

의로움을 성취하시자,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영이 예수님 위에 임했다(마태 3,16).

하늘이 열렸다는 말은

하느님이 당신 왕국의 문을 열고

새로운 계시를 베푸신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이 왕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이제 인간은 우연히 이 세상에 와서

어떤 숙명이나 필연에 따라 살다 사라지고 마는 존재,

사랑을 찾아 고독하게 헤매다가

결국 배신과 고독과 좌절 속에서 죽어야 하는

허무한 존재가 아님이 드러났다.

우리의 고향은 이 지상과 부귀영화가 아니라

불행과 고통과 죽음이 없는,

사랑과 정의와 자유와 생명과 행복의 세계인 저 하늘이다.

인간은 하느님을 향해 열려진 존재이기 때문에

천상의 시민답게 살아야 한다(필립 3,20).

그분께 올라가기 위해 그분의 힘인 성령을 받아야 한다.

성령의 힘에 순응하여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자.

착한 행실은 평소에는 별로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죽은 뒤에도 영원히 그와 함께 있다.


하느님은 죄가 없는데도

겸손하게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을

메시아와 ‘주님의 종’으로 임명하셨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마태 3,17 = 시편 2,7).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은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질 하느님의 종(이사 42,4)으로서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실현할 사명을 받으셨다.

이처럼 하느님은 완전무결한 존재이시지만

죄인들 중 하나가 되고

목숨을 바쳐 속죄의 희생이 되실 만큼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신다.

하느님의 사랑을 실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자주 이 사랑을 기억하자.

구원은 기억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하느님이 베풀어주신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은 신앙인이지만,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무신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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